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겨울까지 교우들에게 보낸 29개의 목회서신

코로나19는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낯선 장소와 시간 속에 우리를 던져 놓았다. 이제는 어디를 가든 체온을 재고 QR 코드 찍는 일이 익숙해졌고, ‘사회적 거리 두기’, ‘비대면 예배’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주일마다 교회에 모여 함께 예배하고 친교를 나누던 신자들의 아름다운 전통이 어느새 지역 사회와 이웃을 위험에 빠뜨리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오해받는 시대를 지금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성도의 교제가 멈춘 지금 그리움이 쌓이고 있다.

김기석 목사의 신간 ‘그리움을 품고 산다는 것’이 25일 발간된다. ©비아토르

김기석 목사의 신간 ‘그리움을 품고 산다는 것’이 25일 발간된다. 이 책은 공식 예배 시간을 통해 코로나 시대에 그리스도인이 붙들어야 할 본질적 가치에 관해 선포해 온 저자가 2020년 봄부터 겨울까지 ‘목회 서신’이라는 이름으로 교우들에게 보낸 스물아홉 통의 편지를 엮은 책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함께 잃어버린 시간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리스도인의 지향이 무엇인지 상기시키려는 마음”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비록 얼굴을 맞대고 손을 마주 잡고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지는 못해도,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픈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편지 쓰는 일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벼랑 끝에 선 듯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는 이들에게 너무 한가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교인들이 겪는 절절한 삶의 현장을 잘 알지 못한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힐 때면 말의 부질없음을 새삼 자각하곤 했다. 그런 순간순간을 되돌아보며 저자는 “할 말이 없을 때도 있었고, 하기 싫을 때도 있었다”라고 고백한다.

그래도 저자는 비대면 예배를 드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한 주도 거르지 않고 편지를 썼다. 교회가 사람들에게 분노와 염증을 유발하는 집단으로 전락해 버린 시대에 오랫동안 신앙인이라는 정체성을 품고 살아온 이들이 느낄 고통과 비애와 상실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저자는 “부러진 다리에 부목을 대는 심정”으로 매주 교우들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 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지금이야말로 폐허 더미를 정리하고, 무너진 터전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새로운 신앙의 집을 지어야 할 때라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소개

김기석 -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청파교회 전도사, 이화여고 교목, 청파교회 부목사를 거쳐 1997년부터 청파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딱딱하고 교리적인 산문의 언어가 아니라 “움직이며 적시에 도약하는 언어, 기습과 마찰로 낡은 세계를 깨뜨려 여는” 시적 언어로 우리 삶과 역사의 이면에서 지속되고 있는 구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설교가. 시와 산문, 현대문학과 동서고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진지한 글쓰기와 빼어난 문장력으로 신앙의 새로운 층들을 열어 보이되 화려한 문학적 수사에 머물지 않고 질펀한 삶의 현실에 단단하게 발을 딛고 서 있다. 그래서 그의 글과 설교에는 ‘한 시대의 온도계’라 할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아픈 사람들에 대한 따듯한 시선과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세계의 표면이 아닌 이면, 그 너머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번득인다.

저자는 《모호한 삶 앞에서》,《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태도》, 《버릴수록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들》, 《걷기 위한 길, 걸어야 할 길》,《김기석 목사의 청년편지》, 《삶이 메시지다》, 《흔들리며 걷는 길》,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외 다수의 책을 저술했으며, 《예수 새로 보기》 외 다수의 책을 옮겼다.

#목회서신 #코로나19 #교제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