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자신을 "빈 들에서 외치는 소리"라 표현했던 여해(如海) 강원용(姜元龍) 목사(1917~2006).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9일 '여해 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정오에는 한길사 다목적 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여해 강원용 평전'(전 3권) 출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여해 강원용 평전은 한국 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종교지도자이자 평화운동가 여해 강원용 목사의 삶과 사상을 다룬 책이다. 전 3권으로 기획된 이번 평전은 강원용 목사의 활동을 각각 ‘목회’ ‘사회’ ‘방송’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한길사와 (재)'여해와 함께'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평전은 2017년 올해가 강원용 목사 탄생 100주년, 종교혁명 500주년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평범하지 않은 여해 강원용 목사의 평전 3권
먼저 경동교회를 중심으로 한 강원용 목사의 목회 활동을 다룬 '여해 강원용 목사 평전'(박근원 저)은 그의 기독교 신앙의 뿌리와 목회 현장의 역동성을 다뤘다. 저자인 박근원 박사는 청소년기부터 강원용 목사의 설교를 듣고 자란 한국의 대표 신학자로, 한신대학교 학장을 지냈다. 2016년 강원용 목사 서세(逝世) 10주기 때 발간된 설교선집 "돌들이 소리치리라"의 편저자이기도 하다.
박근원 박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강원용 목사는 한국 100년 사에서 보기 드문 설교가"라 평하고, "지난 20세기 강 목사 없이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을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평전에 대해 "(강 목사의) 경동교회 목회와 신학을 정립하고, 평생 설교한 것들 가운데 일부를 다뤄 누군가 이 분야를 연구하고자 할 때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자 했다"고 이야기 했다.
두번 째 책 '강원용 인간화의 길 평화의 길'은 강원용 목사가 주창한 사상적 개념인 ‘인간화’ ‘사이 너머’ ‘대화운동’ 등을 분석하며 그가 평생 펼친 평화와 상생 운동의 뿌리를 따라간다. 사회 분야 저자는 박명림·장훈각 연세대학교 교수로 한국정치를 전공한 진보적이고 유능한 정치학자다. 이 두 사람은 개신교인이기는 하나 다른 저서의 저자들과 달리 강원용 목사와 개인적 친분이 없다.
경동교회 성도이기도 한 어경택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이 책에 대해서, "본질적으로 강 목사는 '목회자'이지만, 그간 활동했던 행적을 보면 목회자로서만이 아니었다"면서 "모든 문화체육예술 분야에서도 함께 였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기여할 수 있겠는가에 상당히 고민하고 방법을 모색하고자 애를 많이 쓰신 분"이라 평했다.
세번 째 '강원용과 한국 방송'은 강원용 목사가 제도권 방송과 대화한 기록이다. 강원용 목사는 방송윤리위원회 위원장(1962~67), 방송위원회 위원장(1988~91), 방송개혁위원회 위원장(1998~99) 등 방송기구의 수장을 세 번이나 맡았는데, 이는 그가 방송이 사회구성원의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송 분야 저자는 이경자 전 경희대학교 부총장, 강대인 전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장, 정윤식 강원대학교 교수, 홍기선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다. 이들은 시기별로 강원용 목사의 방송철학과 활동을 시대상황 분석과 아울러 정리했으며, 민간 싱크탱크인 크리스챤아카데미에서 진행한 방송대화모임의 주제와 영향력 등에 대해서도 함께 분석했다.
이경자 전 경희대 부총장은 강 목사가 지극히 세속적인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는 점에서 많은 질문을 받았고 받을 수도 있겠다며 "강 목사 자신에게는 성속이 따로 없고, 오로지 그 일이 '인간화'에 도움되는 일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 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녀는 강 목사가 '방송의 중립'을 위해 평생 애썼다며 "그 이상적인 목표를 위해 혁명전사와 같은 모습으로 싸웠다"고 추억했다.
2017년, 다시 만나는 여해 강원용 목사
책을 펴낸 한길사 측은 "오늘날 우리 사회는 대화를 멈추고 극단적인 편 가르기로 서로를 헐뜯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방송의 공공성 실현은 ‘정치적 카드’로 남발될 뿐 여전히 요원한 과제"라 말하고, "사회적 갈등과 문제를 대화로 해결해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고, 종교인들에게는 참복음의 증언을 요청한 강원용 목사의 목소리가 그리운 이유"라 했다.
한길사는 "강원용 목사는 생전 자신을 종교인도 사회개혁가도 정치가도 아닌 ‘빈 들에서 외치는 소리’라 했는데, 아무도 없는 ‘빈 들’에서 외치는 이는 선지자로, 남보다 한발 앞서 살펴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물이기에 논쟁적이고 고독하다"고 했지만, "강 목사의 유지를 이어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평전이 조금이나마 일조를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여해 강원용 목사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종교 지도자이자 기독교 사회운동의 선구자다. 1917년 함경도 산골에서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15세에 기독교에 입문했으며 18세에 북간도 용정에 있는 은진중학교에 입학해 수학하며 꿈을 키웠다.
해방 후 청년 대표로 좌우합작운동에 참가했으며, 김재준 목사와 함께 경동교회를 설립했고 아시아의 진보 교단을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창립에도 공헌했다. 미국 유니언 신학교에서 라인홀드 니버와 폴 틸리히에게 신학을 배운 뒤 귀국하여 세계 신학계의 흐름을 국내에 소개하는 한편, 세계교회협의회(WCC)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세계 교회와 아시아 교회, 한국 교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제3세계가 서구사회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는 ‘교육과 실천’을 위해 1965년 ‘크리스챤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인간화를 이루고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광범위한 대화운동을 펼쳤다. 1970년대에 운영한 ‘중간집단교육 프로그램’은 사회 갈등의 조정과 통합을 매개로 한 인간화운동으로 지금까지도 사회운동의 모범적인 모델로 평가받는다.
말년에는 ‘평화포럼’을 주도하며 한반도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온 힘을 쏟았다.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公義)가 이 땅에서 이뤄지길 소망하며, 신앙인으로, 시대의 스승으로, 빈 들에서 외치는 소리로 평생 노력하는 삶을 살다가, 2006년에 서세(逝世)했다.
모란장(1969), 동백장(1972), 청룡장(1988), 한신상(1997), 니와노평화상(2000), 만해평화상(2002), 국민훈장 무궁화장(2006)을 받았다.
한편 같은날 오후 가나아트센터 야외무대에서는 여해 강원용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 여해문화제 ‘여해와 함께’가 열렸다. 행사에서는 여해 강원용 목사의 정신을 기려 사회·문화·종교 분야에서 인간화와 평화에 크게 공헌한 이들을 현창하기 위해 제정한 제1회 여해상 시상, 새로 출간한 여해 강원용 평전(사회평전/목회평전/방송평전/여해 아카이브 북) 소개, 그리고 여해의 기억을 공유한 이들과 미래 세대가 함께 모여 여해의 사상과 실천을 이어받고자 다짐하는 공동체의 시간 ‘여해와 함께 하는 향연’ 등이 펼쳐졌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