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차관급 공무원이 세종시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일명 '벌집'(투기용 조립식 주택) 인근에 땅과 건물을 매입해 투기 논란이 일고 있다.
차관급 공무원 A씨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청장을 역임했으며, 행복청은 세종시 신도심 내에서 이뤄지는 도시계획 수립, 광역도시계획 허가 등을 최종 집행하는 기관이다. 지난 2006년에 설립됐다.
투기 의혹이 불거진 곳은 최근 논란이 된 세종 스마트 국가산단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으며, 행정구역상으로는 봉암리로 대지 622㎡(188평), 건물 246.4㎡(74.7평)다.
의혹이 불거진 곳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본 결과, A씨는 지난 2017년 11월 건물과 토지를 가족 3명과 함께 공동으로 9억 8000만원에 매입했다.
매매 시점인 2017년 11월은 A씨가 행복청장을 그만 뒤 4개월 후로 업무와 관련 사전 정보를 취득해 매매하지 않았겠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 A씨는 투기 등 관련 의혹 전체를 부인하고 있다.
15일 A씨는 "스마트산단 개발 주체는 정부와 세종시지 행복청 업무와는 전혀 관련 없다"라며 "국토부에 근무할 당시 구입한 과천 집을 공직자 1가구 2주택으로 처분해야 할 상황에서 투기를 하려면 차라리 과천 집을 그대로 두는 것이 이익이 더 많다"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한 "과천에 있는 집을 처분하고 그 돈으로 세종시에 정착할 곳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매물이 나와 취득한 것이다"라며 "도리어 신도심 아파트를 구입하면, 업무 관련성이 문제될 것 같아 피해서 면 지역에 (땅을) 구입했다. 정상적인 거래기 때문에 투기 의혹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이와는 다른 의견을 내 놓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스마트산단으로 진입하는 주 입구로 예정지에 속하지 않는 곳이지만, 이런 곳이 향후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소위 노른자위 땅이다"라며 "인근 여건도 국도 1번 국도 인접지며 세종시 신도심과 차로 불과 10~20분 거리로 조건이 우수한 지역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중 하필 그곳을 찍어 구입한 정황을 보면 정보를 미리 알지 못했으면 살 수 없는 곳이다"라며 "산단 예정부지 수십채 벌집과 쓸모없는 맹지인 야산에 수백명이 공동 등기 한 것을 보면 이곳이 투기의 장이 됐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세종 스마트산단 예정지에는 소위 '딱지'라는 입주권을 받기 위해 지어 놓은 조립식 주택인 벌집이 산단 예정지 발표 전 6개월 전부터 수십채가 집중적으로 지어졌다. 또한 벌집과 불과 수km 떨어진 한 야산에 2살 유아가 포함된 766명이 등기되면서 투기 의혹으로 극심한 몸살을 겪고 있다.
부동산 투기 정황이 이렇게 확산되자 세종시는 지난 주 관련 산단과 시 공무원이 연루됐는지 전수 조사를 한다며 조사단을 꾸렸다.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지난 14일 시청 공무원 B씨가 국가산단 후보지 발표 직전 연서면 와촌리 일대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자진 신고했다. 시는 해당 직원 B씨에 대해 업무 배제 조치하기로 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