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서울시에 재입성했다. 2011년 서울시장 재임 당시 무상급식 논쟁으로 자리에서 물러난지 10년 만이다. 오 당선자의 재입성으로 향후 서울 시정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2011년 취임 이후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백지화하는 등 오세훈 지우기에 나섰다면, 이번에는 그 반대가 될 전망이다. 박 전 시장이 추진해온 '도시재생사업'을 손보는 등 전면적인 정책 폐기·수정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오 당선자는 당장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1년2개월의 짧은 임기를 고려하면 주요 공약 이행에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35층 규제 확 푼다…1순위 '스피드 주택공급' 시행
서울시의 재건축·재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하던 '35층 룰'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35층 층고 제한은 서울시가 지난 2014년 발표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만들어진 규제로 '박원순표' 부동산 정책의 상징과도 같다. 오 당선자는 1순위 공약으로 '스피드 주택공급'을 내세우고, 서울시 내부에만 존재하는 한강변 아파트 35층 이하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용적률 규제 완화도 공약했다. 규제로 가로막힌 재개발.재건축을 정상화시켜 5년간 36만호의 주택 공급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시동을 걸 수 있는 곳으로 대치동 은마 아파트, 잠실 5단지, 여의도 시범 아파트, 자양 한양 아파트 등을 꼽은 바 있다.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 조직 개편도 예고한 상황이다. 도시계획국과 주택국을 통합해 시장 직속의 조직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11년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월드컵 대교를 신속 준공·개통하고 13년째 공사 중인 동부간선도로를 확장하는 등 '스피드 교통' 공약도 추진한다. 시장 직속으로 '1인 가구 안심특별대책본부'를 설치해 1인 가구를 위한 주택, 복지, 보건 등의 업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중단 가능성도
박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이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재검토 또는 중단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편도 6차로의 서쪽 도로를 모두 없애 광장으로 편입하고, 주한 미국 대사관쪽 동쪽 도로를 7~9차로로 넓혀 양방향 차량통행을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관련 사업에는 모두 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시장 공석 중에도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에 착수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 지난 2009년 오 당선자가 시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700억원을 들여 조성한 광화문광장에 불과 10년만에 800억원을 투입해 다시 뜯어 고치는게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오 당선자 역시 선거 유세 과정에서 "시장 권한대행이 시작해서는 안 될 사업이었다"면서 "이 공사는 정당하지 않고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의회·자치구 민주당 절대다수…정책 추진 걸림돌 우려
야당 후보로 당선됐다는 점은 오 당선자의 정책 추진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의회와 자치구와 협의를 얼마나 잘 이끌어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서울시의회 소속 의원 109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은 101명에 달한다. 자치구 25곳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곳 구청장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각종 조례 개정이나 예산 심의 과정 등에서 시의회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 김인호 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11명은 선거에 앞서 오 당선자를 향해 "실패한 시장"이라며 날선 공격을 펼쳐왔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오 당선자의 주요 정책들이 발목잡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의회는 오는 19일 열리는 임시회에서 오 당선자의 '내곡동 처가 땅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요구안'을 상정해 논의에 들어간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