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오 목사(미국 시온루터교회 한인 담당목사)

그룹 출판사(Group Publishing) 회장인 탐 슐츠(Thom Schultz)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하나님이 건물을 떠나셨을 때' (When God Left the Building)가 최근 개봉되면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영화는 오늘날 급격하게 쇠락하고 있는 미국 교회의 현실과 쇠퇴해 가는 미국의 영적 상태를 다루면서 미래에도 교회가 존재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미국 미조리 주 켄사스시에 있는 한 버려진 교회 건물 안에서 성가대가 영화 '하나님이 건물을 떠났을 때'를 위해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있다.

미국인의 77%가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생각하지만, 그 중 약 20% 만이 주일 예배에 출석한다. 매년 4000개의 교회가 문을 닫는다. 슐츠는 이에 대해 "우리가 아는 미국 교회는 죽어가고 있다. 한때 공동체의 심장과 영혼이었던 교회는 이제 사라지고 있다." 고 주장한다.

영화는 그 한 예로 한때 900명까지 참석했던 교인 수가 40명으로 줄어든 한 교회를 비춘다. 이 교회는 현재 목회자와 교인 일부간에 마찰을 빚고 있다. 교인들은 목회자의 설교가 지나치게 길고, 일부 교인들을 너무나 허물없이 대한다고 비판한다. 심지어 이 교회 이전 담임 목회자는 "자신은 하나님이 누구인지를 알지 못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슐츠는 미국 교회가 쇠퇴하는 원인이 "나는 교회에서 하나님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미조리 주 켄사스시에 있는 한 버려진 교회 건물 안에서 성가대가 영화 <하나님이 건물을 떠났을 때>를 위해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있다.   ©크리스천포스트

영화 '하나님이 건물을 떠났을 때'는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교회란 무엇인가? 죽어가는 이 교회에 희망은 있는가?

지난 6월 미국 네브라스카에 불어 닥친 토네이도로 관공서와 주택뿐만 아니라 교회 건물도 큰 피해를 입었다. 성 요한 루터교회(St. John Lutheran Church)도 토네이도로 교회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사람들은 교회 건물이 무너져 내려 더 이상 주일 예배를 드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교회를 담임하는 테리 메켈린(Terry Makelin) 목사와 약 100여 명의 교우들은 토네이도로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무너진 교회 건물도 교우들의 주일 예배를 막을 수는 없었다. 교회는 화려하고 현란한 장식, 영감이 넘치는 건물 그 자체가 아니라, 하나님의 올바른 말씀이 선포되고 거룩한 성만찬이 거행되는 그곳이 바로 교회이기 때문이다.

루터교회의 가장 중요한 신앙 고백서 중에 하나인 아우구스부르크 신앙 고백서(Augsburg Confession)는 교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하나의 거룩한 교회가 영원히 계속 될 것이라고 가르친다. 복음이 올바르게 선포되고 성례전이 올바로 거행되는 성도들의 모임이 바로 교회이다."(AC VII)

다시 말하면, 교회는 화려한 건물과 웅장한 악기의 선율로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순수한 가르침이 선포되고, 그 복음과 조화되는 성례전이 올바로 집행되어 믿는 자들의 마음 속에 믿음과 성령의 교제로서 이루어는 곳, 그곳이 바로 교회가 되는 것이다.

바울은 "그(그리스도)를 만물 위에 교회의 머리로 삼으셨느니라. 교회는 그의 몸이니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이의 충만함이니라"(엡 1:22-23) 라고 말한다. 즉,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머리가 되신다. 교회는 그의 몸이라는 말씀이다.

따라서 교회는 오직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의 말씀을 선포하고, 그 분의 살과 피를 함께 먹고 마실 때 살아있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가 된다. 그러나 아무리 크고 웅장한 교회 건물일지라도 화려한 악기와 음향으로 사람을 모은다 하더라도 복음이 왜곡되고 성례전이 올바로 거행되지 않는다면, 그곳에는 그리스도가 계시지 않는다. 그곳은 하나님이 떠난 죽은 교회일 뿐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도 미국 교회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교인 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영적 상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교회가 사회적인 모범과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지탄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겸손함으로 큰 존경을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으로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전향하는 교인 수가 더 늘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한국 교회 안에 팽배해 있다.

약 500년 전 돈으로 구원을 사고 파는 가톨릭 교회에서 하나님이 떠나셨다며, 하나님이 거하시는 올바른 교회의 모습을 회복하자고 외치며 탄생한 종교개혁의 후예 개신교회가 지금은 완전히 반대의 상황에 처해있다. 지금의 한국 교회 모습 속에 하나님이 있는가? 과연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시금 개혁되어야 한다! 다시금 새롭게 되어야 한다! 교회의 개념도 다시 정의되어야만 한다. 교회는 오직 그리스도 그분의 복음의 말씀이 선포되고, 성례전이 올바로 집행되며, 이를 통해 성령께서 성도들의 마음을 새롭게 하며 거룩하게 하는 성도들의 모임이 되어야만 한다. 그럴 때 교회는 하나님이 거하시는 집이요, 진정한 그리스도의 몸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 정진오 목사는...

루터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리서치 펠로우(Research Fellow)와 예일 신학대학원 방문연구원(Visiting Scholar)을 거쳐 현재 미국 시온루터교회(LCMS) 한인부 담당 부목사로 재직중이다. (연락처: 618-920-9311, jjeong@zionbellevill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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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교회를떠났을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