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신학의 대화’(과신대)가 9일 오후 12시 제23회 콜로퀴움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이날 신재식 교수(호남신학대 조직신학)가 ‘찰스 다윈과 기독교의 만남: 진화론을 수용한 기독교는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신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전달됐다”며 “종교와 과학, 다윈과 기독교 신앙, 창조와 진화 등 이러한 주제에 관한 우리의 지식도 특별한 경로를 통해 얻어 졌고, 이 지식이 우리가 이 주제를 보다 제대로 이해하고자 할 때 일종의 편견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진화론과 기독교 신앙에 관해서는 그 사람이 어떤 신앙적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어떤 신학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분명한 선입견을 가진다”고 했다.
이어 “인간이 지닌 사물에 대한 이해와 지식은 인간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특별히 생물학적 환경에 따라서 사물을 이해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태양에서 수많은 파장이 나온다. 그 수많은 파장의 빛 가운데 우리는 무지개 밖에 보지 못한다. 가시광선 내에서 보는 것이다. 자외선과 적외선의 영역은 우리가 특별한 도구를 가지고 사용하지 않는 한 볼 수가 없다. 즉 우리가 신학을 할 때 하나님을 태양에 비유할 수 있다면, 하나님은 자기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 주심에도 불구하고 마치 태양에서 온갖 다른 종류의 빛의 파장들이 나온 것처럼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한계 내에서 보는 것이다. 즉 무한한 하나님에 대해서 우리가 신학적 논의를 할 때 우리는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한계 내에서 하나님을 경험하고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므로 우리의 지식은 하나님 자신에 대해서, 온 세상에 대해서 완벽하게 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며 “우리가 가진 한계 내에서 부분적으로 이해하는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다윈과 기독교의 만남을 긍정하는 입장이 있다. 다윈의 진화론, 넓게는 자연과학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과 기독교 신앙이라는 두 실체가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기독교 신앙 안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비롯한 자연과학이 기독교 신앙과 모순되거나 분리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상호보완적이라는 전통이 있다”고 했다.
이어 “한 분 하나님께서 성경이라는 책과 자연이라는 책을 각기 저술했다. 그런데 이 두 권의 책을 이해하는 것에는 한 권만 이해하는 것보다 저자를 보다 더 이해하는 길”이라며 “자연이라는 것을 통해서 하나님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성서를 통해 하나님을 이해할 때 보다 온전한 하나님의 모습을 얻을 수 있고, 그 자연과 성경 안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는 하나님에 의해 통일된 것이다. 지식의 통일성이 하나님으로부터 보장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독교 역사전승에서는 오랫동안 성경에 대한 탐구와 더불어 자연에 대한 탐구가 격려됐다. 그리고 일상적인 삶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포함한 자연과학과 기독교 신앙을 함께 보여주는 방식”이라며 “인류는 우리가 살아가는 생명체계 안에서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스스로 인류가 번영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그 활동들을 특정한 경향성에 맞춰 이름을 붙였다. 예를 들어 정치는 특정한 경향성을 가진 활동들을 정치라는 영역으로 범주화 한 것이며, 과학은 특정한 방식을 통해 특정한 지식을 얻기 위한 활동을 가리켜서 과학이라고 하는 것이다. 예술이나 종교활동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더불어 “이러한 인간의 활동을 특정 범주로 나누어 이름을 붙였을 때 활동의 내용은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다양한 것이며, 특정 활동을 예술, 자연, 과학, 정치 활동이라고 했을 때 그 용어가 함축하고 있는 것은 경계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며 느슨하다”며 “그래서 개념적으로 외형 자체가 역사와 문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들은 특정한 방식의 지식의 체계, 정보 체계로 모아지고 전달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일상적으로 살아가지만 어떤 경우에 우리의 활동을 보고 ‘신앙생활을 한다, 경제활동을 한다, 정치활동을 한다’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이라며 “인간의 삶의 경험을 탄력성 있는 공에 비유하면 꼭지점을 하나 찍어서 잡아당기면 원뿔형이 된다. 인간의 삶에는 다양한 꼭지점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에 꼭지점을 두는가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삶에서의 활동일 뿐인데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다양한 활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 활동이 가장 근원적인 부분에서는 종교나 과학, 예술의 활동을 나누지 않고 중첩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완벽하게 종교적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평생 동안 폐쇄적인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하는 사람은 완벽히 종교적인 활동만 하는 것에 속한다. 그런데 수도원 원장이 수도원 운영에 관해 경제적 측면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종교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이 공동으로 중첩되는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종교와 과학을 얘기하거나, 다윈의 진화론과 창조신앙을 얘기할 때 원래 각각의 지향점인 꼭지점에서 다를 수 있지만 중간 영역에서 만나는 지점이 생기게 된다. 그것이 신앙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이며 구체적으로는 다윈의 진화론과 기독교 신앙이 만나는 지점”이라고 했다.
이어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장미꽃 한 송이가 있다. 생물학자에게는 순수하게 탐구해야 될 연구대상이다. 그런데 장미의 향을 화학적으로 분석한 경우가 있다. 이것은 장미향을 다루는 화학자가 다루는 대상이 된다. 또 하나는 장미를 100일 기념으로 선물을 했다고 했을 때 그것은 장미를 사랑을 전달하는 매개로 쓰는 것이다. 그리고 장미 한 단에 8유로라고 쓰여 있다면 교환을 위한 경제적 대상이 된다”며 “이처럼 ‘동일한 실체를 우리가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가’에 따라서 굉장히 다양한 논의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찰스 다윈 이래로 진화론과 기독교 신앙의 만남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우리가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생명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기독교 신앙의 입장과 지향점을 가지고 살아가는 영역과 이 세계를 순수하게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탐구해 가는 관점이 중첩되는 영역이 있는 것”이라며 “애초에 종교와 과학, 진화론과 창조론, 다윈 이래로 진화생물학과 기독교 신앙은 분리된 적이 없으며 인간들이 이 생명 속에서 살아가면서 활동들을 특별한 관점에서 지칭해서 이야기 하는 대상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신앙과 과학은 양자택일의 관계는 아니”라며 “창조론과 진화론을 양자택일의 관계로 생각하는 것은 둘을 동일한 위치에 놓고 보는데 정확하게는 창조론과 진화론, 기독교 신앙과 자연과학을 볼 때 우리가 ‘믿는다’로 받아들이는 문제는 아니라고 얘기한다”고 했다.
이어 “진화에 대해서 믿는다가 아니라 진화이론을 내서 ‘설득력 있는 과학이론으로 받아들인다’로 얘기한다”며 “진화론을 과학이론으로 받아들이지 신앙의 대상처럼 믿는 것은 아니다. 진화론은 종교적인 교리가 아니기 때문에 경험적인 세계를 사실적으로 기술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부연했다.
또한 “많은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을 믿는 것처럼 진화론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진화는 사실적 기술이기 때문에 진화론을 믿음의 대상으로 여기고 믿는 자세는 적절하지 않다”며 “유신론적 진화론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각기 다른 성격의 문제”라고 했다.
아울러 “기독교 신앙에서 창조론은 세 가지로 분류되며 태초의 창조, 계속 창조, 궁극적 창조가 있다”며 “태초의 창조는 우주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며, 계속 창조는 종말에 새 하늘과 새 땅이 올 때까지 하나님께서 우주의 과정 속에서 계속 개입하면서 사물을 늘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 즉 성령이 우리를 늘 새롭게 하고 이끌어 가는 것처럼 그런 것이며, 궁극적 창조는 종말에 새로운 하늘과 새 땅을 이루는 최후의 창조, 완성된 창조를 말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그런데 기독교 신앙에서 창조를 창세기 1장에만 몰입한다면 최초의 창조만 주목하고 기독교 창조를 최초의 창조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독교 신앙이 가지는 세 가지 창조를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고 하나님은 더 이상 창조 이후 역사에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일회성 창조로 끝나기 때문에 그런 창조와 그것으로 행하는 하나님은 우리 기독교가 생각하는 하나님이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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