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 취임 4주년, 감동 대신 불편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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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로 취임 4주년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을 기념해 발표한 특별연설을 통해 지난 4년 간의 국정 운영에 대한 소회와 남은 1년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이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국난 극복과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이 보이는 특별담화였다”고 평가한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기존 실패한 정책에 대해 시정할 기미가 없는 절망스러운 연설이었다”고 평가 절하했다.

많은 언론들이 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연설과 기자회견 내용을 분석하며 대체로 지난 4년의 실정을 반성하고 국정 기조를 대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찾기 힘들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보수 언론들은 “자화자찬”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으로 혼란을 키웠던 기존 패턴 반복” “내 잘못은 없고 남 탓만 하는 마이웨이”라는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 재임 기간 동안 특히 남북관계 발전에 가장 크게 공을 들여왔다. 자신이 퇴임한 후에 역사가 가장 높게 평가해 주길 바란다는 말을 스스로 언급을 할 정도다. 이번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에서도 그런 문 대통령의 의지가 뚜렷이 엿보였다.

문 대통령은 먼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기회가 온다면 온 힘을 다하겠다. 북한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했다. 예전처럼 남북 간에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을 향한 애정에 변함이 없음을 솔직히 드러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에도 김여정 등 북한 당국자들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쏟아낸 욕설에 가까운 막말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남북 합의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화살의 끝을 오히려 국민을 향해 겨누었다. 그러면서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단호한 어조로 덧붙였다.

여기서 문 대통령이 밝힌 “엄정한 법 집행”이란 최근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금지법’을 위반한 것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엄정한 법 집행은 검찰과 사법기관의 몫이지 대통령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당부하는 뜻일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남북 관계만큼은 내가 공들이는 분야니 누구든 방해하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서슬 퍼런 엄포로 들릴 소지도 있다.

그런데 이날 문 대통령이 남북 합의를 근거로 ‘대북전단금지법’ 위반에 대한 직접적이고 단호한 수사와 처리를 지시하기 전에 반드시 먼저 짚고 넘어갔어야 할 문제가 따로 있었다. 다름 아닌 북한이 수도 없이 위반한 ‘남북 합의’ 말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북한이 자행한 남북 합의 위반, 파기 행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탈북민도 엄연한 국민인데 그런 국민을 항해 성난 표정으로 ‘엄정 법 집행’을 언급하기 전에 북한에 대해서도 단호한 어조로 “NO”라고 했어야 최소한 균형이 맞지 않겠는가.

문 대통령이 ‘엄정 법 집행’을 언급한 당일 경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소환해 6시간 동안 조사했다. 이에 앞서,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6일 서울 일원동에 있는 박상학 대표 사무실과 차량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이런 강경한 발언과 뒤이은 경찰의 신속한 조사 등 일련의 과정이 국내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탈북민에 대한 인권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야당과 보수언론 뿐 정부 내부에서까지 감지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이 있은 다음날인 11일 외교·안보 부처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겨냥해 ‘엄정한 법 집행’을 공언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 하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대통령이 굳이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뜻으로 읽혔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등 국내 시민단체들은 같은 날 대북전단금지법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한층 더 높였다. 한변 등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진실이 담긴 대북전단의 살포행위는 북한 동포에게 북한의 반인륜적 실상을 알리고, 자유와 번영의 민족공동체를 쟁취하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의 표현”이라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과 표현의 자유, 대한민국 국민인 2500만 북한 동포의 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인 대북전단금지법을 즉시 폐기하라”고 했다. 대통령의 의지에 일종의 맞불을 놓은 셈이다.

문 대통령의 취임 4주년에 대해 야권에서는 4년이 아니라 40년 같았다는 논평이 쏟아졌다. 이런 평가는 물론 국민의 생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취임 초기에 8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던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최근 들어 30%대로 떨어지고, 어떤 조사에서는 20%대까지 추락하게 된 원인을 대통령 자신이 아닌 다른 데서 찾을 수는 없다.

이런 대통령의 모습에 대해 어느덧 많은 국민이 그리 낯설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국민은 문 대통령이 4년 전 취임사에서 “소통하는 대통령,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약속을 믿고 기대했던 결코 짧지 않은 시간에 대해 느끼는 배신감을 놓고 내적으로 갈등하며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반성과 성찰은 온데간데 없고 초지일관 자화자찬뿐인 대통령의 태도에 감동할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내가 공들여 쌓아온 남북관계를 흔드는 사람은 가만 두지 않겠다는 식으로 국민을 향해 꾸짖는 듯한 굳은 표정의 대통령을 보며 불편하고 난감했을 국민은 적지 않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