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정부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시행하면서 사상 유례없는 설 연휴 풍경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가족 못 모이는 설날'인데, 시민들은 가족끼리 순번을 정해 본가를 방문하는 등 나름의 해법을 찾고 있었다.
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를 이달 14일 자정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설 연휴인 오는 2월11일부터 2월14일도 강화된 거리두기 정책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설 연휴 기간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설 연휴 기간 차례와 성묘, 세배 등 가족 모임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2일 시민들은 이같은 조치로, 작년과는 다른 연휴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정모(30)씨는 경기도 일산에 있는 시댁에 갔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집에서 남편과 보낼 예정이다. 정씨는 "작년엔 시댁에서 가족 10명이 모였는데, 이번에는 집에만 있을 예정이다"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어른들을 봬러 가기가 좀 그렇다"고 전했다. 이어 "집에서 넷플릭스로 영화를 볼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작년엔 온 가족이 모였었다는 장모(27)씨는 올해는 혼자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장씨는 "지금 현재 안산에 살고 있는데, 연휴 동안 서울 자취방이나 쉐어하우스 등을 찾아볼 계획이다"면서 "우리 집이 본가여서 작년엔 온 가족이 모여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고 그랬는데, 이번엔 집합 금지여서 못 모이니 혼자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벼르던 취미 활동을 연휴 동안 해보겠다는 계획을 가진 시민도 있었다. 오모(27·은평구)씨는 "최근 유튜브를 보던 중 뜨개질하는 영상을 보게 됐다. 수세미나 곱창 머리끈을 뜨개질로 만드는 영상이었는데 해보고 싶어졌다"면서 "얼마 전 다이소에서 실과 바늘을 샀다. 연휴 동안 해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셀프 네일도 하려고 한다"며 "밖에 나가기는 불안하니 유튜브 보면서 이런 것들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족끼리 모이면 5명 이상이 되는 이들은, 가족끼리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본가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홍모(44)씨는 "경기도에 본가가 있어서 가족을 보러 갈 것 같다"면서 "가족이 5인 이상이라 하루는 누나와 형들, 다른 하루는 내가 가는 식으로 나눠서 방문할 것"이라고 답했다.
누나가 세명이라는 김모(27)씨도 다른 가족들이 언제 본가를 방문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원래도 명절마다 가족끼리만 모였는데, 가족이 6명이라 이번엔 가족끼리도 만나기가 어려워졌다"면서 "주거지가 다르면 가족끼리도 5인 이상 불가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나들이 결혼했으니 시간 차로 방문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가 설 연휴 전 코로나19 확진자 추이를 지켜보고, 추가적 방역 조치 완화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혀, 가족들이 못 모이는 설날이 실제 벌어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정은경 질병관리청(질병청)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이 질병청의 지난 1일 브리핑에서 "설 연휴 등으로 사람 간 접촉 등 지역 이동 등으로 재확산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설명하는 등 연휴 기간 중 집단 감염을 우려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실제 거리두기 조치 완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