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장의 현대적 해석에 의한 ‘알파 창조론’(10)

오피니언·칼럼
칼럼

6. 다섯째 날의 창조: 물고기와 새

허정윤 박사

모세는 창조 다섯째 날 하나님이 “물들은 생물로 번성케 하라 땅 위 하늘의 궁창에는 새가 날으라”(יֹּאמֶר אֱלֹהִים יִשְׁרְצוּ הַמַּיִם שֶׁרֶץ נֶפֶשׁ חַיָּה וְעֹוף יְעֹוףֵף עַל־הָאָרֶץ עַל־פְּנֵי רְקִיעַ הַשָּׁמָיִם׃) 하시니, 물에서 번성하는 어류들과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새들이 종류대로 창조되었다고 서술했다(1:20). 기독교인들은 창조주 하나님이 ‘네페쉬 하야’(נֶפֶשׁ חַיָּה: 생물)를 종류별로 창조하셨다는 서술을 의심 없이 믿는다. 창세기에 의하면 ‘네페쉬 하야’에 속하는 것들로는 이 구절에서 말하는 어류와 조류, 그리고 여섯째 날에 만들어진 땅의 생물(1:24)이 있다. 그것은 ‘살아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창세기에서 식물은 ‘네페쉬 하야’로 취급되지 않는다.

조르쥬 퀴비에(Georges Cuvier, 1769-1832)는 고대 지층에서 발견된 생물 화석들이 동물군에 따라 해부학적 구조가 다른 것을 발견하여 고생물학의 창시자가 되었다. 그는 라마르크(Jean-Baptiste Lamarck, 1744-1829)가 『동물철학』(1809)에서 발표한 용불용설에 의한 진화론을 맹렬히 비난했던 기독교인이었다. 그는 생물의 종(種)들이 창조 이후에 변화를 겪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대가 다른 지층에서 격변의 흔적을 다수 발견하고, 제임스 어셔 주교의 기원전 4004년 창조설을 강력히 비판했다. 퀴비에가 죽은 뒤, 마르크스-엥겔스의 공산주의 유물론과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했다. 그것들이 합세하여 과학적 무신론으로 발전하면서 그 위세는 더욱 강력해졌고, 기독교는 그 세력에 밀려 점점 쇠퇴했다.

현대 고생물학은 과학적 무신론자들에 지배되어 진화론 지지에 앞장서는 학문이 되고 있다. 그들이 그려놓은 ‘생물의 계통수’를 보면, 바다에서 하나의 원핵생물이 화학작용으로 생겨나서 번성했고, 그 가운데서 진화한 진핵생물이 다세포의 수중 동물과 수중 식물로 계속 진화했다. 수중 생물이 육지로 올라와서 육상 생물로 진화했다. 그들은 조류가 쥐라기 시대에 깃털 공룡이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에 의하면 생물은 진화하면서 새로운 종으로 분기하게 되고, 분기한 종은 새로운 공통조상의 계통을 따라 계속 진화한다. 그들은 지구 생물 최고의 공통조상을 LUCA(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고 이름 지었다.

근대 생물 분류학의 원조 칼 린네(Carl von Linnaeus, 1707-1778)는 루터교 목사의 아들이었다. 그는 생물을 식물과 동물 2계로 나누고 각계를 5계급(계>강>목>속>종)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현대 생물학의 분류 체계는 1977년 칼 우즈(Carl Woese, 1928-2012)가 제안한 각 생물의 리보솜 RNA 염기서열에 따라 고세균을 독립된 “역”으로 분류(진정세균역, 고세균역, 진핵세균역)하고, 그 밑에 6계(진핵세균역에 4계-원생생물계, 동물계, 식물계, 균계, 그리고 진정세균계, 고세균계)로 나눈다. LUCA는 그동안 계통별로 8계급(역>계>문>강>목>과>속>종)으로 진화했다.

기독교의 창조론은 과학적 무신론에 맞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문제는 LUCA가 물질에서 화학작용으로 발생했으므로 창조주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반론하는 것이다. 둘째 문제는 생물의 종류별 창조를 부정하고 진화론을 수용하는 경향이다. 기독교는 1860년 옥스퍼드 논쟁에서 윌버포스(Samuel Wilberforce, 1805-1873) 주교가 ‘다윈의 불독’으로 불리던 토마스 헉슬리(Thomas Henry Huxley, 1825-1895)에게 패배한 이후, 그 문제들에 대해서 전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교회가 아직도 ‘고대 히브리인들의 우주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 무신론자들은 기독교를 말살하고, 그들이 우리우주의 지배자가 되려고 한다. 기독교가 그런 위기에 몰린 것은 과학은 계속 발전했던 데 반해, 기독교의 창조론은 ‘고대 히브리인들의 우주관’에 사로잡혀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틈새 사이로 진화론을 수용하는 기독교인이 늘어난 것에도 교회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독교가 미래에도 존속하려면, 과학적 무신론이 사실이 아닌 허구적 가설임을 입증하는 한편, 하나님의 존재와 그의 창조를 과학적 사실에 맞게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설명과 반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근본주의자들처럼 교회에서 유신진화론을 직접 비판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유신진화론은 기독교 창조론이 과학적 무신론에 승리하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다. 대적인 과학적 무신론을 내버려 둔 채, 반쪽이나마 믿음을 가진 형제를 공격하는 것은 무익한 일이다. 만약 그들 중에 하나라도 실족케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을 그 목에 달리우고 바다에 던지움이 나으리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경고를 기억해야 한다(마18:6, 막9:42).

알렉산더 오파린이 『생명의 기원』(1936)에서 주장한 것처럼, 과학적 무신론자들은 지구 생명이 원시지구의 바다에서 물질의 화학적 진화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오파린이 장담했던 인공생명의 제조가 성공하지 못하면서 과학적 무신론은 점차 이론의 근거가 무너지고 있다. 과학적 무신론을 지지하지 않는 과학자들은 유신진화론 또는 ‘외계 생명 기원설’을 주장한다. ‘외계 생명 기원설’의 대표적 인물은 1953년 DNA 구조를 발견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크릭 (Francis Crick, 1916-2004)이다. 유신진화론을 대표하는 과학자는 인간게놈 연구와 DNA 지도를 만든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던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S. Collins, 1950- )이다. 콜린스는 『신의 언어』(2006)에서 바이오로고스(biologos)설을 주장했다. 그들은 모두 지구에서 생명이 물질에서 저절로 생겨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던 과학자들이다.

크릭은 생명의 개념을 뇌신경에서 발생하는 의식현상으로 보았으나, 그 기원에 대해서는 지구에서 자연발생한 것이 아니라, 외계 생명체의 것으로 주장했다. UFO 등의 외계 생명체 지구 도래설을 믿고 있는 자들이 그의 추종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 무신론을 부정하고 있지만, 창조자의 정체성을 설명하지 않는 점에서 지적 설계론도 같은 계열로 볼 수 있다. 콜린스는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지휘하면서 DNA 구조를 연구한 뒤에 지구 물질이 화학작용으로 생명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가 주장하는 바이오로고스설은 신이 진화의 방법으로 생명을 창조한 이후에 방치했다고 보는 유신진화론적 견해이다. 사도 요한의 창조주 지구 임재설은 창조론을 부정하는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3가지 가설들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기독교적 관점이다. (계속)

허정윤 박사(알파창조론연구소, 창조론오픈포럼 공동대표)

#허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