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AZ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 중에 혈전이 발생한 첫 사례가 보고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AZ 백신 접종과 혈전 생성의 연관성이 있는지 묻는 질의에 “사망 사례 중에서 한 건 정도가 부검 소견에서 보고된 게 있다”고 처음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정 청장이 국회에서 답변하기 전까지만 해도 “AZ 백신 접종과 (유럽 등지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혈전과의 관련성이 확인된 사례는 아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정 청장이 국회에 나와 “혈전 생성 사례가 있다”고 서로 다른 말을 함으로써 가뜩이나 불신 받고 있는 백신 안전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오후 논란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듯 AZ 백신 접종 후 사망한 60대 여성의 몸에 혈전이 발생했으나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혈전’이 아닌 ‘흡인성 폐렴’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사망자를 진료했던 의료진의 사인 판단이 그렇다고 했다.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사망자의 몸에서 혈전이 발견된 것은 맞지만, 이것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방접종 피해조사반도 해당 사례에 대해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낮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의 이 같은 발표 결과를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사망한 환자의 사인이 ‘혈전’ 때문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것은 단순히 의료진의 추정 소견일 뿐 아직 백신 접종과의 인과 관계나 진행 중인 부검 결과를 토대로 나온 결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중곤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장도 17일 백브리핑에서 이런 문제를 일부 시인하는 듯한 표현을 했다. 김 반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장기간 기저질환이 있는 분이고, 의무 기록상 다른 사망원인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 있어서 예방접종보다는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고 했다. 이 말은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 어떤 것도 추정일 뿐이라는 말로 들린다.
유럽은 AZ 백신 접종 후 뇌혈전이 생겨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접종을 중단하는 나라가 20여 개국을 넘어섰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15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정부 차원에서 AZ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덴마크와 노르웨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불가리아 등도 AZ 백신의 접종을 중단한 바 있다. 아시아에서는 태국, 인도네시아 등이 안전상의 이유로 AZ 백신 접종을 일시 연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국회에서 밝힌 대로 백신 접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15일 발표한 ‘2분기 예방접종 시행계획’에 의하면 다음 달부터 75세 이상 고령층을 시작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접종이 시작되는데 75세 이상에게는 화이자 백신이, 65세 이상 74세 이하에게는 AZ 백신이 투여된다.
사실 AZ 백신 안전성 논란은 백신 도입 초기부터 있어 왔다. 정부가 화이자 등 미국 FDA 승인이 난 백신 확보에 실패해 ‘꿩 대신 닭’ 식으로 안전성과 효용성이 검증되지 않은 AZ 백신을 구매하면서 논란을 부채질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AZ 백신이 다른 백신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특별히 안전성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뇌혈전 등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정밀한 조사와 검사과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접종 대상자들이 근거 없는 풍문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더라도 접종 후 만에 하나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도 100% 보장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유럽의 20여 개국이 AZ백신의 접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EU의 전문가들은 “부작용이 결과적으로 백신접종의 효과를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접종중단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는 만 65세 이상에 대한 AZ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첫날인 오는 23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백신을 접종하는 장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5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 내외가 AZ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공개하는 것은 “일각의 안정성, 효과성 논란을 불식시키고 솔선수범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고위공직자들이 앞장서 본을 보이고 솔선수범하는 것은 모두가 환영하고 박수칠 일이다. 그러나 “내가 먼저 맞을 테니 불안해하지 말라”는 뜻과 의도라면 차라리 백신 접종이 시작된 첫날, 즉 2월 26일에 맞는 게 더 효과적이고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 국가원수들처럼 말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AZ 백신 접종 후 혈전 생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나 직접적인 사인이 되었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투명하고 신속한 공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국민적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나비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 국민은 대통령이 국민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위민(爲民)정신을 기대하고 있다. 아주 작은 부작용이라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더 철저히 조사하고 검증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길 밖에는 국민적 불안감을 가라앉히고 의료현장의 혼란을 막을 다른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