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평창동 대화문화 아카데미는 10일 오후 2시부터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 대안인가 보완인가'를 놓고 대화모임을 개최했다. 발제자로 김홍우 서울대 명예 교수에 이어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나섰다. 그는 ‘한국의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 : 대립의 역사, 대화의 가능성’이란 주제로 발제하면서, 먼저 막스 베버의 말을 빌렸다.
그는 “가치 다원적 현대사회에서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 간 갈등은 마치 신들의 전투처럼 격화될 수 있다”고 첫 말을 떼면서, “현재 미국, 유럽 등 서로 다른 이상을 가진 사회세력 간 갈등은 흡사 종교전쟁과 비슷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어느 한 쪽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바꿔 말해, 그는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는 대립적 관계는 아니”라며 “양자의 특정한 결합 태를 지지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 개념을 따져보며, 그는 논의를 전개시켜 갔다. 먼저 자유주의를 설명하며,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중시하지만, 이는 고립된 원자적 행위자를 뜻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곧 그는 고전적 자유주의자 아담 퍼거슨을 빌려 “인간은 연합하고 정치적인 존재”라고 했다. 따라서 그는 “자율적 각 개인의 정치적·도덕적 의지에 따른 연합이 사회를 가능케 함”을 역설하며 “개인성은 사회성과 모순되지 않음”을 전했다. 건강한 사회는 개인의 자율성 확보가 우선임을 재차 말한 셈이다.
또 그는 몽테스키외를 빌려 “자유란 법이 허용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권리”라고 했다. 이 때 “법이란 모든 개인의 자유 위에, ‘동의된’ 입법”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국가적 권위와 역할을 중시하는 법치국가(Rechtsstaat)가 아닌, 법의 지배(rule of law)가 핵심”이라며 “선출된 권력의 남용을 배태할 수 있는 민주주의는 언제나 자유주의 정신에 따라 견제 받는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그는 “권력은 언제나 남용의 위험을 안고, 견제 받아야 한다는 믿음이 자유주의의 핵심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자유주의 전통은 자율적 개인들 간 상호작용에서 질서가 자연스레 구축될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했다. 일례로, 그는 “보이지 않는 손과 자생적 질서가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개인들의 자유가 자동적으로 자유주의적 질서를 창출한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라며 “개인들의 ‘지성’, ‘사려’, ‘선택’, ‘책임’ 등 도덕성이 항상 개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여 그는 “자유주의자들은 자유가 곧 도덕적 사회를 곧바로 가능케 한다고 믿은 것”이 아니라 “자유 속에서 어떻게 공동선을 구현할 것인지, 어떤 자유가 그것을 가능케 할 것인지”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그는 “17-18세기 고전적 자유주의는 만인의 평등한 자유만이 아닌, 시장의 도덕적 위험, 사회의 자기규제의 한계 등을 중시했다”면서 “이후 자본주의의 파괴성이 드러나자, 19-20세기에 들어, 자유주의는 평등의 가치와 정부 역할을 강조하게 됐다”고 했다.
한편 그는 사회민주주의 개념을 자유주의와 비교하며 논의를 전개시켰다. 그는 “사민주의는 17세기 탄생한 자유주의를 선택적으로 계승했다”며 “개인의 자유뿐만 아니라 평등과 사회적 정의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사민주의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의 자유, 평등, 연대 정신에 기인했다”며 “다만 자유와 민주주의는 평등과 정의를 통해 완성된다는 점이 자유주의와의 차이”라고 분명히 했다. 특히 그는 “자유주의 전통에서 자유를 제 1원리로 해, 자유로부터 ‘정당화’될 수 있는 평등을 생각하는”반면 “사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 함께 갈 때에만, 자유의 구현도, 평등의 구현도 온전히 가능해짐을 강조했다”고 했다.
따라서 그는 독일 사민주의자 토비아스 곰베르트를 빌려 “자유주의와 사민주의의 핵심 분기점은 결과의 평등까지도 인정하느냐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바꿔 말해, 그는 “자유주의는 기회의 평등만을 중시하지만, 사민주의는 결과의 평등 없는 기회의 평등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라며 차이점을 부각시켰다.
이 외에도 그는 “자유주의는 제한되지 않은 민주주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사민주의는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증진을 위한 민주주의 쟁취에 더 큰 비중을 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전제로, 사민주의는 민주주의를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상정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민주주의가 평등과 자유를 위해 국가를 변화시키는 대중의 힘을 지닌다는 점”에서, “사민주의는 공산주의와 달리, 다원주의에 입각한 민주주의에 가치와 위상을 크게 부여 한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사민주의는 자유주의 보다 이념적 개방성과 유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독립적 이념 체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다양한 이념을 포용하는 사회적 가치이자 정치노선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가령 그는 독일 사민당 총수였던 빌리 브란트의 퇴임 연설을 빌려 “의심스러울 때는 자유를 택하라”며 “자유가 병들어가는 것을 결코,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때문에 그는 “자유는 평등과 정의만큼이나 사민주의 중심에 있는 언어”라며 “사회주의, 자유주의, 민주주의, 공화주의 등의 다양한 사상을 교리가 아닌 가치로서 포용”한 사민주의의 한 측면을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자유주의와 사민주의는 동일하게 자유를 중시 한다”며 “양자가 서로 대립되는 이념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민주의 및 복지국가를 모두 공산주의와 동일한 범주로 간주하는 극단 우파들”을 문제 삼았다. 그는 “그들은 3세기 가까운 자유주의의 역사는 만인의 평등한 존엄과 사회적·도덕적 문제에 늘 관심이 있어왔다는 사실을 은폐 한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그는 “좌파들은 지난 1980년대 자유주의를 신자유주의로 매도했지만, 1870년대 산업혁명 시기의 진보운동은 시장의 자유를 기반으로 이뤄졌다”고도 반론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자유주의와 사민주의는 어떻게 전개돼 왔을까? 신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는 독재정권의 공식 이념명칭으로 사용됐지만, 4.19 혁명, 5.18 민주 항쟁의 전단지에도 자유민주주의가 등장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오랜 독재 하에 자유주의는 북한과 대결 속에서 대한민국 체제를 지탱하는 규범 이었다”고 했다. 동시에 그는 “독재에 저항하는 세력들은 자유주의로 저항의 정당성을 견지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그는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지배와 저항, 억압과 자유를 함께 담고 있는 기묘한 언어로 사용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자유주의와 사민주의 간 경쟁을 통한, 새로운 정치 이념의 분화를 설명했다. 그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자유주의 진영과 사민주의 진영은 공론장 안에 놓이면서, 정치 세력화를 위한 경합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는 ”자유주의자들은 반공·권위주의를 적극 정당화하던지,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자유주의의 혁신을 두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그는 ”사민주의 또한 ‘민중’과 ‘반대’만 부르짖는 것만으로 안 되고, 이념을 다듬고 명료히 해 정치적 방관자와 적대자를 논박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정치적 공론장을 조성한 1987년 민주화는 보수든 진보든 정책과 이념의 진화를 낳은 셈이다. 가령 그는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이 다수 국민의 최대관심사로 떠오르며, 평등과 정의는 진보정당만의 이슈가 아니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로 인해 그는 ”그들과 경쟁하는 새누리당, 민주당 역시 어떤 식으로든 사민 주의적 정책 의제를 차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고려대 최장집 교수의 말을 빌려 “한국의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자유주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 보수주의가 자유주의를 독재 정권 수호의 공식이념과 슬로건으로 왜곡했고, 진보는 자유주의를 냉전반공주의나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로 적대시했음”을 반성했다.
하여 그는 “한국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여러 결핍된 조건들을 깊이 개선해 가는 데, 자유주의는 매우 강력한 유의미성을 지닌다”고 역설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최장집 교수가 제시한 자유주의의 유의미한 측면으로 ▲보편적 인권, 국가 권력 제한, 개인주의 ▲권력분립, 법의 지배, 자발적 결사체 ▲갈등의 생산적 측면을 중시 ▲소유권 자유에 대한 우선 등을 뽑았다.
한 발 나아가, 그는 한림대 최태욱 교수를 빌려 “자유주의는 본래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와 사민주의는 사실상 동일선 상“이라고 밝혔다. 최태욱 교수는 “자유주의는 본래부터 진보적 이었다”며 “약자를 포함한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상에 기초해 형성된 이념”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가 앞서 밝힌, 평등, 개인의 자율성, 국가권력 견제, 시민적 권리 보호 위한 법의 지배, 자생적 질서를 기치로, 17세기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자유주의가 태동했다는 말과 맥을 같이 한다.
신교수에 따르면, 고전적 자유주의자 존 로크는 “자유주의는 감정 선택의 자유, 정당한 입법적 권위 창출, 이를 위한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 정치참여의 자유가 핵심”이라며 “모든 개인이 사회 속에서 평등하게 누릴 자유를 기치로 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경제적 사익추구도 자유에 포함됐지만, 자유주의 인간학의 핵심은 아니었다”는 점을 로크는 말했다. 이에 신 교수는 “대처 레이건 시대에 시장주의가 부활함으로, 자유주의는 부자를 위한 이념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교수는 최태욱 교수의 말을 재차 빌려 ”사민주의는 노동계급 중심주의에 빠진 단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그는 ”보다 중간 계층을 포함한 계급연대의 지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그런점에서 자유주의와 사민주의 간 장점의 취합“을 주문했다.
이 대목에서 신 교수는 자유주의와 사민주의 간 교집합적 측면을 부각시킨 이론을 소개했다. 박세일 교수의 공동체 자유주의를 소개했다. 이른바 박 교수는 “소득분배의 악화, 노동소외의 발생, 경제력 집중의 문제를 교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가에 의한 적절한 시장규제”를 주문했다. 나아가 박 교수는 “교육, 보건, 주택, 문화 등 여러 부분에서 사회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모든 사람에게 사회안전망 구축과 사회적 약자의 경제적 자립을 높이려는 노력도 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로 박 교수는 "만민 중 일부라도 불평등이 존재한다면, 현재 자유를 향유하는 자유인도 그 자유를 상실할지 모르기 때문”이라 제시했다. 나아가 박 교수는 “자유의 보편화와 심화는 반드시 평등을 요구 한다”며 “결국 평등 없는 자유는 불완전하다”고 역설했다. 그런 점에서 신진욱 교수는 “박세일은 개인이 자유를 추구하면서, 공동체를 통해 자유가 완성될 수 있다”고 부연하며, “로크와 퍼거슨 등 고전적 자유주의자를 충실히 계승한 셈”이라 밝혔다.
사민주의자로 이성재도 소개하며, 신 교수는 사민주의와 자유주의 간 유사점을 계속 밝혔다. 신 교수에 의하면, 이성재는 “자유주의 사상은 보편적 인권, 법치국가, 헌법주의, 대의 민주주의 등이 핵심이고, 사민주의는 모든 인간을 독립적 개인으로 인정하고 평등한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양자는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성재는 북유럽 복지국가를 놓고, “이 나라들이 모든 개인에게 평등한 사회경제적 권리와 자유를 보장해 줬다”고 평가했다. 해서 그는 “자유주의의 이상을 가장 잘 실현하고 있다”면서, 이성재는 “결국 사회민주주의는 자유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신 교수는 “한국에서 자유주의를 반공에 기반 해, 독재 정권의 체제 이념으로 이용당한 측면이 있다”며 “하여 전체주의로 변질된 순간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즉 그는 “자유주의의 핵심은 전체주의에 대한 반대”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여 그는 “국민이 자유주의 사상으로 무장하고, 자유주의를 표방해야 하며, 자유주의가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임을 공공 앞에 선언해야 함을 요구하며, 거부자는 추방한다는 믿음이 바로 전체주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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