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축제의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년 열두 달 수많은 축제가 어디에선가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지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많은 외국인이 인도에서 물을 뿌리고 얼굴에 색깔을 칠하는 홀리 축제를 보면서 왜 이런 축제를 즐기는지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안에 들어가서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이런 축제를 즐기는지, 어떤 방식으로 즐기는지, 그러한 축제의 사회문화적인 의미는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은 인도 사회 전체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문화인류학에서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 세상을 ‘신성한 세계’와 ‘세속적인 세계’로 구분을 합니다. 여기서 신성한 세계는 인간의 종교적인 체험이 나타나는 곳이요, 세속적인 세계 속에서 현현하지만 세속적인 세계와는 구별되는 종교적인 의식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도 ‘구별한다’, 영어로는 ‘set apart’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예컨대 로마서 1장 1절에서 (복음을 위하여) ‘택정함을 입었다’라는 말이 구별되었다는 말입니다. 즉 복음을 전하는 종교적인 목적을 위하여 이 세상에서는 구별되었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즉 신성한 세계, 또는 종교적인 공간이 세속적인 공간에서 구별되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축제는 세속적인 공간에서 신성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학에서 우주의 창조는 시간, 공간, 물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창세기 1장 1절에 나오는 하나님의 창조 행위도 태초라는 시간에 하늘로 대변되는 우주의 공간 속에서 땅으로 대변되는 인간을 위한 지구의 창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성한 세계의 창조도 이러한 세 가지 요소를 가지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즉 세속적 공간에서 신성한 세계를 만드는 매커니즘은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시간의 전환, 공간의 초월, 물체의 변환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앞으로 천천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신성한 세계의 형성은 ‘세속적 세계에서의 시간, 공간, 물체에 의한 상징적 창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신성한 세계를 만드는 세 가지 요소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시간의 전환입니다. 시간은 무엇일까요? 시간에는 일반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로 흘러가는 흐름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개념 자체를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은 고대로부터 시간의 개념을 연구하면서 ‘시간은 신이다’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시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을 되돌릴 수도 없고, 인간의 능력을 초월해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시간의 개념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실용적인 목적을 위하여 만들어내는 세속적 개념으로서 설명합니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이 고대 사회에서는 농사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했고, 그래서 이러한 시간의 흐름은 달력을 통해 구현되었습니다. 달력을 통해서 계절의 변화를 설명하고, 구체적인 농사 일정을 계절에 따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정해줍니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은 개인의 삶 속에서 특정한 사건을 구성하고, 이 흐름이 사회적으로 쌓이면 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속적 세계에서 사용하는 시간의 개념을 뛰어넘는 신성한 세계의 시간 개념이 있습니다. 예전에 할머니가 들려주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든가, 영어로 말하는 ‘Once upon a time’이라는 수식어는 이러한 시간의 개념을 어렴풋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보통 신성한 세계를 묘사하는 시간의 개념은 각종 신화를 통해서 나타납니다. 인간이 역사적으로 알 수 없는 먼 옛날의 시간을 언급하면서 수많은 신화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시간의 범위를 언급함으로써 시간의 개념 자체를 종교적인 성격으로 전환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똑같은 사실이라도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腿於日光則爲歷史, 染於月色則爲神話)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역사와 신화의 간격은 그리 넓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yoonsik.lee201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