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정부와 국회는 2020년 12월 말까지 대체입법을 만들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여 헌법정신과 국민의 생명이 소홀히 되지 않도록 개정안을 만들 책임이 있다. 정부 관련 부서에서 여러 단체의 의견을 취합하여 법무부와 보건복지부가 형법 개정안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을 발표한 시기를 볼 때 다분히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순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개정안을 내놓았다. 국회에서도 여러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다. 병합심의를 통해 법안이 상정되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여러 가지 딴 곳에 정신이 팔려 급기야 법정 입법시한을 넘겨 버렸다. 태아의 생명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법이 없는 공백상태’에 놓여 버렸다. 법사위원회가 법안 심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행여 2021년 2월 임시국회에서 다루어지길 기대했지만 심의가 되지 않았다. 4월 임시국회 심의안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지만 아직까지 낙태죄 개정안을 다루겠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세계 195개 유엔회원국 중 3분의 1인 131개국(67%)은 임산부의 요청에 의한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나머지 국가 중 62개국에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낙태를 허용한 국가도 전면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12주 이내에서 허용하고 있다. 인간의 생명을 죽이고 살리는 일이기에 국가가 법으로 기준과 과정을 정해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개정안의 경우 14주까지 전면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실제 임신 12주까지 95.3%까지 낙태가 이루어지고 있어 살아남을 태아가 거의 없을 것 같다.
2019년 미국 생명운동단체에서 생명의 시작이 언제부터라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을 한 결과 약 67%에서 심장박동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2020년 10월 여론조사를 해본 결과 68%가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내외) 시기를 생명의 시작으로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9년 미국 시카고대학 스티브 박사가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기관에 설문을 보내 5,577명의 생물학자들에게 생명의 시작을 물어본 결과 96%에 해당하는 5,337명이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수정되는 순간부터 생명이 시작 된다는 응답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중요하지만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생명권은 임부의 생명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1973년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손을 들어준 미국은 지금까지 6천2백만 명이 넘는 태아가 죽임을 당했다. 서로 비교해서는 안 되는 가치를 출동시킨 결과, 반생명문화가 생명문화를 훼손시켜 버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5개월간 약 1,700명의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 2020년 12월 29일, 코로나19로 일일 사망자수가 40명으로 최대에 이를 때도 있었다. 온 국민이 모든 생활을 중단해 가며 혼신의 힘을 생명 지켜가고 있다. 2018년 산부인과 의사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낙태수술 건수가 하루에 3,000건에 달한다고 하고, 보건사회연구원은 낙태 건이 연간 5만 건 정도라고 발표했다(365일로 환산하면 하루에 137명이 죽어가고 있다). 실제 보고되지 않는 수술건수를 감안한다면 그 이상의 낙태수술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보다 훨씬 많은 생명이 낙태를 통해 매일 죽어가고 있다.
이명진(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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