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째 0%대에 그치는 등 저물가 장기화 기조가 이어졌지만, 밥상물가나 집세 등 서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국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영향으로 달걀값 등 먹거리 물가가 치솟아 설 명절을 앞두고 서민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6% 올랐다. 작년 10월(0.1%)부터 4개월째 0%대다. 앞서 작년까지 연간 물가상승률은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2년 연속 0%대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 상승폭은 0.4%로 2019년 2월(1.1%) 이후 1년11개월째 0%대 이하에서 머무르고 있다.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도 0.9% 상승에 그쳐 작년 12월부터 두 달 연속 0%대 상승률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국제유가 하락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내수 경기 위축이 저물가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고교 무상교육 등 정부 정책에 따른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이 와중에도 농·축·수산물 등 먹거리 물가는 치솟았다. 농산물은 폭설과 한파 등 영향으로 11.2% 상승하며 전월(11.3%)에 이어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쌀(12.3%), 파(76.9%), 고춧가루(34.4%), 양파(60.3%) 등 주요 품목의 상승폭이 컸다. 최근 한파와 폭설 등으로 작황이 부진하면서 사과(45.5%) 등 과실류 가격도 오름폭이 확대됐다.
축산물 가격은 11.5%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27%포인트(p) 끌어올렸다. 상승폭은 2014년 6월(12.6%) 이후 최고치다. 특히 달걀이 1년 전보다 15.2% 상승하며 작년 3월(20.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올랐다.
닭고기 가격도 7.5% 올라 2019년 2월(13.0%) 이후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국내 AI 확산에 따른 산란계·육계 살처분이 이어지면서 공급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돼지고기(18.0%), 국산 쇠고기(10.0%) 물가도 상승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은 외식물가 등 서비스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외식물가는 1.1% 상승하며 코로나19 이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이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수요는 여전히 저조하지만, 농축산물 등 재료값이 오르면서 외식물가를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먹거리 물가와 함께 서민 부담을 키우는 전월세 등 집세도 상승세가 지속됐다. 집세는 0.7% 오르면서 2018년 4월(0.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세(1.0%)는 2018년 10월(1.1%) 이후 가격 상승률이 가장 컸다.
특히 월세는 0.4% 오르면서 2014년 12월(0.5%)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전세는 작년 5월부터 9개월 연속, 월세는 6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달 물가상승폭 역시 지난달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동안 낮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전개 양상이나 국제유가 흐름, 기상여건 등 농축산물 수급 상황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서민 물가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주요 성수품을 중심으로 공급량 확대에 역점을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