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막시즘과의 가치전쟁에서 승리하는 사람들
찰스 콜슨, ‘그리스도인,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스도인의 기독교 세계관 필독서라 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찰스 콜슨, 요단출판사)에 대한 첫인상은 두 가지였다. 먼저는 ‘꼭 한번 읽고 싶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책이 참 두껍다’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읽을 책 리스트에만 들어있던 ‘찰스 콜슨(Charles Colson)’의 위대한 저작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청년들의 금식기도 네트워크인 ‘그리스도의계절’ 안에 새롭게 생긴 문화 진지(platform) 분과인 ‘켈라(Kella, 물매)’에서 첫 번째 기독교 세계관 북 스터디로(온라인) 그 책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설렘으로 시작한 이 온라인 북 스터디는 총 열 명으로 구성되어 매주 1회 열띤 발제와 자유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정일권, ‘문화막시즘의 황혼’
특별히 지난 몇 주간 생명의 기원 이슈를 비롯한 기독교의 절대 진리성을 부인하는 여러 담론에 대해 함께 읽고 토론한 뒤 '문화막시즘(cultural marxism)’에 대한 보충학습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그룹 스터디와 별개로 두 권의 책을 보충 서적으로 정하여 읽었다. 먼저 하나는 ‘문화막시즘의 황혼’(정일권, CLC 기독교문서선교회)이라는 책이다. 시중에 문화막시즘에 대한 개요를 담은 영상 컨텐츠들도 많지만, 정일권 교수의 신간 서적(텍스트)을 통해 문화막시즘에 대한 첫 학습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두 번째는 ‘신극우주의의 양상’(테오도어 W. 아도르노, 문학과 지성사)이란 책이다.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자칫 ‘큰 정부를 옹호하는 좌익 사상을 가진 저자가 특정 그룹을 부당하게 극우몰이 하는 책은 아닌가?’ 하는 물음을 가지기도 했다. ‘문화막시즘의 황혼’은 문화막시즘,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 이론, 프로이트-막시즘, 급진적 젠더 이데올로기, 퀴어이론 등을 문화인류학적으로 비평한 책이다. 그리고 21세기에 나타난 유럽 사회주의 정당의 연이은 실패 사례 및 과거 비판이론 추종 지식인들의 문화막시즘 이탈 현상 등을 근거로 문화막시즘을 비평한 책이기도하다. 또한 이 책의 저자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21세기적 재발견과 변호를 시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테오도어 아도르노, ‘신극우주의의 양상’
그리고 ‘신극우주의의 양상’이란 책은 저자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 또는 비판이론의 1세대를 대표하는 학자인 ‘아도르노(Theodor W. Adorno)’였던 만큼 그는 자신의 공산/사회주의 사상은 돌아보지 않고 다른 대상만을 비판하고 있다. 두 번째 책에서 다소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저자 아도르노부터 이 책의 해제를 쓴 역사가 및 언론인으로 알려진 폴커 바이스 및 번역자인 서울대 이경진 교수까지 모두 문화막시즘에 경도되어 보인다는 것이다. 아도르노는 파시즘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고 있으나 자신의 공산/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비판이 빠져 있다. 폴커 바이스의 해제를 읽어보면 단순히 아도르노에게 칭찬을 돌리고 있을 뿐 자기 자신에 대한 비판은 없다. 또 이 책의 번역자는 오늘의 ‘애국 보수’라는 단어를 빌려와 신극우주의, 즉 극우 프레이밍을 적용한다. 이렇듯 문화막스주의자 또는 비판이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지식인은 자신이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타인만을 ‘극단’화 시키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이번 기회에 기독교 세계관 및 좌-우익 양편의 담론을 살펴보니 정일권 교수의 저술과 같이 문화막시즘의 많은 부분이 용어 혼란 전술에 기초한 ‘언어-정치화’ 및 소수자 또는 피해자 담론에 기초한 ‘정체성 정치화’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선 몇 권의 책을 통해 새삼 독서 자체 또는 다독하는 것 보다 1) 어떤 책을 2) 어떤 진리 체계 안에서 3) 어떤 태도로 읽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이제 막 문화막시즘에 대해 배우기로 다짐한 시점에서 정일권 교수의 책은 초입자에게 매우 친절하고, 구체적이고, 무거우면서도, 끝까지 흥미로운 안내서였다. 처음이라 아직 생소하긴 하지만 앞으로도 동역하는 청년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필요시에는 적절한 대응법을 갖추고 싶다.
문화막시즘과의 영역별 가치전쟁
정일권 교수는 문화막시즘이 그 이론적, 철학적 토대를 살펴볼 때 단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문화막시즘의 현실성(적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 기독교 세계관과 문화막시즘을 적용면(applicability)에서 생각해 보았다. 따라서 실재 문화막시즘과의 ‘가치전쟁’, 즉 ‘세계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는 사람들과 단체들을 아래에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나마 소개한다.
(1) 학계
먼저 학계를 보면 정일권 교수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저자는 ‘문화막시즘의 황혼’을 통해 진실에 기반한 토론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특별히 정 교수는 다양한 분파의 마르크스주의, 젠더 이데올로기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하이에크 및 문화인류학자 르네 지라르의 담론에 이르기까지 두루 살펴 1) 문제가 되는 ‘언어정치’를 사용하지 않고 ‘언어정치’를 비판했고, 또한 2) 오용하기 쉬운 ‘극우 프레임’이나 ‘희생자 정체성 정치’를 사용하지 않고 ‘극우’ 용어의 의미와 배경 및 ‘희생자 정체성 정치’를 비판했다.
(2) 교회 강단
교회 강단을 보면 이상원 교수가 있다. 총신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강의하는 이상원 교수는 얼마 전 서울의 한 교회 강단에서 ‘기독교인의 손안에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이 교수는 이를 통해 한국 교회 성도의 바른 신앙과 함께 더욱 거세질 핍박 속에도 세상을 오히려 섬기고 그리스도의 빛으로 살아내야 하는 성도 각 사람의 부르심에 대해 강변했다. 이 교수는 먼저 말씀에 불순종한 ‘요나’가 타고 있던 배를 하나님께서 뒤집으셨기 때문에 같은 배에 타고 있던 불신자들도 함께 뒤집힌 요나서의 본문(요나서 1:1-17)을 설교했다. 그리고 선교의 부르심에 순종한 ‘사도 바울’을 지키신 하나님께서 불신자들의 생명 또한 풍랑으로부터 건지신 본문(사도행전 27:9-26)을 설교했다. 이 교수는 이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성취할 그리스도인의 사명과 다음세대 구원의 중요성을 말하며, 세상의 풍랑 앞에 진리를 타협하지 않을 때 믿는 이들로 인해 세상까지 건짐 받을 수 있는 ‘복음의 역설’을 전했다.
(3) 청년 그룹
청년 세대를 보면 생명을 존중하고 성경적 세계관대로 살아가기로 결단하는 청년 그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1월 26일 처음 열린 ‘오리진 21 콜로키움’(크레도 주최)에서는 생명의 기원을 비롯한 기독교의 진리를 지키고 나아가 세상의 언어로 ‘오리지널’의 가치를 전하기 원하는 대학 청년 단체들이 연합한 온라인 컨퍼런스 및 네트워킹이 있었다. 또 끊임없이 겉옷만 바꿔입는 전략으로 발의 되고 있는 차별금지법(평등법)을 간파하고 명확하게 저지하는 ‘차별금지법 반대 청년연대’가 있다. 또 올바른 성 역할과 성의 가치를 중시하는 청년 여성단체 ‘센saint언니’와 크리스천 청년들의 새로운 문화진지로 출범한 ‘켈라(Kella)’도 있다.
기독교 보수주의를 내건 ‘트루스포럼’은 작년 연말부터 “철 지난 막스-레닌주의 운동권 학생회를 종식시키고,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의 가치를 인정하며, 유대-기독교 가치를 중시하는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학생회”를 꾸리기 위한 ‘새학생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진정한 인권을 위한 서울대인연대’는 지난 2020년 일부 서울대 교수를 중심으로 졸속으로 통과시키려던 ‘서울대 인권헌장’ 이슈를 다루기도 했다. 또한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8000애국청년단’이 모여 찬양하고, 예배하고, 사회 현안에 대한 자유발언을 나누고, 나라와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위의 청년단체 모두는 진영 논리를 떠나 진실을 존중하고, 국가와 교회의 지속을 위한 핵심 가치를 보수하고 보전하는 자들이며, 이 모든 일에 자원함과 기쁨으로 연합하기 힘쓰는 자들이다.
(4) 정치 영역
현실 정치를 보면 한국에도 ‘생명 존중(pro-life)’의 가치를 수호하는 입법가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특정 정당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조해진 의원 및 서정숙 의원의 생명 수호 관점의 관련법 개정안 추진은 사회에 절대적 유익을 가져오는 일이다.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생명 수호 단체인 ‘라이브 액션(Live Action)’의 대표인 ‘라일라 로즈(Lila Rose)’ 및 미국의 저명한 프로라이프 변증/교육가인 ‘세스 그루버(Seth Gruber)’가 동일하게 외치듯이 좋은 리더십의 시금석은 “가장 약한 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태아의 생명권을 지키고, 들을 수 없는 태아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리더는 분명 더 많은 이들과 큰일에 있어서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다.
(5) 시민사회 영역
시민단체를 보면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및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남성연대’ 등이 있다. 관련 단체들의 연합체로 행동하는 이러한 조직은 생명윤리를 포함해 문화막시즘과의 가치전쟁에서 꾸준히 필요한 목소리를 내왔고, 다양한 연대 활동 및 남성과 여성의 상호 화해와 용서에도 앞장서고 있다.
(6) 교회
마지막으로 교회를 보면 개별 교회 및 교회들의 연합을 통한 예배의 회복 및 회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부흥 운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교회가 바른 교리, 분명한 진리 안에서 다음세대를 섬기고 양육해 내며 마지막 때의 치열한 영적 전쟁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사상누각과 같은 문화막시즘이란 이름의 골리앗은 다윗과 같은 믿음을 가진 성도의 ‘기도’와 각양의 은사를 통한 ‘물매’로 인해 반드시 넘어질 것이다.
진리 적합성 테스트: ‘창조-타락-구속’의 역사
‘그리스도인,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의 찰스 콜슨의 말처럼 기독교를 떠난 사상 및 사조는 생명의 ‘기원’을 우연의 산물이라 말하고, 인간의 ‘죄’ 문제의 본질을 막연히 “외부”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오직 성경적 세계관 및 진리 체계만이 우리 각 사람 “안”에 선과 악이 함께 있다고 말하며, 우리의 죄와 죄성을 그리스도의 보혈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성경적 세계관은 유사-진리들과 달리 ‘창조-타락-구속’의 원리를 완전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세계관과 구별된 성경적 세계관의 현실성(적합성)은 그리스도의 제자들의 삶을 통해서 증거되어 왔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성령은 오늘도 한 사람의 제자를 부르고 계시다.
유중원 (그리스도의 계절 회원, KELLA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