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의사회가 해외 선교사들의 건강 관리를 돕기 위한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내 선교사 건강관리위원회를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선교사 건강 관리가 이전보다 더 절실해진 가운데 한국기독의사회는 지난 30일 ‘선교사 돌봄(Missionary Care)’을 주제로 연차세미나를 줌(ZOOM)으로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제56차 온라인 총회와 함께 진행됐다.
연차세미나 좌장은 박상은 원장(안양샘병원 미션원장,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공동대표), 한상환 원장(세계기독의사‧치과의사회 동아시아 지역총무). 김윤환 교수(예수병원, 고려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역임, 로제타 홀 기념사업회 이사장), 백광흠 교수(한양대병원, 한양대 신경외과)가 맡았다. 발표자로는 강희철 교수(연세대 가정의학과), 한은진 전도사(프리덤 빌리지 처치), 이승환 교수(인제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조용중 목사(글로벌호프 대표, KWMA 전 사무총장)가 나섰다.
강희철 교수 “위원 수 대폭 늘리고, 홈페이지 독립 필요”
세미나 총론으로 ‘선교사 건강관리위원회 소개 및 사례발표’를 전한 강희철 교수는 “선교사님의 증상에 따라 쉽게 질환이 해결된 경우도 있지만, COVID-19(코로나19)로 중동·동유럽·북아프리카 등지에서 굉장히 많은 선교사님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최근 힘들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COVID-19를 전문적으로 보는 의료진의 도움을 받거나 한국 선교계 리더십과 연결해 상담과 팔로우업도 하는 등 굉장히 오랫동안 케어를 진행했다”며 “COVID-19가 증상도 다양하고 지금까지 흔한 질환과 달라 여러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과와 병원의 협업으로 선교사가 일생 앓고 있던 질환을 치료한 사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귀국해서 치료받지 못하는 선교사를 위해 여러 의료진이 경제적 도움을 함께 준 사연, 말기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거주할 숙소가 없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연도 소개됐다.
강 교수는 “선교사 건강관리위원회의 역할도 많아져야 하고, 요구는 굉장히 클 것으로 생각하는데 어디까지 대처할 수 있을지 현재도 고민”이라며 “지속적으로 요청되는 것은 위원 수를 대폭 늘리고, 선교사 건강 관리의 요구를 널리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를 독립 시켜 체계화하며, 기록을 위한 신청 양식과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은진 전도사 “상담연락망, 선교사 건강지침 등 요청”
‘비의료인이 본 선교사 건강관리위원회의 진행 및 제언’을 전한 제약회사 마케팅 출신 한은진 전도사는 △선교사 건강관리위원회 대표 이메일 및 카카오톡 상담채널 개설, 상담신청양식 등의 상담연락망을 만들고 △알기 쉬운 질병 예방수칙 소책자 등 선교사 건강지침 제공 △선교 교육 백서 등을 요청했다.
또한 “사명 선언문을 가지고 매번 회의 때마다 찬양과 말씀에 집중하고, 간단하고 신속한 행정처리, 남의 눈치를 보지 않게 하는 환경을 만들 것”을 제안하며 “주님의 계획에 잘 순종하여 모두가 낮은 자리에 머물고, 먼저 사랑하고 먼저 용서하여 주님께 영광돌렸으면 한다”고 기대를 전했다.
이승환 교수 “연속성 있는 조직과 헌신된 간사들 중요, 게스트하우스 발굴해야”
‘해외 선교사 질병관리 네트워크(WARM, Warm Aid and Rest for Missionary) 운영 경험과 제언’을 발표한 이승환 교수는 WARM의 활동 배경과 운영 중 알게 된 한국 선교사들과 선교단체의 특징, 우리나라 선교 전략의 문제점, 선교사 돌봄에 대한 제언을 전했다.
이 교수는 “마다가스카르의 친구 선교사인 이재훈 선교사로부터 ‘선교사들이 해외에서 너무 힘들고, 한국에 들어가도 치료할 데가 없으니 좀 연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WARM을 시작하게 됐다”며 “공식 사이트를 만들어 선교사들에게 연락이 왔을 때 코디네이터가 과별로 연결해주고, 또 전국 의사선생님과 병원 명단을 확보하여 선교사들을 도왔다”고 말했다.
이승환 교수는 “WARM 운영 중 알게 된 점은 선의를 가진 분, 선교병원, 선교의원이 많아 발굴해내면 되고, 실제로 환자 선교사를 소개해주겠다고 하면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 일단 재정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 대신 △전문과별·지역별·종합 건강검진을 위한 네트워크 △꾸준함과 일관성을 가지고 헌신하는 리더와 간사 △건강보험 이슈 △게스트하우스, 은퇴 후 생활 및 거주지 문제 등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장기 해외 체류로 의료보험이 말소된 경우 미납금 납부 부담, 병원마다 선교사들을 위한 수술 예산이 있지만 한정적인 점, 절대적으로 부족한 거주지 등으로 많은 선교사가 필요보다 도움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선교사를 위해 개별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갖고 있고 마음은 있는데 발굴을 못 해 부족한 점도 있다”며 “과별로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끝까지 팔로우업하는 의지를 가진 핵심적 의사 선생님들이 모인 카톡방이 필요하고, 또 코디네이터와 간호사, 진료상담사가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교사 건강 지원 현장에서 확인한 우리나라 선교 전략의 문제점도 소개했다. 이 교수는 △일부 성숙하지 못한 선교사 파송 △일부 인내심이 부족한 파송교회, 목회자, 파송 단체의 후원금 중단 △교회 건물 건축이나 신도 수 증가 등 양적 위주의 사역 △파송 후 의료 지원의 절대적 부족 △일시 귀국 시 거주지 절대 부족 △은퇴 후 경제적 돌봄 등의 문제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가족이 아프거나 암에 걸린 경우 아무런 대책이 준비돼 있지 않은 선교사님들이 많았다”며 “조직이 잘된 교단도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선교사들 가운데에도 일부 우울증, 가정불화, 간음, 폭행, 고집스러움, 교회 분열, 절도, 자살, 조울증, 조현병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선교사 건강관리위원회을 위한 제언으로 △연속성 있는 조직과 최소한의 운영금 △헌신된 간사들(간호사, 심리상담가 등) △진료과별 참여자 명단 연락처 확보 정리 △중증 선교사 응급 지원 기금 △게스트하우스, 은퇴 후 거주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용중 목사 “선교사 61.2%, 은퇴연금 준비 안 돼”
‘선교사 은퇴 후의 삶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라는 주제로 발표한 조용중 목사는 “저 때만 해도 선교사가 은퇴 준비를 하는 것은 선교사의 영성이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한국인 평균수명 82.7세가 된 지금은 은퇴 계획이 없는 것은 영적인 문제가 아니라, 은퇴 계획까지 하는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목사는 “2019년 말 KWMA 선교사 통계에 의하면 20~30대 선교사의 합보다 60대 선교사가 2배 이상 더 많으며, 70세를 은퇴 시기라고 할 때 10년 내 은퇴하는 선교사가 20% 이상이었다”며 “50대 이전은 ‘사임’, 60대 이후는 ‘은퇴’라 하는데 보통 65세면 은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교단선교부가 2018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선교사 은퇴 시 주택준비가 ‘거의 없다’가 70% 이상, 주택 청약은 응답자의 50% 정도만 ‘들었다’고 답한 것을 소개하며 “그래도 교단은 은퇴 준비를 더 많이 강조하고 일반 선교사들보다 은퇴 준비가 좀 더 되어있는 경우이며, 국제선교단체의 국내 지부도 은퇴기금이 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그러나 “선교 리더십을 많이 한 저 같은 선교사도 연금에 들어가지 못해 은퇴기금이 없고 은퇴 주택도 준비가 안 돼 있는데, 한국의 자생선교단체 소속 선교사들은 은퇴기금이 (더 많이) 준비 안 돼 있다”고 실정을 알렸다.
그러면서 지난 1월 5일부터 말까지 KWMA가 진행한 최신 선교사 은퇴 준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응답 216명)를 소개했다. 파송단체의 은퇴 기금이 없는 경우는 약 82%, 파송단체의 주택 보유도 약 93.2%가 없었으며 은퇴연금 준비 현황이 없는 경우는 약 61.2%였다.
은퇴 후 활동 계획은 약 72.8%가 ‘있다’고 대답했다. 그중 42.9%는 현지 지원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는데 조 목사는 “현실적으로 재정적 여유가 있으면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현지 사역 지원이 어렵다”고 알렸다. 은퇴 후 활동 계획이 없다는 답변도 27.2%를 차지했다.
조용중 목사는 최근에는 선교사들에게 주택청약과 국민연금 가입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하며 “교회와 개인들도 선교사들의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 목사는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고 고백하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사람들을 통해 아름다운 선교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한국 선교사들이 어려움을 이겨내며, 한국교회와 한국 선교사가 전 세계 열방에서 축복의 통로로 쓰임 받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 시간에 백광흠 교수는 “미 남장로교회는 한국에 파송됐다가 은퇴하고 미국에 돌아온 선교사들을 위해 블랙마운틴에 주택을 마련해 모여 살도록 하는 것을 들었다”며 “개 교회와 단체가 선교사들을 파송할 때 인생계획, 재정계획을 모두 세우고 보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교단에서도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선교사를 파송하면 은퇴 이후 케어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민 박사(연세의대 내과 전 교수)는 “이전에 31개 종합병원을 다니며 의료계약을 맺어 외국인근로자 1명을 보내면 250만 원 이내는 병원에서 지원하겠다고 하여 잘 운영했다. 그러나 이후 원장이 바뀌니 잘 안 되었다”며 병원에서 선교사들에게 주는 의료 지원이 더 확대될 수 있길 기대했다.
박상은 원장은 “우리나라에 30개 기독병원에서 선교사를 지원하는데, 선교사들에게 특별히 잘해주는 병원이 있어 데이터화해 네트워크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한국기독의사회에서 관련 주제로 심층 세미나도 진행하고, 외교부 산하 해외교민 의료지원 네트워크도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선교사님들이 코로나로 고생하고, 한국에 돌아와도 머물 곳이 없다”며 “주민센터에 생활보장대상자로 신청하러 갔는데 말을 못 하고 있으면 직원이 눈치채고 ‘선교사님이시죠’라고 한다고 들었다. 그 말씀을 듣고 마음이 미어졌는데, 선교사님들의 건강 지원과 은퇴 후에 진지하게 도움을 드리는 한국기독의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기독의사회 신임 회장 백광흠 교수, 수석부회장 최연현 교수 선임
이후 정기총회에서는 백광흠 교수가 회장으로, 최연현 교수(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가 수석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백광흠 신임 회장은 “김윤환 직전 회장님께서 많은 일을 하셔서 제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그동안 하시던 일을 잘 이어받아 차질 없게 하고, 다음 회장님께 잘 넘겨드릴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총무로 김희진 교수(한양대 신경과), 회계로 이봉근 교수(한양대 정형외과), 서기로 정민성 교수(한양대 외과)가 지원해주셔서 든든하고 더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전했다. 최연현 수석부회장은 “신임 회장님을 잘 모셔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1년간 헌신적으로 섬긴 김윤환 직전 회장에게는 감사패가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