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판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대권구도도 요동치고 있다.
검찰총장직 사직 후 첫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종전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면서, 여권 내에서 본격적으로 제3후보론이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5일 실시된 TBS 의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는 윤석열 전 총장 32.4%, 이재명 지사 24.1%, 이낙연 민주당 대표 14.9% 순이었다. 윤 전 총장은 같은 기관의 지난 1월 조사 대비 2배 가까이(17.8%포인트) 올랐다.
6~7일 이틀간 실시된 문화일보 의뢰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은 28.3%로 이 지사(22.4%), 이 대표(13.8%)를 제쳤다. 총장직 사퇴 후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수직상승한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상승세가 꺾이며 일격을 맞은 상황이 됐다.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서울·경인 등 수도권에서도 윤 전 총장이 앞서는 양상도 나타났다. 30% 벽을 넘기 전에 '복병' 윤 전 총장을 만난 상황이다.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윤 전 총장은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을 제하고서도 서울(29.2%)과 경기·인천(26.9%), 대전·세종·충청(27.6%)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중도층에서도 윤 전 총장(31.3%)이 이 지사(21.8%)를 앞섰다.
윤 전 총장의 부상은 이 지사에게 위기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반(反)문재인 성향인 윤 전 총장이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 경우 인물보다는 '진영 대결'로 구도가 짜일 수 있어 여권 내 다른 후보들이 부상할 공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지사가 친문 주류와는 거리가 있는 비주류인 것도 이 같은 제3후보론에 힘을 싣는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총선 직후 4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이래 이어지던 하락세를 돌려세웠다. 당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치러지는 4·7 재보궐선거를 총력 지원함으로써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윤석열 변수가 이 지사에게 마냥 위기로만은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위협적인 야권 주자로 부상할수록, 여권 지지층에게 주류·비주류 계파 안배보다는 '본선 경쟁력'이 판단 잣대로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역설이다. 이 경우 이 지사가 지지율 하락폭을 최소한도로 틀어막고 윤 전 총장과 접전을 펼쳐야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여당의 핵심 기반인 호남에서 이재명 지사(31.8%)가 여전히 높은 지지를 받으며 같은 당 이낙연 대표(24.0%)를 앞서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이 지사 지지는 45.2%로, 이 대표(28.9%) 보다 높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전 총장과 이 지사가 상대적으로 야당 성향이 강한 지지층에서 겹치기에 양측의 지지율이 시소처럼 등락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친문 후보를 내세운다고 해서 새로운 지지층을 창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확장성 문제를 짚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