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대화문화아카데미(이사장 이삼열)가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평창동 대화의 집에서 ‘공동체 자유주의의 의미와 실천 과제’를 주제로 대화모임을 개최했다. 좌우 진영의 이데올로기 논쟁으로만 격화하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를 정치·철학적 차원으로 끌어올려, 보다 진지한 사회적 성찰과 공론의 장을 열어보자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이어온 연속 대화모임이다.
이삼열 이사장은 개회 인사를 통해 "지금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해 보는 이유도 오랫동안 알고 주장해왔던 자유민주주의가 오늘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한 가치와 정책을 제공하는가, 아니면 다른 이념과 정책이 보완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라 지적하고, 리버럴리즘·자유주의의 약점과 한계를 어떻게 보완하는가를 찾아보려 이번 행사를 개최했음을 밝혔다.
발제자로는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공동체 자유주의의 정책적 맥락’이라는 주제로, 김선욱 숭실대 교수가 ‘자유 개념의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나섰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와 장은주 영산대 교수가 각 발제에 대한 논평을 했다.
박재완 교수는 오용되는 ‘자유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자유주의', 즉 '공동체자유주의'를 주창했다. 이는 자유주의를 기본으로 공동체주의를 가미한 것으로, 곧 자유주의가 필요조건이고 공동체주의는 충분조건인 셈이다. 그는 '공동체자유주의'에 대해 "개인의 존엄과 독존적 가치를 부정하는 전체주의 및 집단주의와 차별되고, 개인을 존중하고 설득하며, 개인의 자유를 전제로 한 자유공동체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교수는 "이기적 방임적 자유가 아닌, 이웃을 배려 포용하고, 사랑과 품격이 있는 자유주의"라 설명했다. 그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권리로서의 ‘선호적 자유’는 개인의 자유로운 행동과 공동체 가치의 괴리 파생 위험이 있다"며 "해야 할 것을 하는 의무로서의 ‘이성적 자유’는 공동체를 파괴하지 않는데, 옳다고 믿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 권력·다수결·관행·여론에서 자유롭고 소신을 실천하는 자유가 진정한 자유"라 했다.
이어 박 교수는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는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고, "개인 자유를 기본으로 하되, 공동체 발전과 조화를 도모하는데, 국가는 외적 강제가 아닌 교육과 설득, 솔선 등을 강조한다"고 했다. 또 "공동체주의는 이기적 개인주의와 구분"된다 말하고, "후자는 개인 안의 우주적 공동체성 부정 및 공동체에 대한 기여와 책임을 거부한다"며 "동체 질서가 自律에 기초할수록, 연대성·보충성 원리가 잘 작동해 공동체 질서에 公私가 조화될수록, 선조의 예지(전통·문화)와 공동체의 가치(도덕·윤리)가 전승 발전할수록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선욱 교수는 발제를 통해 '자유' 개념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되짚어 본 후, "자유 개념은 다양하며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다"며 "자유는 시장지상주의자들이나 자본가들의 전유물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자유는 공화주의 사상의 중심에 있고, 공화주의적 자유 개념은 자유주의적 자유 개념과 다를 뿐 아니라 모순적이기도 하다"며 "'자유’라는 단어 자체를 헌법에 포함시켜야 하는가 라는 문제에 대해, 원래 자유 개념이 자유주의의 독점물이 아니라는 점과 자유 개념을 통해 우리가 이루어야 하는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한다면, 우리에게는 자유 개념을 회피하지 말아야 할뿐 아니라 오히려 자유 개념에 적극적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활용하며 사회적 변화의 핵심 개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어진 대화 시간에는 이진우 포항공대 교수의 사회로 각계 원로, 사회지도층, 학계, 시민사회 등 20여 명의 인사들이 함께 토론을 벌였다.
한편 대화문화아카데미는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오용·오독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정치·철학적 개념과 언어를 새롭게 성찰해보는 연속 대화모임 ‘자유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한다’를 열고 있다. 이번 모임은 그 세 번째 모임으로, 공동체 자유주의가 자유민주주의와 어떤 보완 관계를 맺는지 좀 더 면밀히 토론해 보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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