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권자의 징계권을 규정한 민법 915조 조항이 63년 만에 삭제됐지만, 부모의 상당수는 훈육을 위해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징계권 조항 삭제 100일을 맞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부모와 아이 300가구를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시행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민법상 징계권이 표기되어 있던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부모와 자녀 모두 80% 이상이 '몰랐다'고 답했으며 아동 10명 중 8명은 징계권 삭제로 인해 이제 부모의 자녀 체벌이 금지되었다는 사실 또한 알지 못했다.
'친권자는 그 자녀를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징계권은 아동학대 범죄 사건에서 가해 부모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한 근거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여행 가방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나 '경남 창녕 여아 학대사건'의 부모는 "훈육을 다소 과하게 했을 뿐"이라며 이 조항을 앞세웠다. 지난 1월 국회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징계권 삭제가 체벌 금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질문에 부모와 자녀는 견해차를 보였다. 부모의 67.3%는 '훈육 방식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지만 '집이나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질 것'이라고 답한 자녀는 30.3%에 불과했다.
훈육을 위한 체벌 필요성에 관한 의견도 엇갈렸다. 징계권이 삭제됐지만 부모의 60.7%는 여전히 '체벌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자녀는 39.3%만이 이같이 답했다. 또 부모의 과반수(50.3%)가 '훈육으로서 체벌을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응답했으나 자녀의 경우에는 32.7%만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벌 효과성을 묻자 부모는 100점 만점의 40.9점, 자녀는 33.4점 도움이 된다고 밝혀 부모와 자녀 모두 체벌이 훈육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훈육'과 '체벌'을 나누는 기준을 묻자 부모와 자녀 모두 '사전 약속한 체벌은 훈육으로서 허용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편 '정서적 상처를 주지 않는 체벌은 훈육으로서 허용한다'는 질문에 부모는 71%가 동의했고, 자녀는 절반(52%) 정도가 수긍했다.
자녀와 부모 모두 자신이 가장 많이 경험한 훈육 방식을 묻자 '잔소리'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부모는 그다음으로 '회초리로 손이나 발 때리기'를 선택했지만, 아동의 경우 '디지털 기기 사용금지'를 꼽아 세대에 따른 훈육 경험의 차이를 보였다.
해당 설문조사는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자녀와 그의 학부모 600명(300가구)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이와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올바른 부모의 역할에 대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또 경찰청과 아동학대에 노출된 아동을 지원하는 보호 체계를 구축하고 긴급 생계지원부터 의료·교육 등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