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브릿지학교가 가진 차별성과 교회 재단 이름으로 학교 인가를 받게 된 배경과 의미에 대해 교장 반승환 목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일문일답.
- 소울브릿지학교와 기존 학교와의 차별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존 학교와 똑같은 공교육이기에 교육에서 가르치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교과 과정을 똑같이 가르칩니다.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시간을 똑같이 가르칩니다. 다만 그 지식을 어떻게 담아서 전달한 것인지 툴(tool)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장학사님에게도 학생 수를 채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학교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이 맡은 아이들의 수를 줄이는 것도 기존 교육과 차별화된 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올해 저희 목표는 ‘어떻게 차별화된 교육을 할 것인가?’인데 ‘어떻게 복음을 녹여낼 것인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선생님들은 기독교 텍스트를 바로 전할 수는 없지만 삶으로서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기독교인 선생님만 모집한 건 아닌데 감사하게도 교사들이 다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마음을 품고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게 큰 차별점입니다.
또한 교장인 저는 조금 다릅니다. 목사임을 교회임을 숨기지 않습니다, 교장보다는 목사라고 먼저 소개합니다. 재미있는 건 학교에 오시는 부모님들이 먼저 알고 찾아오신다는 것입니다. 소울브릿지는 하나님이 세우신 학교이고, 기존에 세워진 위탁형 대안학교와는 조금은 다른 색깔을 담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도 학교 밖으로 나오는 이유가 다양합니다. 건강 문제, 적응 문제, 가정의 문제, 혹은 학교폭력과 관련된 피해자 그룹, 가해자 그룹 등 아이들이 학업중단위기에 처한 이유가 다양합니다. 저희는 가해자 그룹 아이들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학교라 자부합니다. 가해자 그룹 뿐 아니라 모든 부분의 아이들을 한 공간에서 서로 친해지며 공동체로 묶이도록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학교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가 교회이고 제가 목사인 것을 아시고, 믿지 않는 부모님들이 학교에 들어오고 싶다는 말보다는, 교회에 다닐 수 있냐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장 큰 차별성은 기존에 학교들이 부담스러워하고 꺼리는 아이들의 문제도 이곳에서는 평범한 일들이라는 게 차별성인 듯합니다”
- 소울브릿지학교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나요?
“교육에 대한 것과 교실에 대한 분위기에 도전을 주는 학교가 되고 싶습니다. 같은 수업 시간, 같은 것을 배우지만 뭔가 좀 다르고, 아이들에게 맞는 수업을 하고자 1학기는 선생님들과 많이 시도하고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학교지만 교회 같고, 교회지만 학교 같은 그 균형을 잘 맞추고자 합니다. 대부분 학교는 등수를 매겨서 떨어지면 탈락시키고 내보내고 포기합니다. 저희는 포기하지 않고 사랑해주고, 뒤처지면 다시 데려오는 교회 같은 학교가 되고자 하는 겁니다. 한편, 교회이지만 학교 같다는 건, 학교처럼 아이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과 학문을 배우는 일들이 이 안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와 교회의 장점이 시너지를 발휘해서 아이들에게 그 부분을 보여주고자 하는 겁니다.
사실 부모님들도 이곳이 교회인 것을 다 알고 찾아옵니다. 차라리 아이가 교회 안에 들어가서라도 변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는 이곳이 세상의 끝자락과 같습니다. 그 절벽 끝에 오니까 부모님들도 종교를 초월해 마지막 심정으로 오시기 때문에 저희도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목숨 걸고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종교성을 가지고 위탁형 대안학교 인가를 받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요.
“종교성을 띠고 교회가 위탁형 대안학교 안으로 들어온다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특히 비인가 대안학교들의 문제들이 이슈가 되면서 허가가 어려웠는데, 저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유지재단 이름으로 당당하게 교회라고 외치고 학교를 시작한 겁니다. 교회라고 외칠 때 주어지는 보이지 않는 패널티가 많습니다. 실력은 기본이고 정말 정직하게 가야 하고 기존의 교회 관습대로 하면 안 되고, 플러스로 차별화된 것을 해야 한다는 모든 부담과 시선들을 감수하고 시작한 것입니다.
그 차별화가 특별히 가해자 학생을 우선시해서 받는 것입니다. 원래는 가해자 학생만 받으려고 했는데, 부모님들의 요청으로 피해자 학생도 받기로 했습니다. 원래 가해자와 피해자는 법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 공간에서 이 아이들이 다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 이것이 세상이 못하는 저희가 가진 차별화입니다. 세상은 피해자면 피해자고 가해자면 가해인데,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이 놓고 교육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 되는 게 저희의 차별성입니다.”
- 어려움이 있는데도 교회 재단 이름으로 학교 인가를 받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동안 기독교가 복지에 힘을 많이 썼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개별적으로 힘을 쓰다 보니까 천주교처럼 시너지가 발휘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이름으로 청소년, 교육에 관한 사역을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 사역을 소울브릿지 이름으로 하면 같은 일을 해도 세상에 주는 여파가 적지만, 총회 이름으로 이 사역을 하면 세상은 크게 봅니다. 언덕 위의 교회가 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교회, 대한민국 교계가 이 사역을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나님을 모르는 세상 밖 사람들의 가장 어려운 부분들을 우리가 해결해줄 때 그 방법과 시작이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됐고, 교회가 도왔다는 걸 세상이 보고 들어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역에 대한 중요성, 필요성을 알았기에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임에도 총회 이사회에서도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특수한 상황 가운데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신 것입니다.”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다 교회 안을 바라보고 있을 때,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의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고 싶습니다. 하나님의 사명이 이 거리에 있고, 이 일은 교회 안의 사역이 아닙니다. 복음을 전해야 할 아이들, 도움을 줘야 할 아이들은 교회가 아닌 세상에 있습니다. 저희는 교회지만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보다 경찰, 학교 선생님, 교감 선생님, 보호관찰소 분들 등 교회 밖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습니다. 그게 이번에 대안학교를 할 때도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때 교회에만 시선을 두고 교회에 뭔가를 요청했다면 교회도 힘들기에 도움을 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거리에 있기 때문에 교회 밖에서 사람들을 만났더니 오히려 그들이 우리를 파트너로서 인정해주시고, 이번에 대안학교를 할 때도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종교인이 아닌 학교 아이들을 향한 전문가로 봐주신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비인가 대안학교들의 이슈, 코로나 이슈 등으로 경기도교육청은 서류조차 통과가 안 되었는데, 서울은 그동안 협력하며 해왔던 사역이 있었기에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