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탐방] 고잔제일교회 한기동 목사 "살아있는 복음이 중요"

교육·학술·종교
김은혜 기자
grace@chdaily.co.kr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에 위치한 고잔제일교회(담임 한기동 목사)는 한국건축가협회가 뽑은 한국의 10대 교회에 선정되고 드라마 궁S에도 나올 만큼 유명한 전원교회다. 쓰러져가던 이 시골교회가 어떻게 먼 거리 도시에서 찾아와 700명 이상의 성도들이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하게 된 것일까?

한기동 목사(60)와의 만남은 '복음이라는 본질만 붙잡아도 교회는 성장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한기동 목사는 "교회엔 복음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1989년 고잔제일교회의 제7대 목사로 부임한 한기동 목사는, 첫날부터 힘들어서 날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한 목사는 공부를 계속해 볼 계획을 가지고 수도권 지역에 섬길 교회를 찾던 중 선배의 권유로 이곳으로 왔다. 그러나 흙벽돌로 지은 17평의 초라한 예배당과, 낮에도 불을 켜지 않으면 어두워 책을 볼 수 없는 사택 앞에서, 사모와 어린 자녀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함으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한 목사는 공부는 고사하고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돌아갈까도 고민했지만, "이미 두 번의 개척 경험이 있으니 여기서도 잘할 것"이라는 사모의 위로와 "내가 이곳에서 너를 불렀노라"는 하나님의 음성에,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기로 결단하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40가구의 고령화된 농촌 지역의 교회라 사역이 쉽지는 않았다. 젊은이들은 다 도시로 빠져나간 상태였으며, 20여명도 되지 않은 교인들 중에서도 농사를 그만두고 도시로 나가려고 고민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에 한 목사는 고향교회 찾기 운동, 인근교회로 떠난 성도들에게 편지 쓰기, 초등학교 동창 초청하기 등 교회 부흥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또 13년간 6명의 목회자가 이곳을 거쳐갔기에, 성도들에게 자신은 항상 함께할 목자라는 믿음부터 심어줬다. 그렇게 3년이 지나니 성도들이 늘기 시작했다. 오히려 읍내에서 찾아오거나 결혼한 이들이 배우자를 데리고 이 두메산골의 시골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한 목사는 "내세울 외모도 아니고 교단도 작고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 자연스럽게 하나님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뿐이었기에 하나님께 매달렸다"며 "'당신이 실체고 나는 그림자이며, 주님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인생이니 나를 붙들어 주소서'라고 기도했더니 그대로 됐다"고 고백한다.

고잔교회는 정원교회로 알려지며, 벤치마케팅을 위해 다수의 교회와 성도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잔제일교회

성도들이 늘어나며 예배 공간이 턱없이 좁아져, 한 목사와 교인들은 교회 건축에 나섰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마을 주민들도 나서서 벽돌 쌓는 것을 거들었다. 10일씩 무보수로 와서 돕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직접 돌담을 쌓아 7,000평의 아름다운 동산 위에 세운 고잔제일교회는, 솔향기가 가득한 산책로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봄이면 영산홍 축제를 통해 지역주민들과 친교하는 장이 됐다. 붉은색 천연석재로 지은 '빛과 사랑' 카페는 성도들은 물론이고 인근 지역민들도 즐겨 찾는 지역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출석 성도가 늘며 먼 곳에서 오는 이들도 더욱 많아졌다. 평택 뿐 아니라 서울·분당·일산·안산·안중 지역에서까지 찾아온다. 이에 한 목사는 예배 설교 준비에 모든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한기동 목사는 "대다수가 먼 거리에서 교회를 찾다 보니 설교 외 교육 프로그램이 없다"며 "예배 말씀으로 1주일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영적인 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주일예배 설교에 전부를 걸고 있다. 말씀은 뒷전이고 인간적 교제만 하고 끝나면 하나님과의 만남이 실패한 예배가 되기에, 확실한 복음을 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설교를 통해 교인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살아있는 복음'이다. 그의 설교는 예화는 전혀 없이 성경말씀만 가득하다.

한 목사는 "보이지 않는 것을 실상으로 형체화시키는 믿음으로 선포만 하면, 하나님의 말씀은 역사하는 힘이 있어 무기력증과 열등감, 패배주의에 빠진 성도들에게 무한한 동력을 공급해 다시 일어서게 한다"며 "설교자는 말씀의 통로를 따라 그 운동력이 영혼에 공급되도록 촉매 역할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특히 고잔제일교회는 2-30대가 많다. 한 목사는 "젊은이들과 과거와 현재에 대한 생각과 느끼는 바는 다르지만,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으면 미래는 같이 꿈꿀 수 있다"며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사회 속에서 겪는 갈등들이 심한데, 이런 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술·담배·소속감이 아니다. 내가 누구냐가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하나님의 은혜를 입어 능력이 그들 속에 들어가면 모든 것에서 자유함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우겨쌈을 당해도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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