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주요 제약사의 평균 신약 개발비는 최소 4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한화로 환산하면 최소 약 4.3조원이 넘게 드는 셈. 신약개발에 100%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연구개발, 임상시험부터 안전성 확인, 판매 허가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규모가 작은 제약회사는 신약개발에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뜻하지 않게' 신약개발에 성공하거나 우연히 '다른 치유효과'가 확인돼 '떼돈'을 벌게 된 사례도 있다. 이에 흥미진진한 약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펴봤다.
◆ 고혈압 치료제 개발 중 '발기부전 개선 이상반응' 나타나, 비아그라 탄생
전세계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격인 비아그라는 사실 처음에는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다.
여러 치료 기전 중 혈액 속에 흐르는 수분량을 감소시켜 혈압을 낮추는 원리를 바탕으로 개발 후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가운데 '치명적인 부작용'이 보고됐다. 이 신약을 먹은 남자환자들이 '너무 발기가 제대로 되는 바람에' 제대로 누워 자지 못하고 대부분 옆으로 누워 있으면서 너무 힘들어한다는 것.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혈액 속에서 감소된 수분이 배출되지 못하고 남성의 성기에 몰리면서 나타나게 된 현상임이 확인돼 개발방향을 전면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화이자가 1993년 발기부전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발기부전 치료효과를 확인하고 1994년 하루 한 알 복용으로도 발기부전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면서 이 '치명적 오류를 가진 고혈압 치료제'는 1998년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 비아그라"로 탄생해 이름을 떨치게 됐다.
2012년에는 이 비아그라 특허가 만료되면서 대웅제약의 누리그라, 한미약품의 팔팔정, CJ 제일제당의 헤라그라 등 약 30여종의 복제약(제네릭)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복제약의 가격이 국내기준 개당 2천원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발기부전치료제의 가격부담이 줄게 됐지만 '사랑을 독차지하던 비아그라'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게 됐다.
◆ 전립선 치료제로 개발되다 민머리 남성들의 희망이 된 '프로페시아'
탈모치료제인 '프로페시아'의 피나스테라이드 성분은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약이다. 프로페시아 역시 임상시험 도중 탈모가 진행중인 환자의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난다는 결과가 보고되면서 탈모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제제는 비아그라와 달리 전립선비대증 치료에도 효과가 확인돼 피나스테라이드 1mg은 탈모치료제로, 5mg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용으로도 쓰인다.
프로페시아를 3개월간 꾸준히 하루 한 알씩 복용하는 경우 탈모치료효과를 볼 수 있으나 여성에게는 기형아 출산 위험과 암을 유발한다는 보고도 있다.
◆ 우울증을 치료하다 '식욕을 떨어뜨려' 살 빼는 약으로 승부한 '리덕틸'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된 리덕틸(약제명 시부트라민)은 이를 복용한 환자의 체중이 준다는 사실이 발견돼 비만치료제로 개발됐다.
수치가 낮으면 우울증이 동반될 수 있는 세로토닌은 음식을 섭취하면 농도가 높아진다. 리덕틸은 음식섭취로 분비된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는 작용을 해 결과적으로 배부르다는 자극이 더 빨리 전달되면서 포만감을 유발해 식욕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유발한다.
유명 비만치료제인 제니칼이 지방만 공략해 지방흡수만을 차단한다면, 리덕틸은 전체적으로 식욕을 떨어뜨려 열량 섭취를 줄여 비만을 치료한다. 단 두통, 현기증, 수면장애 등의 부작용이 있어 복용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