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원 교수(총신대 명예교수,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가 지난 3일 오륜교회 상반기 교사대학에서 ‘4차산억혁명 시대의 교사 정체성’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전했다.
신국원 교수는 “4차 산업시대 교사 정체성의 핵심은 이 시대를 분별하는 영적 분별력이다. 로마서 12장 1-2절 말씀에 거룩한 산 제자로서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시대를 본받지 말라는 것과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분별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그것이 있어야 다음세대를 이 시대에 에스더와 다니엘 같이 한국교회를 다시 살려낼 수 있는 세대로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농업사회에서 18세기 1차 산업혁명이 처음 일어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는데, 2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가는 데는 1세기, 3차 산업혁명까지는 50년도 안 걸렸다. 다시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데 불과 20~30년밖에 안 걸렸다. 앞으로 혁신의 기간이 점점 짧아질 거라는 것”이라며 “영적 분별력을 갖춰야 하는 교사와 기독교 지도자들이 시대를 빨리 쫓아가지 않으면 이 시대 문화는 막론하고 하나님께서 이 시대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교훈으로 준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인터넷, 유·무선 통신,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이며, 급속도로 팽창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확장이 우리 삶을 바꿔놓고 있다. 이 뒤에 깔린 가장 큰 변화는 지식과 정보를 습득, 활용하는 체계가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지식이 나를 향해 찾아오는 하이퍼리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변화가 열려 있는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교사들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디지털 문화에 대한 이해인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이다.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제, 기술적 혁신 등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뒤처지지 않고 이해를 쫓아가는 게 필요하다. 그러면서 영적인 시선과 방향성을 잃지 않는 게 교사들에게 요구된다. 결국 세상은 누가 어떤 이야기를 어떤 면에서 사람들을 이해시켜서 설득력을 가지고 세상을 끌고 가느냐에 의해서 좌우되기 때문이다. 문화는 물질적인 면도 있지만, 결국 누가 정신적인 방향, 그 뒤에 숨어 있는 영적 방향을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오늘날 4차산업혁명을 끌고 가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4차산업혁명이란 담론을 제시한 클라우스 슈밥, 살아있는 아이언맨이라 불리는 일론 머스크, 베스트셀러 작가 유발 하라리. 이들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러다. 우리는 스토리텔러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스토리텔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라나는 그리스도인에게 미래를 제시하고, 신앙이 무엇인지, 하나님나라를 보게 해 줘야 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인간이 결국 신이 될 것이라는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 이야기가 60개 언어로 번역되어 2천 2백만 부나 팔렸고, 앞으로 더 많이 팔릴 것이다. 그 책을 읽은 사람들도 또 그렇게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러가 된다. 책뿐만 아니라 이런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시민운동을 한다. 이제 신이 된 인간의 책임을 이야기한다. 이건 유발 하라리가 처음이 아니다. 항상 이 세상을 파악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이들이 하나님의 뜻에 상관없는 인간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고, 성경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게 부담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이야기를 삶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건 ‘플랫폼 비즈니스’이다. 이들은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페이스북, 알리바바, 구글 등 이게 비즈니스인데 비즈니스에서 끝나지 않는다. 유발 하라리, 커즈 와일, 클라우스 슈밥, 구글, 아마존 등의 기본 베이스가 물질적인 유물론에 기초해 있다는 것을 꿰뚫어 보는 게 필요하다. 이들은 영적 세계에 관한 관심도, 그리스도의 구속에 관한 관심도 없다. 어떻게 하면 많은 돈과 물질적 풍요를 가지고 편한 삶을 영위할 것이냐를 이야기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인간이 초지능을 갖추고 어떻게 영생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일부 사실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인간 전체에 대한 또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계 전체의 이야기는 아니다. 기술로 축소된 요만한 삶을 가지고, 하나님께서 펼치시고 있는 이 모든 이야기를 자기들의 세계관 속에 가두는 것이라는 것을 간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목할 것은 이 세상이 이런 사람들의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돌아가면 바로 그게 현실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물론 그 끝은 굉장히 파괴적으로 될 것이다. 이미 공산주의, 유물론이 그렇게 하는 것을 봤다 악몽과 디스토피아로 갈텐데, 현실적으로 3천만 부씩 팔리고, 일부는 눈앞에 드러나는 현실로 끌고 가는 데 문제가 있다. 결국 이야기는 세상에 생각을 불어넣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기에, 교육자가 중요하다.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요셉의 이야기, 다니엘의 이야기, 사도바울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결국 세계관은 안경과 같다. 4차산업혁명의 기술과학적인 이야기를 안경으로 쓰고 세상을 보느냐, 하나님의 말씀을 안경으로 쓰고 세상을 이야기하느냐가 관건이다. 기독교 세계관, 성경이 보여주는 특별한 이야기의 핵심은 한마디로 하나님이 살아계신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은 1차, 2차…. N차 혁명이 일어나서 어떤 세상으로 바뀌든,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이 이야기 속에 이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이 살아계시냐를 판단하는 것이다. 단언컨대, 슈밥, 하라리, 커즈 와일의 이야기 안에 사람은 살아있어도 하나님에 관한 얘기는 없다. 그러니 죄와 악도 하나의 부조화, 기술적인 문제로 보고, 결국 기술이 해결할 수 있다는 비전을 얘기할 수밖에 없다. 창조주가 안 계시니까 예수님을 통해 보이신 그 사랑으로 이 세상을 회복시키고 하나님의 영원한 나라로 이끄시는 비전이 없다. 하나님께서 사랑으로 만드신 세상이 인간의 타락으로 망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다스려왔기에 과학기술의 선하고 아름다운 면이 전개되어 온 것이다. 여전히 타락한 인간이 기술도 타락시켜서 엉뚱한 비전을 가지고 사용하고, 그 자체가 신격화되고, 심지어 인간이 신이 되고 영생할 것이라는 4차산업혁명의 유토피아 비전에 대해서 기독교적인 안목을 가지고 통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복음의 렌즈, 성경의 안목을 가지고 세상을 봐야 한다. 그 성경의 안경은 창조의 진리, 타락의 진리, 구속의 진리로 되어 있다. 이 성경의 진리로 세상을 보면 하나님나라가 보인다. 하나님나라가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느냐를 깨닫는 게 교사가 갖춰야 하는 안목이다. 하나님은 코로나, 4차산업혁명 그보다 더한 것을 앞서가면서 일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눈 앞에 것을 넘어서 먼 비전을 갖는 것이 교사에게 필요하다. 믿음은 우리 눈에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게 하는 통찰이 있다. 이게 히브리서 11장 1절에 위대한 신앙의 선언이고, 그것을 갖추고 이렇게 산다고 가르치는 사람이 영적 교사”라고 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꼭 악한 것만은 아니다. 하나님의 선물이라 생각하고,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모든 것이 유익하지 않다는 사도바울의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유익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묻고, 주일학교 교사에겐 이 영적 분별력을 갖추는 게 너무 절실하다. 먼저, 과학 기술에 대해서 영적으로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구속의 진리, 복음의 진리를 들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 나의 삶에 기초한 간증과 신앙적인 모범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칠 때 진리가 전달되는 구조가 교회교육이다. 정보, 지식, 지혜에 있어선 다소 부족하더라도 영적 분별력을 가지는게 이 시대 주일학교 교사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정체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중요하냐면, 지식과 정보를 습득, 활용하는 체계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 하나를 클릭하면 다음 동영상으로 넘어가는 하이퍼링크의 유혹으로 분별력 없이 시간을 쓰게 되면서, 절제라는 덕목이 너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정보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빅데이터가 축적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을 골라서 제시하는 하이퍼리드 시대다. 물건만이 아니라 나중엔 영성도 그렇게 끌고 갈 것이다.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유튜브의 채널들을 몇 개만 클릭하면 다음엔 내가 좋아할 만한 유튜브의 채널들을 보여 준다. 그래서 그것들을 클릭하다 보면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념적 편향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만 늘 듣고, 그렇게 편집되어서 다가오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엔 내가 듣고 보고 판단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하이퍼리드를 통해서 남이 나에게 제시한 메뉴를 섭렵하면서 나의 생각, 영성이 그렇게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이미 대학교수가 갖고 있을 만한 모든 것을 초등학생도 앉아서 검색할 수 있는 정보의 홍수 시대이기에 영적 분별력이 너무 중요하다. 그런 시대에 꼭 기억해야 할 하나님의 말씀은 너희 몸을 산 제사로 드리라는 것, 즉 일상에서 드리는 우리 삶의 예배이다. 그리스도의 피로 거룩해지고 변화된 우리가 다음세대에게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영적으로 분별하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은 영적 분별력이다. 우리는 이 세상 속에 살지만, 이 세상에 속한 사람들은 아니다. 에스더와 같은 다니엘과 같은 영성을 갖춘 다음세대로 키우기 위해 우리 세대가 제대로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데, 우리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영적 건강함이다. 우리는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물론 성경의 내용을 전달해야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사는 진리가 무엇인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세상의 스토리텔러들이 열심이 있고, 천재적인 통찰과 이 시대 첨단미디어를 갖고 일하기에 긴장이 되지만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에겐 기도의 무기가 있고,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손과 발이 있고, 무엇보다도 그들을 향한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 그것이 엄청난 힘이고, 하나님께선 그것을 통해서 역사하신다. 예수님께서 특별히 교사로서 우리에게 부탁하신 것은 내 양을 먹이라는 말씀이다.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으로 인격적인 목자의 역할을 이 시대에 잘 감당하는 교사들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