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진료 데이터를 활용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진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분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101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77만8000명)과 비교해 23만9000명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6.9%다. 인구 10만명 당 환자는 2020년 1980명으로 2016년(1532명) 대비 29.2% 증가했다.
기분장애 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2016년 4299억 원에서 2020년 6757억원으로 5년간 57.2% 급증했다. 매년 12.0%씩 늘었다.
기분장애는 기분 조절이 어렵고 비정상적인 기분이 장시간 지속하는 장애를 넓게 일컫는다. 기분뿐 아니라 의욕·흥미·수면·식욕·인지 등 넓은 영역에서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박선영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시적인 기분 변화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지만, 기분장애에서는 기분의 이상이 상당한 기간, 한 개인의 전반적인 삶에 악영향을 줄 정도"라며 "개인의 약함이나 의지박약으로 설명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치료와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분장애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울장애, 양극성 장애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기분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를 살펴보니, 우울에피소드 질환(76만6000명), 양극성 정동장애(11만2000명) 두 질환이 전체 기분장애의 86%가량을 차지했다.
기분장애는 보통 사회·심리·생물학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우울장애의 주요 증상은 우울감, 삶에 대한 흥미와 의욕의 상실을 보이며 죽음에 대한 생각에까지 빠져들기도 한다. 수면과 식욕 패턴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많은 경우 불면, 식욕 저하를 보이는 데 반대로 수면 시간이 늘어 온종일 자거나 식욕이 증가해 폭식하는 경향으로도 나타난다. 양극성 장애의 주요 증상은 기분이 들뜨는 조증이다. 경과에 따라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독립적으로, 때로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기분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를 성별로 보면 여성(67만1000명)이 남성(34만5000명)의 두 배 수준이다.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16.8%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16.2%), 50대(14.4%) 등이었다. 다만 성별로 차이가 있어 남성은 20대(18.6%), 60대(14.8%), 50대(14.3%)의 순이고, 여성은 60대(16.9%), 20대(15.9%), 50대(14.5%) 순이었다.
박 교수는 "기분장애 중 가장 빈도가 높은 질환은 주요 우울장애로, 여성에서 남성보다 2배 이상 빈도가 높다. 환자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주 재발하고 이환 기간이 길어지므로, 고령 여성에서 진료 빈도와 기간이 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젊은 층에서 불안 장애, 우울장애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데, 여러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증상의 심각도나 치료와 관련되는 여러 요인(임신·신체적 건강 등)을 고려해, 전기경련 치료나 경두개 자기 자극술(자기장을 이용해 뇌표면에 전류를 발생 시켜 뇌세포를 자극하는 치료술) 등의 치료법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