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규진 기자] 보수와 진보의 대화를 추구하는 혜암신학연구소(소장 이장식 박사)가 종교개혁500주년을 준비하면서 2016년 봄학기 강좌를 진행 중인 가운데, 30일에는 칼빈 권위자인 이양호 박사(연세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특별히 칼빈의 정치와 경제에 대한 사상이 어떠했는지 들었다.
이양호 박사는 "요한 칼빈의 정치신학과 막스 베버의 자본주의 기원 이론"이란 제목으로 발표하면서, 먼저 정치사상에 대해 풀었다. 그는 "영국 청교도와 스코틀랜드 장로교도, 프랑스 위그노, 네덜란드 베거, 미국 필그림 파더 모두 자기들 나라에서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는데, 이들 모두가 칼빈의 정신적 후예들인 칼빈주의자들"이라 말하고, "때문에 칼빈이 근대 민주주의 주창자라는 가정은 자연스레 받아들여져 왔다"고 이야기 했다.
이 박사는 "칼빈이 시민 정부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관념을 갖고 있었다"고 말하고, "정부 형태에 대해서는 차선책으로 폭군정이 아닌 군주정도 인정했지만, 최선의 정부 형태는 민주정과 귀족정의 혼합 정부임을 주장했다"면서 "(현재처럼) 선거에 의해 통치자를 뽑아 통치자가 법에 따라 통치하는 것을 최선의 길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칼빈은 모든 권세가 하나님께로 온다고 보았으므로 독재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백성의 관리의 저항권은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그 권리를 행하지 않는 것을 배임으로 봤다"고 했다.
그는 "칼빈 안에서 후에 권력 분립으로 표현된 권력의 상호 견제 사상, 후에 대의 민주주의로 표현된 민주정과 귀족정의 혼합 정부에 대한 사상, 후에 의회의 탄핵 소추권으로 표현된 백성의 관리의 저항권 등 많은 민주주의의 사상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칼빈은 사인의 저항권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종교 문제에 대한 사인의 저항권은 인정했기 때문에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 칼빈주의자들이 종교 문제로 박해를 받을 때 저항권의 사용을 당연한 것으로 보고 사용했으며,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칼빈의 경제사상에 대해서, 이양호 박사는 "칼빈주의와 자본주의의 관계의 문제는 지금까지도 논쟁되어 왔거니와 앞으로도 계속 논쟁되어질 것"이라 했다. 왜냐면 베버와 트릴취는 칼빈주의는 자본주의의 발달에 공헌을 했다고 주장한 반면 비엘러와 그레이엄은 칼빈주의의 정신은 자본주의의 정신과 다르며 오히려 칼빈주의는 기독교 사회주의적 면을 지니고 있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칼빈주의에는 자본주의적인 면과 기독교 사회주의적인 면이 공존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칼빈의 가르침에 사유 재산 제도를 인정하고, 상공업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시장 경제 체제와 사업상의 이윤을 인정하고, 사업 자금에 대한 이자를 인정함으로써 금융업을 인정하는 등 자본주의적인 면이 있었다"고 밝히고, "그러나 다른 한편 기금을 늘려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면서, 사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며, 공립학교를 세워 가난한 가정의 아동들을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사회주의적인 면도 있었다"고 했다.
이 박사는 "이런 점에서 스스로 칼빈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옹호자가 될 수도 있었고 기독교 사회주의의 옹호자가 될 수도 있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칼빈주의는 이 둘을 포괄하고 극복하는 것이며, 그래서 이 둘 중 어느 편도 아니"라며 "칼빈주의는 자본주의도 기독교 사회주의도 아니라 그 나름의 독자적 경제 윤리를 가진 독자적 사상체계이며, 그 둘에 대한 이상적 대안이라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논찬을 통해 칼빈의 사상은 좋지만 '종교독재자'로 비춰지는 등 개인 성품 등은 재고해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했고, 이양호 박사는 "세르베투스 1인이 사형 당한 것을 제외하고 (칼빈이)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제네바의 독재자였다는 둥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변호했다. 또 서 박사는 "칼빈이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저항권을 인정했다 하는데, 약간은 유감"이라 밝히고, "종교 문제만 아니라 언론과 학문 등의 자유도 종교의 자유만큼 민주사회에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라 했다.
김균진 교수(연세대 명예교수)는 논찬을 통해 "칼빈의 예정론이 오해도 받을 수 있겠지만, 당시 가톨릭 사제들의 손에 '구원'이 달린 듯한 풍토를 극복하기 위해 '구원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속한 문제란 것'을 분명하게 말하기 위해 칼빈이 예정을 이야기한 것"이라 설명했다. 더불어 "칼빈이 근대 자본주의의 시조라 보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시각"이라 주장했는데, 이는 현대 극악한 자본주의의 폐단까지 칼빈이 용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그의 생각에서 기인됐다. 김 교수는 "(현대사회를 봤다면) 부자는 하나님 뜻에 따라 부를 나눠야 한다는 이야기를 칼빈은 했을 것"이라며 현대 사회에서 칼빈 해석은 좀 달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강근환 박사(서울신대 전 총장)도 논찬을 통해 "칼빈 예정론은 그의 중심사상이 아니"라 말하고, "예정론의 전제를 알아야 하는데, 칼빈신학 중심은 하나님 주권사상으로, 하나님 주권사상을 전제로 한다면 자연히 예정이란 것을 알게 되는 것"이라며 "하나님 주권을 인정한다면 하나님이 모든 것을 하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그렇지 않고 접근한다면 예정론은 억지처럼 보일 것"이라 했다.
이어 '저항'에 대해, 강 박사는 "서광선 박사의 견해처럼 칼빈에게 약간 소극적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치문제와 관련, 적극적 저항론을 주장한 사람은 칼빈 제자격인 존 낙스"라며 "한국장로교회가 칼빈은 지나친 평가를 하지만, 사실 장로교 조직에 큰 공헌을 한 인물은 존 낙스인데 너무 무시되거나 폄하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그도 "스위스 제네바에서 칼빈이 독재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현지 칼빈 교회를 가서 그 구조를 보고 제네바에서 푸대접 받았던 칼빈의 삶을 돌아볼 때 그렇지만도 않은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또 "삼위일체는 기독교 신학의 중심적 뼈대가 되는데, 칼빈은 그것을 중요하게 여겨서 (세르베투스가) 그것을 저해한다고 판단한 나머지 칼빈에게 가장 하나의 오점이라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처형까지 이르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이야기 했다.
이후 질의응답시간 '기독교정당'에 대해 이양호 박사는 "칼빈의 이상은 목회자가 설교를 통해 양심적 정치지도자를 길러내고, 그들이 좋은 정치를 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 "칼바르트도 기독교 정당을 부정했는데, 그도 칼빈과 비슷하게 양심적 정치인들이 양심적 정치를 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칼빈 신학에 잘못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자신은 칼빈을 존경하기에 사실 잘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다만 "예정론 문제는 칼빈보다는 웨슬리를 따르는 편"이라 답했다. 또 '교회재정'에 대해 "교회가 칼빈의 가르침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면서 "1년 예산 절반은 가난한 자의 구제로 쓰고, 나머지를 교회 살림을 꾸려가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칼빈의 일생 기도와 고민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칼빈이 제네바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하나님의 영광과 선한 질서"라며 "좋은 사회제도를 만드는 것, 그것을 사명으로 여겼다"고 했다. '전도'와 관련, "그 당시 제네바 주민들이 다 크리스천들이어서 전도 문제는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고 언급하면서도, "한국교회가 다시 부흥하려면 초중고 학생들이 학습에서 해방되어야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현 초중고생들의 목적이 대학입학, 취직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교회를 오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혜암신학연구소는 "다가오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준비하면서, 오늘날 우리들이 위대한 신앙의 선조들이 가졌던 위대한 신앙과 사상을 계승할 수 있도록 이 분야에서 깊은 연구를 한 학자들을 초청해 종교개혁의 시대적 배경과 그 사상을 인문학적으로 접근, 조명하고 토론회를 마련하고자 강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오는 6월 27일에는 "아나밥티스트와 급진적 종교개혁 운동가들"이란 주제로 김주한 박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다. 그 동안 이장식 박사, 강근환 박사 등이 강연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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