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은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궁극적 질문이다. 많은 유명한 사상가들이 신 존재를 “믿는다” 혹은 “믿지 않는다”의 결론을 가지고 자기의 견해를 피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단편적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 끝나며 인생의 전반적인 측면에 대해 골고루 논한 사람은 드물다. 비록 논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루이스와 프로이트는 기록을 통해 비교할 수 있는 유신론과 무신론의 훌륭한 모델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1856년 5월 6일 오스트리아 프라이베르크에서 유대인 부모의 8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비엔나에서 성장하였고, 비엔나 대학을 우등졸업 하였는데 철학, 동물학, 의학을 전공하였다. 졸업 후 비엔나 대학 종합병원에서 신경정신과를 전공하였다. 그는 근대 심리학과 정신질환 상담치료의 뼈대를 세운 사람이다. 제1세대 심리학인 임상심리학의 터전을 쌓았으며, 정신분석, 정신치료, 꿈의 해석 등 현대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개척자이다. 자아, 초자아, 무의식, 억압, 동일시, 부인, 투사, 지성화, 치환, 승화, 합리화, 고착 등 심리학의 많은 용어들의 정의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는 유대인으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에 그 종교를 버렸다. 신은 어린 시절의 아버지가 우리 마음에 투사되어 만들어진 것이라 주장한다. 또 정신질환은 기독교의 과도한 도덕률이 인간을 억압하여 생기는 것으로 성적 억압을 해소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맨드 니콜라이 교수는 하버드 대학의 정신과 교수로서 정신분석 치료의 원조인 프로이트에 대하여 의과대학생과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였다. 프로이트의 명성으로 인해 그의 강의를 많은 학생들이 수강하였다. 그러던 어느 해 몇 명의 기독교 학생들이 무신론적인 프로이트의 주장만을 주제로 하는 것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무신론과 유신론의 균형 있는 강의를 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는 즉시 그 요구에 응할 수는 없었으나 관심을 가지고 균형을 맞출 사람을 물색하던 중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라는 책을 만나게 된다.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는 1989년 11월 29일 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영국 성공회 가정의 두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잃고, 다정하지 않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형제를 기숙학교에 보내거나 특정과목을 튜터에게 보내어 교육받게 한다. 그의 10대와 20대는 하나님을 모르고, 북유럽 신화의 공상에 푹 빠져 살았는데, 나중에 <나니아 연대기> 저술의 바탕이 된다.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하였으나 제1차 세계대전 발발로 입학하기도 전에 참전 했다가 부상을 입고 귀국한다. 대학에서는 영문학, 중세, 르네상스 문학을 전공하였다. 30대 초반에 옥스퍼드 대학의 교수가 되고 밤늦도록 토론하던 친구들의 소개와 체스트턴의 저서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영국 국영방송인 BBC를 통해 기독교를 소개하고 변증하는 방송을 진행하면서 그 내용을 정리하여 <순전한 기독교>를 출간한다.
프로이트는 루이스보다 43세나 나이가 많고 오스트리아에 살았지만 히틀러 치하에서 유태인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망명하였다. 1939년 구강암으로 인해 많은 수술로 고생하다가 안락사를 선택한다. 두 사람이 만났다는 기록은 없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로서 프로이트의 저술을 공부했던 아맨드 니콜라이가 루이스의 저서들을 섭렵해 나가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프로이트가 무신론자로서 제기한 질문들에 대해 루이스가 기독교적 관점으로 대답하고 그 대답에 대해 다시 묻고 답하는 상당히 많은 주제들을 발견한 것이다. 이 내용들을 강의하고 정리한 것을 출판한 책이 <루이스 vs 프로이트> (원저: The question of God)이다.
이 책에서 니콜라이 교수는 두 거장의 저서들로부터 인생의 궁극적인 주제 8개를 도출하였다. 각각의 주제에 대해 프로이트와 루이스가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떤 책에 어떻게 기록으로 남겼으며, 저술 내용과 관련된 그들의 실제 삶은 어떠했는지까지 비교하였다. 이를 통해 세계관-신학-삶의 열매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8개의 주제는 2개의 대주제인 <무엇을 믿을 것인가?>와 <어떻게 살 것인가?>로 나눈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에서는 창조자, 양심, 위대한 변화의 세 가지 주제를 다루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행복, 성, 사랑, 고통, 죽음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를 다루었다.
이 책에서 우리는 무신론과 유신론의 두 거장의 저술, 학술발표, 자서전, 일기, 편지 등 남긴 기록들을 통해 명확히 그들의 생각을 비교해 볼 수 있다. 또한 그들의 인생여정 가운데 무신론적인 삶의 단면과 유신론적 삶의 단면을 통해 한 사람의 일생에서 신앙의 유무가 그 삶의 내용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들여다 볼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인생의 정점에 있을 때 자기를 존경하고 따르던 사람들이 인생 후반에 자신을 떠나가는 것에 대해 참지 못해 분노했고, 대부분의 사람들과 인간관계가 뒤틀어졌다. 인생의 말년에는 자신의 유일한 즐거움은 지적 작업뿐이라고 하소연 하는 편지를 친구에게 보낸다. 회심 전 루이스 역시 너무 내성적이어서 인간관계의 폭이 극히 좁고, 비판적이고, 교만하고 냉소적이었던 자신을 일기 속에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회심 후에는 친한 친구들이 많이 생겼고, 많은 사람들과 원만하고 행복한 관계 속에서 살았다. 유명해진 후에도 독자들로부터 오는 편지를 일일이 답하는 등 많은 사람들로부터 친절하고 겸손한 사람으로 평가 받았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라는 대 계명을 지킬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하나님을 부정하는 사람의 인생은 결국 어떻게 귀결되는가? 이 책은 그것을 비교하여 보여준다. 이 책을 읽은 무신론자들은 루이스와 프로이트라는 개인이 무신론자와 유신론자를 대표할 수 없으며 그 반대의 예도 많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회심이라는 BC/AD의 경계를 넘어본 사람은 자신의 내부정보를 통해 전과 후의 차이를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고 간증할 수 있다.
묵상: 당신의 회심 후 생긴 가장 큰 관계의 변화는 무엇이었던가?
류현모(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약리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