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두 달 사이 두 차례 접종 연기·보류가 발생하면서 안전성과 신뢰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신뢰를 회복하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다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투명·신속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일 현재 학교 돌봄 인력, 취약시설 접종 대상자 등 14만2202명의 접종이 연기됐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종사자와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등 60세 미만 대상자 3만8771명의 접종도 보류된 상태다.
당초 특수교육·보육, 보건교사 및 어린이집 간호 인력 대상 예방접종은 8일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7일 오후 7시30분께 급히 중단 결정을 내렸다. 추진단은 이들의 접종 재개 여부를 11일에 발표할 예정이다.
당국이 백신 접종을 제한한 사례는 지난 2월에도 있었다.
추진단은 2월26일부터 요양병원·시설 내 입원·입소자,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할 예정이었지만, 접종 시작 약 10일 전인 2월15일에 65세 이상 접종은 보류했다. 이들의 접종은 3월22일부터 진행됐다.
두 차례의 접종 제한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안전성과 관련이 있다.
2월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 시험 중 고령층 자료가 부족해 효과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반영됐다.
이번 60세 미만 접종 제한은 국내외에서 잇따른 혈전 생성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 독일과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에서 젊은 여성 중심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혈전 생성 의심 사례가 보고되면서 일부 국가들이 고령층에게만 이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60대 1명과 20대 2명이 혈전 생성 의심 사례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60세 미만 접종 제한은 유럽의약품청(EMA)이 백신 접종과 혈전 생성 간 인과성 검토 결과를 7일(현지시간) 발표하기로 하면서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신속 결정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기 결정에 대해 "8일부터 접종을 시작할 대상자 중 대부분은 젊은 분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가장 하이리스크(고위험) 그룹"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천은미 교수는 "20~30대는 코로나19에 감염이 되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목감기 정도만 온다. 젊은 층이 접종을 해야 하는 건 자녀들이나 지역사회에 감염을 시키지 말라는 이유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따진다면 엄청난 리스크(위험)을 안고 접종하는 것"이라며 "이런 점은 분명히 고려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8일 0시 기준 20~30대 확진자 수는 3만576명이며 사망자는 10명, 위중증 환자는 1명에 불과하다. 이들의 접종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선 안전성 논란을 검증하고 넘어가는 게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접종 중단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백신 신뢰성을 저하하겠지만 대응 과정에 따라 오히려 신뢰성이 향상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어도 장기적 시각에서 보면 정부가 신중한 자세에서 근거를 통한 평가로 설명을 하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8일 혈전 전문가 자문 회의를 시작으로 백신 전문가 자문 회의,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거쳐 전문가 검증을 통해 60세 미만 접종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인류가 처음으로 개발해서 맞는 백신이다. 2분기부터 새롭게 들어올 백신 등을 통해 이상반응과 같은 안전성 논란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
정재훈 교수는 "논란을 통해 발전을 할 수 있다"라며 "문제가 있으면 찾아내고 해결하는 게 과학적인 방식이다.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속·정확하게 설명하는 게 올바른 자세"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