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건축 규제 완화' 건의에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면서도 "시장 안정 조치만 담보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 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오 시장은 "안전진단을 강화했는데, 이게 사실은 원천 재건축 봉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며 "건축된지 50년 된 아파트를 가봤는데 겉으로는 살만해 보이는데, 집이나 상가에 가면 생활이나 장사가 불가능하게 폐허화돼 있지만, 재건축이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막고 있다"고 건의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대통령을 뵙게 됐는데 한 가지만 부탁드린다"며 "예컨대 시범 아파트 같은 재건축 현장을 대통령께서 한 번만 나가봐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서 멀쩡한 아파트 재건축하려고 할 수 있다"며 "그러면 낭비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과 투기억제, 최근 공급확대까지 추진하는 데 이건 중앙정부나 서울이 다를 게 없다"며 "국토교통부로 하여금 서울시와 협의하게 하고 필요하면 현장을 찾도록 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노형욱) 신임 국토부 장관 인터뷰를 보면 민간 개발 자체를 막겠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더라"라며 "공공재개발 추진하지만 그렇다고 민간 개발 억제하거나 못하게 막으려는 게 아니다. 시장 안정 조치만 담보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제기했다.
박 시장은 "불편한 말씀을 드리겠다"며 "전직 대통령은 최고시민이라 할 수 있는데 지금 저렇게 게셔서 마음이 아프다. 오늘 저희 두 사람을 불러주셨듯이 큰 통합을 재고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직접 '사면'이란 단어는 쓰지 않았지만 사면 이야기를 거론하신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의 말에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돼 있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다. 두분 다 고령이시고 건강도 안 좋다고 해서 안타깝다"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통합에 도움 되도록 작용돼야 한다. 이 두 가지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국민들의 공감대에 토대하지 않는 일방적인 사면권 행사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원론적 취지를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찬 간담회를 마친 후 문 대통령은 오 시장에게 "국무회의가 한번은 대통령이 주재하고, 한번은 총리 대행이 주최하는데 가능하면 참석해달라"며 "다른 단체장 의견도 들어서 필요하면 와서 (의견을) 전해달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