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지는 '휴지기'가 3차 유행에선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1주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350명대 일 때 안정적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라 거리두기를 완화했지만, 설연휴 이후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오판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1차 유행 땐 한 자릿수, 2차 유행 땐 100명 이하까지 확진자 규모를 통제했다. 하지만 3차 유행은 350명대에서 방역을 완화했기 때문에 이 수치가 기준이 되어 4차 유행 발생시 감염 규모는 종전보다 훨씬 더 크고,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3차 유행은 집단감염과 개인 간 소규모 감염 등 기존 유행의 특성이 모두 나타나고 있는 데다, 설 연휴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감염 위험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 때문에 최악의 유행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재빠르게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유행을 거듭할수록 각 유행간 발생 간격이 큰 폭으로 짧아지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행 사이 간격은 짧아지고, 유행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1차 유행의 정점은 3월3일, 2차 유행의 정점은 8월26일, 3차 유행의 정점은 12월24일이다. 유행의 끝과 다음 유행의 시작 사이 간격인 '휴지기'는 1차 유행과 2차 유행 사이엔 122일, 2차 유행과 3차 유행 사이는 45일이다. 1~2차 유행 때보다 2~3차 유행 기간이 78일 정도 단축됐다.
정 교수는 "1~2차 사이 유행과 2~3차 유행 사이 단축을 고려하면 올해 3월4일~4월23일 새 유행의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 유행이 발생하면 그 규모는 기존 유행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차 휴지기 땐 신규 확진자 수가 10~30명대, 2차 휴지기 땐 50~100명대로 유지됐으나 3차 유행은 현재도 300~500명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4차 유행은 3차 유행의 최저점인 300명~500명대에서 시작을 하게 되는 만큼 감염원이 더 많아져 규모가 훨씬 커지게 된다.
정 교수는 "3차 유행 휴지기의 기준선은 높게 형성됐다"며 "문제는 연휴가 지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급격히 완화됐다는 점이다. 2월말부터 시작되는 백신 접종은 위기의식을 낮출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규 확진자 수를 보면 지난 15일 322명까지 감소했으나 16일 429명, 17일 590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115명의 확진자가 나온 남양주 공장 관련 집단감염은 18일 통계에 반영될 예정이어서 400~500명대의 확진자 규모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들어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1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수준인 405.9명으로 증가했다. 이 수치가 400명을 넘긴 것은 지난 1일 이후 16일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장기간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로와 유행 규모가 감소한 점을 고려해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은 1.5단계로 완화했다. 이때 1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353.14명이었다.
거리두기 완화 결정을 내린지 불과 4일만에 확진자 수가 급증한 건 이례적이다.
최근 유행 양상은 전문가들의 우려 이상으로 빠른 확산을 보이고 있다.
병원, 사업장, 체육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유행이 급증했다. 17일 0시 기준 서울 순천향대병원과 한양대병원 관련 확진자는 각각 140명, 109명이다. 충남 아산 난방기 공장 관련 확진자는 누적 114명(17일 낮 12시 기준)이다.
가족·지인 등 개인 간 접촉에 의한 감염도 여전하다. 지난 4일부터 17일 0시까지 신고된 확진자 5636명 중 31.8%인 1795명이 선행 확진자의 접촉자였다. 집단발병 1584명(28.1%), 병원 및 요양병원 등 498명(8.8%)보다 많다.
1,2차 유행까지는 '신천지'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서울도심집회 등 유행을 주도하는 대규모 집단감염을 통해 감염이 확산됐다. 3차 유행은 중소 규모 집단감염과 개인 간 접촉을 통해 감염이 전파하는 3차 유행의 성격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설 연휴 모임·여행 증가, 지난 15일 완화된 거리두기 조치 등으로 이번 주말 이후 확진자 증가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5~7일 이후 연휴와 방역 완화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 관측했다.
전문가들도 350명대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유행이 확산될 경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 공장, 기숙사 등에서 감염자가 나오는 건 이미 많은 곳에 환자들이 누적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상황에 더해 3차 유행의 정체된 기준선이 350명대로 높아서 이후 유행은 더 많이,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유행 증가세는 지난달 18일 시작된 방역 완화 영향이 있고, 다음주엔 설 연휴 이동량 증가 영향으로 유행 증가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여기에 변이 바이러스 영향이 더해지면 증가세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훈 교수는 "3~4월 2000명 단위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을 가정해 병상 및 생활치료센터, 치료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이 때는 백신이 막 보급되기 시작한 가장 취약한 시기로, 백신의 효과가 발휘되기 전이므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천은미 교수는 "빠른 속도로 번지는 최근 병원 감염사례는 변이 바이러스 유행 여부를 검사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가 많거나 밀폐된 환경이 조성돼 있거나 단체 합숙 생활을 하는 사업장은 주기적으로 검사해 조기에 확진자를 찾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