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라이프 역사와 한국 프로라이프 남성운동의 방향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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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 이후

김동진 목사

1973년 1월 22일 내려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대법원 판결은 이전까지 외면하던 생명에 대한 민낯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을 의미했다. 사실 이전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프로초이스 진영과는 달리 프로라이프 진영은 아직 이렇다 할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나 복음주의 개신교단은 낙태 문제에 있어서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유일한 협의체는 미국 가톨릭 주교회가 전부였다.

그러나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잠들어 있던 기독교인들이 비로소 깨어나기 시작했고, 이듬해인 1974년부터는 매년 1월 미국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워싱턴에서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Life)”을 열고 정치인들과 대중에게 낙태에 대한 경각심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아직 복음주의 기독교는 공화당과 가치에 있어서의 접촉점을 찾지 못하던 시기였는데 남침례교 협의회는 1976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낙태권 반대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하며 낙태 문제를 인간의 생명 존엄성과 결부하여 보기 시작하였다.

남침례교 협의회는 1982년 ‘낙태 및 영아살해 결의안’을 통해 수정 순간 인간 생명이 시작되며, 태아의 삶의 가치는 성인의 삶의 가치와 동일하기에 낙태를 수용하는 것은 유아살해, 아동학대, 안락사 증가와 같은 인간 존엄성 상실로 이어질 것을 경고했으며, 1984년과 1987년 ‘낙태 결의안’에서는 적극적인 프로라이프 활동을 시작하며 산하기관 및 교회에 산모 서비스 (태아에 대한 정보 제공, 낙태 외 대안 제시, 주택, 입양) 지원을 요청하였고, 적극적인 낙태 반대 운동(부모 고지 없는 미성년자 낙태와 무분별한 피임약/세금 사용 반대, 의료인 감시)과 함께 기독교 생명 위원회(Christian Life Commission)를 통해 낙태에 대한 의제 우선권, 입법 로비 활동에 참여 할 것을 결의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프로라이프 운동이 대중적인 지지를 받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은 주로 중년의 백인 남성이 주류를 이루는 복음주의 기독교 내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프로라이프 운동은 1990년을 즈음해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프로라이프 운동에 뛰어든 단체들이 일어나고 젊은 세대의 참여률의 증가와 젊은 여성 리더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부터라 할 수 있겠다.

주요 단체들의 설립 시기를 살펴보면 수잔 B. 앤서니 리스트(SBA List)는 1993년 레이첼 맥네어에 의해 창립되었고, Student for Life는 1988년 여성 리더인 크리스탄 호킨스에 의해 설립되었다. 40days for life는 1998년에 텍사스에서 4명의 기도자들을 통해 시작되었다. 또한 Alliance Defending Freedom(ADF)와 같은 보수적 가치를 지지하는 법조인 모임 역시 1993년에 설립되어 미국 내 기독교가치를 보호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러한 단체들의 설립을 통해 프로라이프 운동은 저변으로 확대되어 각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고 의료보건, 여성인권, 문화예술, 정책과 선거 등 다양한 정책에 있어서 두각을 보이게 되었다.

3. 미국 프로라이프 운동의 현재

현재 미국의 프로라이프 운동은 2020년 1월 25일에 워싱턴 DC에서 열린 National Pro-Life Summit (전국 프로라이프 회담)의 규모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이 행사는 전날인 24일 무려 22만여명이 집결한 March For Life (생명행진)를 시작으로 3천명의 젊은 프로라이프 운동가들이 참여하여 사례와 전략을 공유하고 비전을 수립하는 컨퍼런스를 진행하였다. 또한 이 행사에 참여한 단체는 Live Action, 헤리티지재단, Alliance Defending Freedom, Students for Life 이상 4개 단체가 연합하여 행사가 치뤄졌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젊은이들은 의료보건윤리, 여성권리, 정책과 선거 전략, 문화운동, 토론기술 등 다양한 방면에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미국 프로라이프 운동이 이제 많은 대중에게 익숙한 것이 되었다는 의미이며 더 이상 소수의 결사적 반대 캠페인이 아닌 미국의 보수적 가치를 대변하며 대중적 운동으로 변모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모습은 소셜네트워크와 1인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그 파급력이 더 커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일례로, 2007년에 시작한 라이브 액션(Live Action)은 릴라 로즈가 15세 때 12명의 친구들과 함께 설립하여 현재 프로라이프 단체 중 가장 많은 온라인 팔로우를 보유하고 있다. 그 파급력은 매우 괄목할 만한 것으로 온라인의 이점을 적극 활용하여 최대의 효과를 내고 있다. 그중 한 영상은 낙태 옹호자에게 낙태의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며 낙태옹호자의 변화된 인식을 살피는 인터뷰 영상이었는데 이 영상이 구글의 검색 상위권에 오르면서 낙태를 알아보기 위해 ‘abortion’을 검색한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돌이킨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라이브 액션의 누적 조회수는 4,200만 건에 달하며 프로라이프의 변론, 비윤리적 낙태 실태 폭로, 임신 후기 낙태 등 낙태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얼마 전, 국내에도 개봉된 언플랜드(Unplanned)는 미국 개봉(2019) 당시, 낙태지지 진영의 지속적인 방해와 광고사 거절, 영화심의에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는 등의 악조건 속에서 개봉 3일만에 620만 달러, 작년 한해 동안 2,100만 달러의 흥행을 달성하였다. 이로인해 2019년 4월까지 미국의 5개주에서 낙태 금지법이 통과되었고, 8개 주에서 낙태반대 법안이 준비 중이며, 현재 300여 개의 낙태제한법을 제정하는 일을 유도하는 놀라운 효과를 보였으며 현재까지 500여 명에 달하는 낙태 업계 종사자들이 일을 그만두도록 만드는 등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이러한 미국 프로라이프 운동의 성과는 오늘 우리가 직면한 낙태죄 폐지라는 위기 앞에서 매우 중요한 선례임을 부인할 수 없다. (계속)

김동진 목사(카도쉬아카데미 교육위원장, 일산하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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