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검은 눈동자가 사라지지 않네요.
그 눈동자가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왔어요“
래리 래딕 어르신, 2007년 1월 21일 주일 저녁을 기억하시죠? 그때 어르신께서는 마틴 루터 킹 퍼레이드와 어떤 연고가 있어서 오셨는지 모르지만 전야제에 초청을 받아 오셨습니다. 제가 마틴 루터 킹 퍼레이드 재단에서 주는 국제평화상을 받기 위하여 그 자리에 있을 때 어르신께서 오셔서 허리와 엉덩이 사이에 총을 맞은 흉터를 보여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나는 6.25전쟁 때 한국을 위해 싸운 참전용사입니다. 동두천, 의정부, 수원 등에서 전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한국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죽기 전에 꼭 한 번 방문하고 싶지만 누가 초청해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꼭 한 번 한국에 가고 싶습니다.”
그때 저도 모르게 어르신께 큰절을 하였습니다. 누군가가 큰절을 하라고 밀어뜨린 것 같았습니다. 큰절을 하고 나서 제가 이렇게 말씀을 드렸지요. “어르신, 제가 초청해 드리겠습니다. 혼자 오시기가 서먹서먹하시면 친구 어르신들과 함께 오십시오.” 저는 대여섯 명 정도 오실 줄 알았는데 친구들과 가족들까지 50여명이 오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판이 커지면서 제1회 참전용사 초청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우리 교회에 오셔서 너무 크고 아름다운 교회라고 놀라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제 손을 꼭 잡아주시면서 “나도 교회를 나간다”고 좋아하시던 모습도 떠오르고요. 그런데 어르신께서 한 번 더 오시고 싶다고 해서 다시 초청을 해 드렸을 때는 휠체어를 타고 오셨지요. 군제복을 입고 오셔서 “땡큐, 땡큐, 패스터 소! 땡큐, 새에덴 처치” 말하며 눈물을 흘렸던 그 젖은 검은 눈동자가 지금도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에 미국에 가서 인서비스를 할 때 어르신을 초청하려고 했는데 하늘나라에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얼마나 가슴이 먹먹하고 서글펐는지 아십니까? 지금도 어르신이 저에게 보였던 젖은 눈동자는 제 가슴 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주변에서 10회 정도만 해도 훌륭하니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래도 당신의 눈동자가 떠나지 않고 계속 어른거려서 14년째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줌 프로그램으로 화상 초청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하늘나라에 계시기에 첨단의 줌을 넘는 영적 줌이 있겠지요. 저는 이런 일을 하는 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래딕 어르신, 당신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어르신 때문에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14년째 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천국에서 이 모습을 보시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세요. 저는 참전용사 중 마지막 한분이 살아계실 때까지 찾아가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기도해 드릴 것입니다. 저 영원한 천국에 가는 그날까지 당신의 검은 눈동자를 기억할 것입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담임, 예장 합동 부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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