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가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시민 10명 중 9명은 투표 의향을 밝혀 역대 재보궐선거와 비교해 투표율이 최고치를 기록할 것인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여론조사 공표·보도 금지일을 앞두고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서울 만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3월30~31일 이틀간 조사한 결과, 4·7 재보궐선거에서 투표 의사를 보인 응답률이 95.2%에 달했다.
"반드시 투표할 것"(84.0%)이라는 응답이나 "가능하면 투표할 것"(11.2%)이라는 응답이 과반을 훨씬 넘어 압도적으로 높은 데 반면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는 3.7%였다.
일반적으로 평일에 치러지는 선거의 특성상 재보선 투표율은 다른 전국 단위 선거에 비해 낮은 편이어서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이 50%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이 재보궐선거에 적극적인 투표 의향을 보인 배경에는 정권심판의 정서가 강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집권 4년을 넘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연달아 정책이 실패하거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민심 이반을 불러오게 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같은 대형 악재가 선거 직전 터지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결국 '심판'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3년 전 6·13지방선거 때와 달리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양자 대결 구도가 명확하다는 점도 투표율이 상승하는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진 않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 열린민주당 김진애 전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금태섭 전 의원과 같이 제3지대 후보들이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모두 거대 양당에 흡수되면서 이번 선거에서 무당층 혹은 부동층이 발생할 소지를 이전보다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보선 유력 후보군이 박영선(민주당)·오세훈(국민의힘) 양자 대결구도로 압축되자, 선거전도 자연스레 보수와 진보 진영의 이념 대결 양상이 뚜렷해진 상황이다. 양당의 전통 지지층 중에서 어느 쪽이 더 결집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보선 투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전투표율이 이번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할 수도 있다.
본투표 당일인 4월7일은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는 평일인 만큼 투표권을 행사하는데 제약을 받을 수도 있어, 일부 유권자들은 주말이 포함된 4월2~3일에 미리 사전투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도 사전투표 결과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 지역구가 적지 않았던 만큼 이번 보궐선거에도 사전투표를 당락을 가르는 변수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사전투표 의사를 보인 응답자 비율은 42.4%로 본투표일(53.5%)과 큰 차이가 없었다.
60세 이상 유권자를 제외하면 전 연령대에서 사전 투표일에 투표를 하겠다는 응답률이 40% 이상이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 41%, 30대 49.2%, 40대 54%, 50대 49.4%로 나타났다. 최근 2030세대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반면, '운동권 세대'인 40~50대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해 사전투표에서 세대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사전투표와 본투표 의향을 묻는 조사에서 30대(49.2%, 43.7%)와 40대(54%, 45.5%), 50대(49.4%, 48%)는 사전투표를 택한 비율이 더 높았다. 60세 이상 노년층에서만 4월7일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70.5%로 사전투표(26.7%)를 택한 응답률보다 훨씬 높았다. 이 같은 경향은 보수 야권 일각에서 사전투표 조작 의혹이 불거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019년 4월 창원성산 재보궐 선거 투표율이 51.2%가 나왔는데 여영국 정의당 후보와 자유한국당 후보가 1% 차이 났다"며 "거기가 원래 진보의 성지라 여 후보가 리드를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건 투표율이 높아서다. 이번에도 50%가 높으면 오세훈이 이길 것으로 보이지만, 30%대일 경우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예년보다는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40%를 웃돌 것"이라며 "사전투표율이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하다기보다는 어느 지역에, 어느 연령층이 사전투표율에 나서느냐가 여야 유불리 잣대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2021년 2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으로 성별·연령대별·권역별 인구 비례에 따른 림 가중(Rim Weight)을 이용해 가중치를 적용했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ARS) 조사 방식이며 유선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 프레임과 통신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 프레임 표집틀을 통한 유선(10%)·무선(90%)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0.0%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