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시절 함석헌 선생께서 쓰신 <비전 없는 백성은 망한다>는 글을 읽고 크게 도전받았던 적이 있다. 아마 사상계(思想界)란 월간지에 실렸던 글인가 싶다. 함 선생께서는 그 글의 첫머리에서 구약성경 잠언 29장 18절을 인용하셨다.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 율법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느니라."
이 말씀에서 "묵시"란 말이 비전(Vision)이란 말이다. 그리고 "백성이 방자히 행한다"는 말은 "망할 짓을 골라서 한다"는 말이다. 비전이 없는 백성들은 망할 짓을 골라서 '행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함 선생님께서는 그 글의 제목을 "비전 없는 백성은 망한다"는 제목으로 붙이셨던 듯하다.
그렇다면 비전이란 말은 무엇을 뜻하는 말인가? 무슨 뜻의 말이기에 그것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게 되는가?
"비전"이란 말에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이들 세 가지 의미가 합하여진 것이 비전이란 말의 의미이다.
첫째는 길 없는 시대에 길을 찾아 선포하는 것이다.
둘째는 좌절과 절망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깃발을 올려 주는 것이다.
셋째는 분열과 다툼이 있는 자리에 밝은 미래를 보여 줌으로 한마음이 되게 하여 주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에는 다음 5년간 국정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는 일로 분주하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 누구를 찍을 것인가의 기준은 간단하다. 어느 후보가 백성들에게 비전을 주는 후보일까? 어느 당이 겨레에 희망을 주는 당일까? 란 질문에서 더 나은 점수가 나오는 쪽을 뽑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