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지역 자선냄비에 올해도 9일 익명의 후원자가 1억570만원권 수표를 넣었다고 구세군측이 발표했다.
명동에서는 지난해 12월 4일에도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남성이 흰 봉투를 자선냄비에 넣고 사라졌는데, 봉투 안에는 1억1천만원권 수표가 들어있었다. 구세군 측은 지난해와 올해 후원자가 동일 인물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장에서 모금하던 홍선옥 학생은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년의 후원자께서 자선냄비에 봉투를 넣으시면서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꼭 써달라'고 말씀하셨고, 제가 '감사합니다' 하고 답하던 도중 택시를 타고 가 버리셨다"며 "제가 봉사하던 도중에 이렇게 큰 액수의 기부를 하신 '얼굴 없는 천사'의 얼굴을 직접 본 것에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 봉투에는 '신월동 주민'이라고 자신을 밝힌 기부자의 아래와 같은 사연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평생에 부모님은 이웃에게 정도 많이 주시고 사랑도 주시고 많은 것을 나눠 주셨습니다. 그러나 호강 한 번 못하시고 쓸쓸히 생을 마감하시고 고인이 되셨습니다.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작은 씨앗 하나를 구세군님들의 거룩하고 숭고한 숲속에 띄워 보냅니다." '신월동'은 부(富)와는 거리가 먼 동네다.
박만희 사령관은 "27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에도 가장 따뜻한 정성과 사연을 전해주신 후원자님의 뜻대로 외롭게 지내는 노인들의 복지와 돌봄을 위해 후원금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