설교는 항상 어렵다. 설교가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과도한 설교의 양, 또 하나는 게으른 관성 때문이다. 두 가지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결합되어 있다. 대부분의 목사는 신대원을 갓 졸업할 때는 대단히 학구적이며 논쟁적인 설교를 한다. 그러나 전임 사역자가 되면서 한 편의 설교에 과도하게 공을 들일 수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이 때 대부분의 목사들은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기존의 알고 있는 내용을 적당히 버무려 한 편의 설교를 준비한다. 다른 하나는 설교집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다. 관성은 여기서 생긴다.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남의 설교집을 베끼기 시작하면 설교준비가 쉬워진다. 자신이 직접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세련되어 보이기도 하고 돋보일 때도 많다.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관성은 설교의 피상성을 불러오고, 지성의 퇴보와 설교자로의 부르심을 방기 내지 유기하는 죄를 범하게 된다. 목사는 그 어떤 사역보다 설교 중심적이어야 한다. 설교집을 참고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설교집보다는 설교론과 설교방법을 더 많이 그리고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권호 목사의 이번 책은 설교의 짐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모범적인 책이라 할만하다. 이 책은 ‘내러티브 설교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오래전 이야기(story) 설교와 내러티브(narrative) 설교를 구분하지 못한 때가 있었다. 설교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필자에게 이야기 설교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설교는 한 마디로 설교 중에 설교 주제와 비슷한 이야기를 예화 형식 또는 설교 전체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는 설교였다. 문제는 성경에 대한 설명이나 신학적 오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강해설교가 지나치게 본문 설명에 집중하는 나머지 설교의 서사상을 상실했다면, 이야기 설교는 성경 본문에서 너무 멀리 떠나버린 오류를 범했다. 그 후 이야기 설교를 내러티브 설교와 함께 버렸다.
이 책은 읽기 시작하는 첫부분에 이야기 설교와 내러티브 설교의 차이점을 명확히 함으로 내러티브 설교가 갖는 특징과 중요성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오해를 풀었다. 내러티브 설교는 이야기가 설교가 아니다. 물론 두 설교 기법은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설교 기법이다.
“간단히 말하면 이야기는 어떤 발생한 사건의 ‘제시’이다. 반면 내러티브는 그 이야기를 적절한 전달방식을 사용해 ‘재제시’하는 것이다. 즉 이야기와 이야기를 재현하는 방식이 함께 녹아 있는 것이 내러티브이다.”(23쪽)
이 책은 앞의 문장을 책 한 권에 풀어놓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다른 잡스러운 정보가 아닌 오직 내러티브 설교가 무엇인지, 어떻게 주제를 정하고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를 끝까지 이어간다. 1-3장까지는 내러티브 설교의 기본 틀에 대해 설명하고, 4장부터 6장까지는 실제로 내러티브 설교를 어떻게 작성하는가를 꼼꼼히 제시한다. 마지막 7장에서는 내러티브 설교의 실례와 실습을 진행한다. 약간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두 학기에 걸쳐 배워야할 설교법을 이 한 권으로 끝내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것이다. 물론 그 여정은 멀다. 책을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노트를 펴고 메모하고, 실제 성경 본문을 찾아 실습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이 책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필자가 유의하여 본 곳은 3장이다. 3장은 성경 본문을 해석하여 현재화 시키는 작업을 설명한다. 저자는 이것을 ‘연관성’이라고 말한다. 연관성은 과거의 사건이 과거로 ‘끝난 사건’이 아니라 현재도 역시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라는 점이다.
“효과적인 내러티브 설교는 본문에 나오는 과거의 사건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중을 향한 메시지가 되게 한다. 과거의 사건을 오늘의 의미 있는 메시지로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연관성’이다. 연관성은 성경이라는 오랜 시간을 걸쳐 온 텍스트가 오늘날의 상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정확한 연관 작업이 이루어지면 청중은 본문을 단지 ‘그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들을 향한 ‘지금’의 이야기로 듣는다.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현재에도 계속되는 사건으로 경험한다.”(65쪽)
저자는 연관화 작업을 ‘원리화 과정’ ‘대상화 과정’으로 설명하고 세 번째에서 실례를 제시한다. 원리와 과정은 본문을 살펴 위기를 파악하는 것이고, 대상화 과정은 오늘날의 위기로 대입하는 현재화 작업이다.
본문의 의미와 오늘날과의 연관성, 실천을 위한 적용이란 세 요소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5단계 틀을 제시한다.
1단계 : 본문(Text)을 묵상하고 연구하라.
경건한 묵상과 지적 성실함으로 성경 본문에 담긴 의미를 발견하는 단계
2단계 : 중심 메시지(CTM)를 발견하라.
묵상과 연구를 통해 깨달은 것들을 명료한 중심 메시지로 정리하는 단계
3단계 : 연관성(Relevance)을 놓으라.
본문이 우리 삶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고민하고 연결고리를 놓는 단계
4단계 : 적용점(Application)을 제시하라.
본문의 가르침을 우리 삶에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찾고 제시하는 단계
5단계 : 설교 전달 형태와 방법을 결정하고 설교문을 작성하라.
효과적인 설교를 위한 설교 형태와 기법을 결정하고 설교문을 완성하는 단계
중요한 틀이지만 이 책을 통해 읽지 않으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중심 메시지(CTM)를 발견하는 부분은 이 책을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착실히 이 책만 잘 읽고 공부해도 이전 설교와는 판이하게 다른 멋진 설교를 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한다.
정현욱 목사(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크리스찬북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