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녀의 성(姓)을 출생신고 시점에 부모가 협의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검토한다. 현재는 혼인신고를 할 때 어머니의 성을 따르도록 신고하지 않으면 자녀 출생신고 시 부성우선 원칙이 적용된다.
여성가족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을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1인가구 증가 등 가족 형태 다변화, 개인 권리에 대한 관심 증대 등 최근의 급격한 가족 변화를 반영해 ▲다양성 ▲보편성 ▲성평등을 기본 추진방향으로 한다.
향후 한국의 가족정책은 내국인 부모님과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개념의 가족'을 탈피해 한부모·다문화 가족 등 다양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미혼부 출생신고·양육비 이행 강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하기 위해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에서 차별을 없앤다. 기존에는 친모의 성명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거나 친모가 협조하지 않으면 출생신고가 불가능했다. 이제 친모의 정보를 일부 알고 있거나, 친모가 협조하지 않더라도 법원을 통해 출생신고가 가능해진다.
저소득 한부모가족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생계급여를 받는 한부모에게도 아동양육비를 지급하고, 추가 아동양육비 지급대상 연령을 확대(만 24세→만 34세)한다.
양육비 이행 강화를 위해 법원의 감치명령 후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 양육비이행법 개정으로 오는 7월13일부터 구체적으로 출국금지 요청, 명단 공개, 형사 처벌 등이 가능해진다.
양육비 상담 등 가정법원의 역할을 확대하고 비양육 부·모와 자녀 간 교류 지원을 강화한다. 상담프로그램 개발, 건강가정ㆍ다문화가족센터 등을 통한 면접교섭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계획이다.
청소년 부모의 임신·출산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올해 만 18세 이하에서 만 19세 이하로, 향후 만 24세 이하로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육아휴직 적용 대상자를 '임금근로자'에서 고용보험가입 특수고용직, 예술인,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일하는 모든 취업자'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현재 통상임금의 50%, 최대 월 120만원인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80%, 최대 월 150만원으로 인상한다.
◈장기 계획, 구하라법 도입·비혼 단독 출산 논의
관계 부처 및 국회와의 공조가 필요한 장기 입법과제들도 있다.
방송인 사유리처럼 결혼하지 않고 보조생식술을 이용하는 '비혼 단독 출산'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 보조생식술 시술은 아직 입법 공백 상태다. 정부는 부처 간의 논의를 통해 기본계획에 따른 구체적 시행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6월까지 비혼자 보조생식술 시술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가정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요구가 있어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한다. 가정폭력을 저지른 '배우자'의 범위에 법률혼이나 사실혼이 아닌 가족 관계도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밖에도 '혼중자', '혼외자' 등 차별적 용어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다. 정영애 장관은 "혼인 중의 자녀인지 혼외 자녀인지 구별하지 않도록 낙인적 이름 대신 그냥 '자녀'라는 이름으로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자녀 양육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속에서 제외시키는 일명 '구하라법' 도입도 검토한다.
돌봄의 질과 사회적 가치 제고를 위해 공적 돌봄시설을 지속 확충하고, 돌봄 종사자 처우개선, 가족돌봄자 지원을 추진한다. 돌봄 대상(영아ㆍ유아ㆍ초등), 소득수준, 가구 특성(저소득 한부모, 장애 부·모·아동 등) 등을 고려한 아이돌봄서비스 정부지원 확대와 서비스 유형 및 요금체계 개편을 추진한다.
아울러 민간 육아도우미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신원확인증명서를 발급하고 2022년까지 돌봄 인력에 대한 국가자격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정 장관은 "가족의 개인화, 다양화, 계층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고 안정적 생활 여건을 보장하며, 함께 돌보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