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나의 갈길 다 가도록』은 김정웅 목사의 자서전이다. 이 자서전의 부제를 ‘계양산 소년의 이야기’로 한데는 그만한 사유가 있다. 계양산은 옛적부터 “떠내려 온 산”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정상에 올라갈수록 흙 한 점이 없는 돌무더기가 군락을 이루었다. 산에는 굴껍질과 조개껍질이 군데군데 널려 있고, 오래된 고목이 없다. 서해안의 세찬 바람에 앙상하게 자란 잡목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산기슭 아래에는 옛날에 지방교육기관이었던 향교가 자리했던 유서 깊은 도읍이 있다.
계양산은 서해안에서 395m의 가장 높은 산으로 인천국제공항의 수많은 여객기가 이착륙하는 항로의 기점이기도 하다. 험하고 쓸모없는 산이 없어서는 안 될 국제비행 항로가 된 것이다.
이러한 계양산 기슭에서 자란 소년이 진솔하게 자기 인생을 서술한 눈물겨운 이야기가 『나의 갈길 다 가도록』에 담겨져 있다. 본서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저자와 함께 하시고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참으로 감사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만의 책이라고 할 수 없다. 소재를 제공하신 분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혼자서 일하지 않으시고 함께 일하기를 기뻐하신다.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실 때도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만들자고 하셨다(창 1:26).
믿는 자에게 세상 끝날까지 함께 하신다고 하신 하나님은 오늘날도 우리와 함께 일하기를 원하신다. 독자들은 저자와 함께하신 하나님이 지금도 우리와 함께 일하고 계심을 본서를 통해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 김정웅>
김정웅 목사는 1940년생으로 해방 전에 태어나서 서울 광운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강남대학교 신학과와 감리교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73년에 도장교회를 시작으로 40년간의 목회생활을 통해 여러 교회를 담임하였다. 영주교회에서는 새성전 건축을 하였고, 대장교회에서 10년여를 목회하던 중에 중부연회 감리사를 역임하였다. 2005년도에 중부연회를 통해 성역 30주년 기념수상을 받았고, 2009년에 목회를 은퇴하였다. 이제 하나님의 마지막 부르심을 기다리며, 작은 교회를 협력하고 있다.
<서평>
사역자의 자서전은 후배와 자녀의 디딤돌이다
사역자는 말하기와 글쓰기에 능해야 한다. 사역자는 자기 인생에 대해서 자서전(自敍傳, autobiography)을 쓸 충분한 능력이 있어야 하고, 또한 삶을 정리하며 자기 일생을 기록해주는 것은 매우 좋은 귀감이 된다. 후진들이 평전(評傳, critical biography)을 기록할 수 있겠지만, 본인 스스로 자서전을 기록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자서전은 자기가 직접 기록하지 않고 필진에게 구술하면서 정리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자기 구술로 진행하기 때문에 충분히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생애를 자기가 정리하고 후배들이 정리한다면 한 인생을 좀 더 구체적으로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탁월한 위인들은 자서전을 기록하지 않았다. 뛰어난 자서전으로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 있기는 하다. 자서전을 내는 것이 멋쩍을 수도 있겠지만, 범인(凡人)이기에 자서전을 기록하는 것이다. 너무나 평범한 자기 모습을 남김으로써 후대에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자서전 예찬론자이다.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영상으로 자기 일대기를 제작할 것을 추천한다. 그러한 자서전을 ‘크리스찬북뉴스’에서 출판해주니 매우 고맙고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리스도인은 일상의 소소함에 감사할 수 있고, 그 소소함을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갈길 다 가도록>의 저자인 김정웅 목사님의 사역도 부끄럽지 않은 이력을 가지고 계신다. 누구에게나 있는 소소한 일상은 아니겠지만 기독교 천년 역사에서는 소소한 사역일 것이다.
“자서전” 예찬론자의 입장에서 김정웅 목사님의 자서전인 <나의 갈길 다 가도록>은 그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사역자가 자서전을 집필하길 기대한다. 출판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기 후손들에게라도 글과 자료를 남겨두기를 바란다. 옛 우리 선조들은 가첩(家牒)을 기록했다고 한다.
<나의 갈길 다 가도록>은 4부로 구성했다. 사역 준비 과정, 사역 과정, 그리고 사역에서 만난 동역자 회상,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역자의 일생을 네 구도로 잘 배치한 것이다. 자서전의 좋은 모델이 될 것 같다.
노년(老年)의 사역자가 소회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부분은 감동적이다. 손자, 손녀가 있는 할아버지가 생각하는 부모님에 대한 회상은 매우 좋은 가풍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믿음의 가문을 세우는데 유익한 제시이다. 상처 없는 가정과 인생이 어디 있을까? 그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은 부모를 생각하면서 흘리는 눈물일 것이다. 저자인 김 목사님이 이 부분을 정리하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리셨을까? 사역을 정리하면서 얼마나 깊은 감동과 위로를 받으셨을까?
걸음걸음을 인도하시는 주 하나님의 깊은 섭리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일 것이다. 그런데 교회 사역자의 길은 더 험난하고 고난이 가득한 여정이다. 그 여정을 마친 뒤에 돌아본 과거는 감사와 감동이 가득할 것 같다.
<나의 갈길 다 가도록>에는 저자가 회상하는 한강물, 애호박, 고구마, 콩, 쌀 한 톨 등 모든 과거 사물에 의미가 가득하다. 과거가 아름다운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다. 그리고 사역에서 존경하는 목사를 소개하고, 동역한 동역자를 밝히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얼마나 많은 동역자들이 있었으랴? 자기 인생에 남기고 싶은 사역자들은 서로 복되고 기쁜 일이다.
사역자 소개에 고신파 목사 문천회를 소개하는 부분은 환대의 기쁨과 소중함을 보여주었다. 짧게 동역자를 소개하는 모습에서 세밀한 저자의 모습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자서전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진 자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컬러 화보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사진 자료는 모두에게 유익하고,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매우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인 것이다. 마치 역대상에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데 관련 없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약하겠지만, 자기 조상의 이름이 있다면 엄청난 관심이 부여될 것이다.
서평을 하기 위해서 개략적인 독서를 하면서 잔잔하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평이한 글쓰기로 보였는데, 이상할 정도로 감동적인 이야기로 다가온다. 저자의 섬세하고 온화한 모습이 글 속에서 잘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의 독백처럼 필자는 “나의 갈 길 다가도록” 주께서 인도하시는 그 깊음에 착념되었던 것 같다.
자기 사역에 후회와 아쉬움이 없는 은퇴한 사역자는 없을 것이다. 그 아쉬움이 가득할 사역에 우리는 최선을 다한다며 아웅다웅하고 있다. 이렇게 아쉬움이 있을 과거지만 우리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자기 부족함을 술회하고, 주의 인도를 드러내는 자서전은 그 패턴을 극복하지 못할 후배들에게 조금은 덜 아웅다웅하게 할 매우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아울러 선배들의 글을 읽으면서 좀 더 겸손함과 온유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자녀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버지를 본 산증인들이기 때문에 좋은 믿음의 가문을 이룰 수 있는 한 벽돌을 올려놓은 셈이다. 사역자의 자서전은 교회 사역자와 자기 가문을 위해서 매우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