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표류하던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타결됐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직접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지 이틀 만에 나온 소식이다.
외교부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 양국 협상대표들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해 그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협의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한미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를 수석대표로 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회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지난해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7차 회의가 진행된 지 1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됐다.
외교부는 "양측은 내부보고 절차를 마무리한 후 대외 발표 및 가서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조속한 협정 체결을 통해 1년 이상 지속되어온 협정 공백을 해소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번영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과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측 외교관을 인용해 "한미 양국은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둘러싼 분쟁을 해결할 새로운 협정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협정은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증액"에 대한 내용이 담겼으며 "2026년까지 유효하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미국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주둔국(한국)의 의미있는 인상안"이 협상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우리의 안보와 번영을 증진시키기 위해 민주적 동맹을 부활시키고 현대화하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약속을 반영했다"고 부연했다.
두 매체 모두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CNN은 지난달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기존보다 13% 인상하는 내용의 다년 계약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은 작년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회의를 열고 한국의 2020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분담금(1조389억원)에서 13%가량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기존보다 5배 더 많은 50억 달러 규모의 방위비분담금을 책임져야 한다며 합의안 승인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2019년 말 제10차 SMA가 만료된 뒤 양국은 1년 넘게 SMA 공백 상태를 이어왔다.
지난 4일 정 대사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한·미가) 전체적으로 상당 부분 공감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빠른 시간 내 타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의를 통해 원칙적인 내용에 대해 합의를 마칠까 한다"면서도 워싱턴 현지에서 협정문을 발표할 가능성에 대해선 "국내적인 절차 등을 감안했을 때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방위비 협상이 사실상 타결에 임박했지만 협정 문안 수정 등 대표단 수준에서 마무리지을 수 없는 절차가 남아 있어 공식 발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때문에 이달 17~18일로 알려진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방문 일정에 맞춰 협정문 서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