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올해 1분기 증권가의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진 속에도 휴대폰·가전부문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고, LG전자는 휴대폰 부문 적자에도 생활가전·TV가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6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8%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잠정 영업이익은 9조30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4.19% 증가했다.
이 같은 잠정 실적은 증권가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실적 평균 예상치는 매출 61조539억원, 영업이익 8조9058억원으로 전망했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문은 다소 저조한 실적을 보였으나, IT·모바일(IM) 부문과 소비자가전(CE) 부문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월에 출시한 갤럭시S21이 출시 57일 만에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하는 등 스마트폰 판매 호조가 어닝 서프라이즈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또 갤럭시 버즈 등 마진율 높은 웨어러블 제품의 매출 상승에 따라 IM 사업부가 실적을 이끌었을 것으로 보인다.
CE 부문도 '비스포크'(BESPOKE)를 앞세운 생활가전 제품과 TV의 동반호조로 높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수요 특수를 누렸고, 북미·유럽 시장의 수요가 살아나 프리미엄 TV, 신가전이 선전했다는 것이다.
반면 반도체의 경우 미국 텍사스 정전 사태로 오스틴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분기 3조8500억원, 전년 동기 3조9900억원 대비 수익성이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오스틴 공장 정전 등에도 불구하고 IM부문 호조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21과 갤럭시A 시리즈 판매 호조에 따라 스마트폰 부문 평균 판매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효율적인 마케팅 비용 지출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12년 만에 최대치다.
LG전자는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8조8057억원, 영업이익 1조517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7.7% 39.2% 증가했다고 7일 공시했다.
기존 분기 매출 최대치는 지난해 4분기 18조7808억원이었다. 분기 영업이익 최대치는 지난 2009년 2분기에 달성한 1조2438억원이다. 이번 실적은 당초 시장의 평균 전망치(컨센서스)인 1조2025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LG전자의 '깜짝 실적'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오브제 컬렉션 등 프리미엄 가전 제품 판매가 증가하는 등 TV·생활가전 사업이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8000억원을 처음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에 생활가전 매출이 6조원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도 올해를 OLED 전환의 원년으로 삼으며 판매를 늘리는 등 매출과 이익 모두 선방한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1분기 LG전자의 OLED TV 출하량을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75만9000대 수준으로 관측했다. 증권사는 HE본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장(VS)사업은 완성차 업체의 수요가 회복되면서 매출이 증가해 적자폭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이 출범하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VS사업본부는 올 하반기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
7월 말 사업이 종료되는 휴대폰 사업은 2분기 실적부터 중단사업손실로 반영됨에 따라 올해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투자증권 노경탁 연구원은 "가전 및 TV의 신제품 출시 및 성수기 진입으로 호실적이 예상되며, 스팀가전을 비롯한 위생, 건강 등 신가전 수요 증가로 제품믹스 개선이 기대된다"며 "특히 TV 수익성은 패널 가격 상승에도 OLED TV 및 대형 UHD 등 프리미엄 비중 증가로 기존예상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했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가전과 TV 중심의 홈코노미 수요 강세가 이어지고, 자동차부품이 전기차부품 위주의 체질 개선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며 "(휴대폰 사업 철수로) 연간 1조 400억원의 예상 손실이 제거돼,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부를 제외한 연결 영업이익은 4조 8029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은 올해 LG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을 3조원 후반대~4조원 대로 예측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