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시행되는 ‘안전속도 5030’, 실효성은 여전히 물음표

사회
복지·인권
서다은 기자
smw@cdaily.co.kr

시내 곳곳에 표시된 50km, 30km 속도 제한 표시판 ©서다은 기자
내일(17일)부터 '안전속도 5030'이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전국 도심에서 차량 제한 속도가 낮아지고 처벌도 강화된다.

'안전속도 5030'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도심부의 차량 속도 제한을 강화하는 제도다. 가장 큰 변화는 도심 간선 도로 등 주요 도로 제한 속도가 '50km 이하'로 줄어드는 것이다. 주택이나 초등학교가 밀집돼 있고 보행자가 많거나, 보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이면도로에선 시속 '30km 이하로' 달려야 한다. 다만 자동차 전용 도로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이 제도는 2019년 4월 17일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른 것으로,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이달 17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일부 지역에선 이미 시범 운영되고 있다.

제한속도 위반 시 범칙금·벌점 부과

현행법상 제한 속도를 위반할 경우 범칙금과 벌점이 부과된다.

범칙금은 제한 속도를 얼마나 초과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승용차 기준으로(승합차는 1만원 추가) ▲20km 이내 초과: 3만원 ▲20~40km: 6만원, 벌점 15점 ▲40~60km: 9만원, 벌점 30점 ▲60km 이상: 12만원, 벌점 60점이다.

여기에 '초과속 운전' 처벌 조항이 새로 생겼다. 적발되면 벌금 또는 형사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제한 속도를 80km 이상 초과해 달리면 30만원 이하 벌금을 내거나 교도소·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되며(구류), 벌점 80점이 부과된다.

100km 이상 초과하면 10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벌점 100점을 받는다.

만약 제한 속도를 100km 이상 초과해 달려 3번 이상 적발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운전면허도 취소된다.

교통사고 감소 vs 탁상행정

국토교통부는 안전속도 5030이 도입된 전국 68개 구간을 조사한 결과, 전체 사고 건수가 834건에서 723건으로 13.3%, 사망자 수는 11명에서 4명으로 63.6% 줄었다고 밝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서울 세종대로에서 동대문역 방면 구간의 제한 속도를 50km로 낮춘 결과 보행자 교통사고가 2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통행 시간은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 공단은 12개 도시에서 13.4km를 이동할 때 속도를 기존 60km에서 50km로 낮춰도 통행 시간은 단 2분만 증가했다고 밝혔다.

부산시 택시 요금 실증 조사에서도 같은 구간에서 요금이 106원밖에 늘지 않는 등 교통 정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교통사고를 줄이자는 기본 취지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선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내 곳곳에 표시된 50km, 30km 속도 제한 표시판 ©서다은 기자
우선 도로별 사정과 실제 운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진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자동차 고가도로나 왕복 8차선 도로와 같이 보행자가 지나갈 일 없는 곳에도 50km 제한 속도가 적용되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시범 운영된 지역에선 교통 정체가 심해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속도를 10km 낮춰도 시간이 2분밖에 늘지 않았다는 실험 역시 출근길이나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에서 신호를 한 번에 받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실험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면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나 신호 위반, 무단횡단 보행자 등 사고 발생 건수가 높은 것들을 먼저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이 집계한 교통사고 원인 분석 데이터를 보면 속도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전체 사고의 0.25%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50km 제한은 경제속도(60~80km)보다 너무 낮다는 지적, 제한 속도 50km는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금방 도달하는 속도이기 때문에 사실상 세수를 늘리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9일 경찰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속도위반으로 계도장을 발급받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급증했다. 지자체에 따라 상황이 다르지만 대부분 3~8배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소식을 접한 한 누리꾼은 "교통량을 생각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선을 그어 표지판 바꾸고 카메라 설치하는 데 돈을 쓰는 것이 맞는 일인지 의문"이라며 "보행자가 위험이 되는 곳은 운전자가 최대한 저속 운행을 하는 게 맞지만, 적어도 왕복 4차선 메인도로부터는 적용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유럽 등의 국가에서 적용하고 있는 법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탁상행정"이라며 "속도 제한으로 사고를 줄이겠다는 단순한 생각보다 운전자, 보행자를 대상으로 한 철저한 교통안전교육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