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하이데거와 부정성의 신학』(동연)이 출간됐다. 이 책에서 저자 이관표 교수(한세대)는 하이데거의 철학 전체를 "죽음-삶" "무-존재" "비움-충만"이라는 역설적 부정성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를 신학에 적용해 현대 허무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신-인 관계를 제언하고 있다.
저자는 철학과 신학이라는 두개의 조각칼을 이용해 하이데거의 철학을 깊이 가늠하는 한편 그 사상에서 부정성의 신학이라는 작품을 빚어낸다.
박숭인 전 한국문화신학회 학회장(협성대 웨슬리창의융합대학 교수)은 추천사에서 "하이데거의 죽음 이해와 무 물음에 전착해 그것의 신학적 의미를 인간학으로, 신론으로, 기독론으로 고찰하고자 하는 학문적 노력과 성찰은 독자들의 정신을 새롭게 깨어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철호 전 한국조직신학회 학회장은 "이 책에서 필자는 죽음과 무의 부정성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에 도전하는 하이데거의 철학에 기초해 죽음과 무의 부정성이 갖는 신학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다"면서 "필자는 죽음의 인간론적 의미, 무의 신론적 의미, 그리고 자기 비움의 기독론적 의미를 새롭게 밝혀냄으로써 새로운 신학의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하이데거와 부정성의 신학』의 목차는 크게 제1부 하이데거의 죽음 이해, 제2부 하이데거의 무 물음, 제3부 하이데거 사유의 신학적 의미와 부정성의 신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무신성의 시대에 직면해 '무성'은 신학이 기피하거나 회피할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신-인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가능조건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초월적 유신론과는 다른 신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오늘날까지 강렬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초월적 유신론은 없을 가능성이 아예 배제된 있기만한 있음, 있음 그 자체로서의 창조주 하나님을 상정하고 있다. 이러한 초월적 유신론의 강점은 인간적 유한성과 구별해 창조주와 피조물의 '질적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신을 고양시킨다는 점이다. 피조물로서의 인간의 위상을 한껏 낮춤으로써 '절대 타자'이신 하나님을 드높이고 찬양하는 것이다. 동시에 신을 사유하는 인간 존재가 인격적이기에 궁극적 실재이신 하나님을 인격적 유비로서 자연스럽게 묘사함으로써 '질적 차이'를 상쇄하면서 신앙인들의 마음에 친근감을 주고 지성적으로 널리 이해되는 대중성을 지닌다는 강점도 지닌다.
하지만 창조주와 피조물의 '질적 차이'를 중심으로 신-인 관계를 설정하는 초월적 유신론의 한계는 그것이 인간과 하나님과의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영원성, 무궁성, 기적적 초능력 등을 담론화하지만 실제로는 시간성, 제약된 공간성, 인과율 등 인간의 유한개념을 확대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른 바 무신론자들의 '인간투영설' 비판이다.
하지만 저자의 '무성'에 기초한 신-인 관계 제언은 이러한 어설픈 유비에 기초한 신인동형동성론적인 신관과는 근본에서부터 구별된다. '무성'은 인격적인 신관에서 유비로 이해되거나 포착될 수 없는 성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