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쇠퇴하는 한국교회와 한 역사가의 일기』(지은이 옥성득, 새물결플러스)가 출간됐다. 저자 옥성득 교수는 지난 3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과거로부터 전달된 수많은 무전(사료)을 해독하며 지내온 한국교회사가다.
이 책에서는 역사가로서 과거와의 대화에 천착해온 그의 현재에 대한 직접적 독해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지난 5-6년간 사회적 신뢰를 잃고 쇠퇴하는 한국교회를 멀리서 바라보며 틈틈이 일기처럼 적어둔 저자의 단상을 모은 책이다. 기록 당시의 생생한 이슈들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의 잘못이나 문제점을 일관된 관점으로 비판하면서 나름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안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이 일관되게 비판하는 문제를 크게 정리하자면 대형교회 세습과 목회자 표절 문제, 기업형 교회 패러다임, 현실에서 유리된 서구중심적 신학, 국수주의와 혼합된 세대주의 종말론, 개신교 극우주의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대형교회 세습 문제에 관해서는 교단의 재판 경과를 추적해가면서 신사 참배에 비견되는 죄악이라고 할 만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2017년 "세례 요한은 왜 세습하지 않았나?", 2018년 "통합 총회 세습 재판일에 고함", 2019년 "교회 세습은 성직 매매이자 적그리스도 행위" 외 다수의 글이 있다. 2018년 당시 SNS상에 공개되었던 저자의 통합 목사직 사직서 내용의 일부는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 인용되기도 했다.
또 2017년 "교회는 사업하는 회사가 아니다"를 비롯한 여러 글에서는 소수 대형교회의 독점이 낳은 부작용을 언급하며 급진적인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에 기업형 교회 패러다임이 빠르게 정착한 경위를 역사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개혁의 구체적인 방향도 간단히 제시한다.
2020년 "신학과 신학 서적의 영미 종속"을 비롯한 몇몇 글에서는 번역서가 기독교 출판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한국 저자가 활약하지 못하며, 한국교회의 개혁에 기여할만한 고유의 신학이 발달하지 못하는 원인을 설명하고 변화를 촉구한다. 2018년 "한국인은 선민이 아니다", 2020년 "윈 형제의 『백 투 예루살렘』 비평적 읽기" 등에서는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 전반에 깔려 있는 국수주의와 그에 혼합된 세대주의적 종말론을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역사적 근거가 부족한 해석들도 지적한다. 2019년 "샤머니즘 탓인가?"에서는 한국교회의 기복 신앙적 측면을 샤머니즘의 영향으로 보는 관점을, "3·1 운동에 대한 내연과 외연의 문제"에서는 '대부흥 운동'이라는 내연이 '3·1 운동'으로 외연했다고 보는 관점을, 2021년 "'조선의 예루살렘 평양'은 신화에 불과"에서는 1920년대의 평양을 성시로 보는 관점을 역사적 근거나 논리가 약한 주장으로 비판하면서, 근거에 기반한 명확한 해석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2019년 "한기총의 기독교 정권론"과 2020년 "전광훈은 역사 왜곡을 중단하라"에서는 이승만 정권을 기독교 정부로 보는 관점 역시 역사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라며 조목조목 비판했고, 2020년 "성 지향이 아니라 정치 지향이 한국교회를 망친다", 2021년 "좌파냐 우파냐" 등에서는 개신교 극우주의와 좌우 대립 문제에 관해도 역사적 근거에 따른 저자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성경은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계 2:5)고 당부한다. 과거를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다면 현재의 실상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회개하려면 정확히 "어디서 떨어졌는지", "처음 행위"가 과연 무엇이었는지 성실하고 정직하게 돌아봐야 한다.
저자 옥성득 교수는 지금까지 『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나 『한국 기독교 형성사』 등에서 과거에 관한 치밀한 작업을 통하여 잘못 알려진 교회사를 바로잡고 보다 진실한 그림을 그려내기 위해 분투해 왔다.
저자 옥성득 교수는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국사학과를 졸업한 후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과 대학원에서 신학 수업을 이어나갔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 신학교(신학석사)와 보스턴 대학교 신학대학원(신학박사)에서 기독교 역사를 공부했다.
현재 UCLA 아시아언어문화학과 임동순·임미자 한국기독교학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 근대사와 한국 종교사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성서공회사』(전 3권), 『첫 사건으로 본 초대 한국교회사』, 『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 『한국 기독교 형성사』(제37회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대상) 등이 있고, 편역서로는 『언더우드 자료집』(전 5권), 『대한성서공회사 자료집』(전 3권), 『목판화로 대조한 그리스도와 적그리스도의 생애』, 『마포삼열 자료집』(전 4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