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택 교수(우석대 사범대학)가 2일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홈페이지에 ‘코로나 시대의 안식년’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강 교수는 “미국에 들어간 지 2~3주 지나기 무섭게 대부분의 계획을 바꾸어야 할 만큼 상황이 급변했다. 아니 어떤 계획도 불필요 해졌다”고 했다.
이어 “대학의 대부분 건물들이 닫히고 사람들은 집안에만 머물렀다”며 “나이 들어 하는 외국생활은 생각과 달리 힘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더구나 날개 없이 추락하는 듯한 미국을 보는 일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식년 기간 동안 할 수 있었던 일은 대학 캠퍼스 걷기, 집에서 책 읽고 글쓰기, ZOOM 예배 및 회의하기, Netflix 보기 등이었다”며 “평소의 나의 삶의 패턴과는 달리 하루 중 제일 좋은 시간인 오전에 산책을 했다. 매일 만보 이상을 걸었다. 건강 회복을 위한 치유의 의도가 있었지만 ‘걷기’는 그 자체로 많은 즐거움을 주었다”고 했다.
이어 “걸으면서 만나는 자연의 풍성함 속에서 오랫동안 누리지 못했던 쉼을 경험할 수 있었다. 자연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표현하기가 미안할 만큼 자연의 각 요소들은 각자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매일 달라진 모습으로 광활함과 신비로움을 연출하는 하늘과 그 속의 구름, 석양 그리고 여린 달까지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 되어 날마다 새로운 풍광을 연출하였다”며 “늘 보던 하늘이 그토록 다채롭고 화려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 꽃과 나무들 역시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계절마다 개성 있게 보여주었다. 수수한 듯 화려한 들꽃들의 모습과 그 이름들을 카메라에 담는 일은 봄철 나의 가장 큰 과업이었다. 마른 듯 죽은 듯 생기 없던 나뭇가지에서 연두빛 새싹이 움트고 이내 나무는 푸른 잎사귀로 옷을 입는다. 초록의 잎새로 온 몸을 치장한 나무는 그 자체가 하나의 꽃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계절에 따라 조금씩 그러나 어느새 너무나 달라진 모습을 한 자연은 나에게 ‘우주는 생명으로 가득 차 있으며, 살아있음은 끊임없는 변화’임을 일깨워주었다”며 “봄에 시작한 여린 새싹이 봄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여름의 무성한 초록 숲을 이루고, 뜨거운 햇빛과 세찬 비바람을 견디어 낸 나무들은 형형색색의 가을 단풍으로 절정의 화려함을 뽐낸다. 미시간의 단풍은 너무나 화려하기에 잎새들 떨어진 나무들은 더욱 쓸쓸한 모습으로 겨울을 맞이한다. 흰 눈 속에 묻혀 죽은 듯 소리 없이 서 있는 겨울나무는 사실은 생명력으로 충만하다. 나신(裸身)의 나무는 맨몸으로 추위를 견디며 봄 여름 가을에 피울 아름다움을 예비한다. 그리하여 겨울을 지나며 축적한 그 힘으로 또 하나의 계절의 순환을 시작한다”고 했다.
또 “살아있음은 변화를 수반하고, 변화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며 “우리 몸의 병약함과 노쇠함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알려준다. 모든 변화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통로임을 잊지 말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독일의 철학자 Pieper는 쉼이란 소란스러움을 지나 평정과 비움의 상태(Stillness)에서 효용적 가치가 없는 일을(Uselessness) 기쁨과 축하의 마음으로(Celebratory Spirits) 하는 것이라 했다”며 “쉼이 없는 삶은 인간다움을 상실한 기능적 존재로 살게 된다고 경고했다. 안식년을 마치고 한국 땅에 와있는 지금도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보며 감탄하고, 길가에 핀 야생화에 여전히 마음을 빼앗기고, 앙상한 가지로 남은 나무에 귀를 기울이는 ‘쓸데없는(useless)’ 짓을 기쁘게 할 수 있으려나”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