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 없는 이유

오피니언·칼럼
칼럼
김희선 본부장

이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우리나라에는 개별 차별금지법이 존재한다. 장애인 차별금지법, 연령 차별금지법, 비정규직 차별금지법, 고용상 성 차별금지법 등이 차별금지 사유별 또는 차별금지 영역별로 차별을 규율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제정되어 있다.

다양한 차별금지 사유 및 차별금지 영역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일반적 차별금지법과 함께 각각의 개별적 차별금지 사유나 차별금지 영역을 규율하는 몇 가지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동시에 제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막아내는 데 비효율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재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복합차별에 대해서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는 막기 힘들다는 이유다.

과연 복합차별 때문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것일까? 사실 이미 한국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존재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은 나라는 ‘일본’과 ‘한국’ 뿐이라는 주장을 하지만 사실 ‘국가인권위원회법’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살펴보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에 대한 19가지의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다른 가장 큰 차이는 ‘법적 구속력’에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경우,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의 결정만 할 수 있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벌금 등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는 이들은 이 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주장 역시 문제가 있다. 보통 인권위원회법을 일반적 차별금지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함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있다.

호주의 경우, 인권위원회법과 함께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연령 차별금지법, 장애 차별금지법, 인종 차별금지법, 성 차별금지법 등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적 차별금지법과 함께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마련되어 있음으로써 차별의 시정을 강화하는 면에서 현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의 국가들이 평등법과 유사한 법이 존재한다고 말하지만 기본적으로 차별을 반대한다는 내용은 같지만 각 나라의 형평과 방향에 따라 내용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영국에는 평등법(Equality Act)이 있고, 독일에는 일반평등대우법(General Equal Treatment Act)이 있다. 또 호주와 캐나다도 차별금지법(Discrimination laws), 인권법(Human Rights Act) 등의 이름으로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법들이 있다. 미국의 민권법(Civil Rights act)도 차별금지와 평등에 관한 대표적 입법례이다.

이런 각 국의 실례를 돌아본다면 엄연히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존재하고 있는 한국에 인권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 이들의 뇌리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존재한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현재 한국교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성애’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현재 발의되어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나 발의를 예고하고 있는 일명 ‘평등법(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등의 법안에서는 헌법에 규정되지 않는 제3의 성까지 규정하고 이를 성별의 범주에 포함시켜 놓았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들처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32개 회원국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가운데 ‘제3의 성’을 인정한 국가는 ‘호주, 독일, 뉴질랜드’ 등 3개 국가 뿐이다. OECD를 넘어서도 ‘네팔’을 포함해 전 세계 4개 국가만 ‘제3의 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제3의 성’을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포함시키려는 이유는 결론적으로 동성애를 옹호하기 위한 방향이라는 것 외에는 다르게 설명할 수 없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의해 ‘자신의 성별은 정해진 것이 아니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라는 교육이 진행되다 보면 반동성애 교육은 금지하고, 동성애 옹호, 조장 교육은 허용하게 되는 것으로 ‘제3의 성’이 허용되는 것이 곧 ‘동성애’ 조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차금법)에 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47.7%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다. 그 원인은 ‘동성애’에 있다. 많은 수의 국민들의 입장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은 반대하고 있으나 ‘동성애’나 ‘동성애 조장’ 자체에는 반대 입장이 높다는 결과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고 해서 차별을 찬성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는 이들은 두 가지 프레임으로 접근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는 이들은 차별은 반대하는 사람들이고, 제정을 반대하는 이들은 차별은 찬성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교회는 차별을 찬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차별을 반대한다. 성경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평등한 존재로 규정하고 있고 이 때문에 인간은 본래 혈통에 의해 차별화된 신분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하나님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차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독교의 고유사상이다. 교회의 출발 역시 1세기 로마 제국이라는 인종적, 성적, 계급적 불평등 사회에서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 됨을 통해 평등 공동체의 이상을 추구하면서 형성되어 왔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법’으로도 충분히 차별을 막아낼 수 있다. 이마저 부족하면 ‘개별 차별금지법’으로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결국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동성애’를 합법화 시키는 결과 외에는 다른 방향이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기독교의 사상이나 역사를 돌아보면 기독교는 차별을 반대하며 평등을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독소조항 때문이다. 차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한 사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차별하는 일명 ‘역차별’의 시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그와 같은 ‘역차별’의 시대를 거부해야 한다. 건강한 다음세대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김희선(동성애, 포괄적 차별금지법 천만인 서명운동본부 본부장)

#김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