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병의 잔여량 사용을 허용한 것에 대해 현장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논란이 일자 이를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백신은 정해진 용량과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1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열고 "제 생각에는 원래의 허가된 내용과 사용법에 맞춰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진행하는 게 맞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7일 일선 의료기관에 백신 1병당 잔여량이 있으면 현장 판단에 따라 추가 접종을 할 수 있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가령 1병(바이알) 당 6명 접종이 권장되는 화이자 백신은 6명 접종 후에도 잔여량이 있으면 7명까지도 접종해도 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허가된 용법은 화이자 백신 1바이알 당 6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바이알 당 10명이다.
그러나 추가분의 잔여량을 만들낼 수 있느냐를 놓고 의료진이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정해진 용량보다 적게 접종을 해 면역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 본부장은 "일률적으로 1바이알 당 몇명을 소분할 수 있다고 확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사용량을 늘리지 않는다는 얘기를 드린다"며 "다만 현장에서의 폐기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잔여량을 활용하는 정도의 범위 내에서 쓴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1바이알 당 7명을 꼭 접종해야 한다는 의무화를 해서 현장에 부담감을 주는 상황은 절대 아니다"라며 "어느 정도 잔여량이 발생했을 때 사용 여부는 현장 의료진이 판단해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잔여량을 사용하더라도 반드시 용량을 준수해야 하고, 다른 바이알과 섞으면 오염 가능성이 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접종을 시작한 지 이제 3~4일 정도고 접종자의 숙련도나 잔량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기준 변경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현장에서 느끼는 상황이 어떤지 계속 관찰하겠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국내 업체에서 생산한 최소 잔여형(LDS) 주사기를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에 사용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원래 화이자 백신을 사용하는 목적으로 LDS주사기 4000만개를 구매했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정확히 소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 LDS주사기를 일단 공급해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다른 백신들은 대부분 1인용으로 포장돼 나오지만, 코로나19 백신은 다인용으로 제작돼 주사기로 소분을 하다보면 어떤 경우에는 잔여량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LDS 주사기 사용으로 추가 잔여량이 생길 경우에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정도의 방침을 드린 것"이라며 "간호사들에 문제가 있다거나 이런 언급을 한 적이 없다. 오해는 없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방대본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허가사항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식약처에서는 1명당 접종하는 접종 용량에 대해 규정을 하고 있어서 그 부분(잔여량 사용)은 허가 사항이라고 판단하고 있지 않은데, 잔여량 사용 여부가 허가 사항에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식약처와 협의를 하고, 잔여량에 대한 방침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