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의 약자다. OECD의 목적은 경제 성장, 개발도상국 원조, 무역의 확대 등이고 활동은 경제 정책의 조정, 무역 문제와 산업 정책의 검토, 환경 문제, 개발도상국의 원조 문제 논의 등의 일을 한다. 현재 38개국이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1996년 29번째 나라로 가입했다.
2024년 윤석열 정부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내세우면서 인용한 자료가 OECD 데이터이다. 필수의료 영역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근거로 인용했다. 정책을 세울 때는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일부분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사회에 끼칠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해 보고 추진해야 한다. 특히 개혁이라는 이름을 내걸 때는 목적과 방법, 대상을 잘 설정해야 하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코끼리 다리만 만지고 결정한 윤석열표 의료개혁
놀랍게도 대한민국 정부는 OECD 데이터 중에서 단 한 항목만 보고 의대 신입생 2,000명 증원 계획을 추진했다. OECD 2022년 보건의료 통계에 의하면 인구 천 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 3.7명이고 대한민국은 2.6명이다. 정부와 의료 사회주의자들은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적기 때문에 필수의료 영역의 의사가 부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선을 앞두고 코끼리 다리만 만지고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선동 정책을 펼친 것이다.
필수 의료영역은 진료 자체가 어렵고 힘든 영역이다. 외국처럼 어렵고 힘든 진료를 하는 의사에게 높은 보수를 주지도 않는다.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나 수술 결과가 안 좋으면 언제 소송에 걸려 면허가 정지되고 수억의 배상금을 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이들은 사명감과 열정페이로 버텨 오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필수영역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다른 진료과로 떠나고 있다. 정작 의료개혁은 의대 신입생 증원이 아니라 필수의료 영역을 떠난 의사들을 돌아오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했다. 이들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도록 신분보장을 해 주고 힘든 만큼 더 나은 보수를 제공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른 선택이다.
하지만 정부는 인해전술(人海戰術)처럼 의사를 대량으로 생산하면 낙수효과로 필수영역으로 의사가 채워질 것이라고 국민을 속였다. 질이 아닌 양으로 판단하는 의료 사회주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 필수의료 영역에 낙수의사가 밀려 밀려 채워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열심히 물을 부으면 독이 찰 것처럼 선동했다. 밑 빠진 독은 구멍을 막은 후에 물을 붓는 것이 상식이다.정부는 의사 1만 명만 만들면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의대생 증원 2,000명.. 그 어떤 근거도 없는 주술적 숫자를 내세웠다. 정부는 주먹구구식 주장인 2,000이라는 숫자가 과학적 근거로 탈바꿈하는 마법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주장한 유일한 근거은 2,000명 X 5년= 10,000명 뿐이었다. 그들 말대로 산수를 의료개혁의 목표로 정한 것이다. 한 나라의 의료정책의 근간이 되는 정책을 제대로 산출된 근거도, 회의록도 없이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무대뽀식 자신감과 추진력에 혀를 찰 노릇이다.
법원에서 과학적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제대로 산출된 그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정부였다.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이 한 가지 수치만 가지고 만든 정책에 무슨 기대를 하겠는가? 당연히 졸속 정책이기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판이다.
OECD 평균 VS 한국 통계
이제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황당하고 무모한 고집으로 의료 시스템을 망가트리고, 국가 재정을 낭비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OECD 보건의료 통계를 통해 코끼리 다리만 만지지 말고 코끼리 전체를 살펴보자.
OECD 다른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OECD 나라 중 남녀 모두 평균 수명 1등, 영유아 사망률 최저, 회피 가능 사망률 (예방 가능한 사망률) 최저, 의료 접근성 1위다. 언제든지 예약 없이 전문의를 만날 수 있고, 진료와 수술 대기 시간이 가장 짧고, 도시-농촌 간 차이가 가장 적다. 인구 대비 병상수와 병원 수가 가장 많고, 의사 중 전문의 비율이 73%로 높고, 의사 수는 매년 3,058명씩 증가하여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의료 비용은 매우 저렴한 나라로 나타나 있다. 온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개혁하겠다고 의사 수 하나로 2024년 의료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상식적으로 조금만 살펴보면 윤석열표 의료개혁 정책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선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숨은 속셈이 국민에게 속속 알려지고있다. 크게 4개 그룹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첫째, 의료 사회주의자들의 꾀임이 있었다. 역대 정권에 기생하며 사회주의 의료를 꿈꾸는 좌파 교수들의 주장이 있었다. 진지전을 펼치던 좌파 학자들이 기동전을 전개했다.
둘째, 값싼 전공의의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대형병원 운영자들의 무책임한 상업주의가 있었다. 수도권 인근 6,600병상을 채우기 위해 전공의 증원을 요청했다.
셋째, 의과대학 확대로 대학을 키워보려는 대학 총장들의 과욕 경쟁이 한몫했다. 의과대학 교육에 무지한 정치 총장들의 비교육자적인 행태가 힘을 보탰다.
넷째, 선거를 앞두고 불편한 이슈(김건희 여사 건, 채상병 사망사건)들로 궁지에 몰린 윤석열 정권이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4그룹의 다자간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진 결과가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 밀실 야합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보수주의의 가치와 법치까지 잊어버리고 선동정치에 매몰되어 무턱대고 박수치는 반지성적인 시민의식 역시 한몫하고 있다. 정부는 미련하게도 1만 명의 젊은 청년들과 기싸움에 이기는 것이 의료개혁인 듯이 소모적 고집을 부리고 있다.
틀어막기 바쁜 정부, 매일 발표되는 행정명령들 그리고 막말들
엉터리 졸속 정책을 강행하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부의 후속 정책들은 철저하게 미봉책의 연속이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단시간 내에 가장 많은 행정명령을 남발한 정부가 아닐까싶다.
사람의 혀는 신체 중 작은 부위지만 혀에서 나오는 말은 불같아서 온 산을 태워버린다고 한다.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매일 브리핑을 통해 쏟아 놓은 명령과 막말은 사태 악화에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내뱉는 막말과 어거지 명령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1. 공보의와 군의관 차출 2. 비대면 진료 허용 3. 의료법상 불법인 PA 허용 4. 거부권을 행사했던 간호법 추진 5. 해부용 시신 수입과 기증 시신의 임의 배급 6. 외국 의사 수입 발표 7.의대 교수 1,000명 채용 추진 8. 전공의 외국 진출 차단 9. 전공의 사직 금지 및 취업 차단 10. 전공의, 교수 면허정지 위협 11. 의대생 증원 반대 대학에 입학생 모집 정지 위협 12. 전세기 환자 해외 이송 진료 13. 의대생 온라인 수업과 타 대학 위탁 수업 추진 14. 법정 최고형 집행 위협 15. 리베이트 정보제공자에게 수억 원 보상금 지급 16. 100억 이상 사용된 공해 수준의 홍보 광고 17. 0.7 역량의 여의사 비하 발언 18. 개원가에 대한 비인격적 모독 발언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었다.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기에 언젠가 막말과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추궁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결국 OECD 평균으로 가는 급행열차에 타다
졸속 의료개혁 정책이 추진되자 만 명이 넘는 전공의가 사직서를 내고 만 오천 명의 의대생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무모한 의대생 정원 2,000명 강행에 의과대학 교수들의 항의가 시작됐다. 전공의가 빠진 대학병원은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며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14만 의사들은 집단 우울증과 의욕 상실증에 빠져있다. 정작 필수 의료영역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필수 의료과 의사들을 내쫒고 있다.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외과, 심장내과, 신경외과 등 필수 의료 중의 필수의료를 담당하던 교수들이 낙심하고 병원을 떠나고 있다. 남아있는 교수들마저 마음이 떠나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교수가 교직을 떠나야 정부가 정신을 차릴지 모르겠다.
정부는 코끼리 다리 만지기 정책을 강행하면서 끝까지 의료개혁이라고 우기고 있다. 5월 말까지 의대정원을 임의로 정하고 입시요강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와 의료 사회주의자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OECD 평균을 향해 달려가는 급행열차가 출발하려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110년 전 시베리아 강제 이주 열차를 탄 고려인들처럼 OECD행 급행열차에 강제 탑승하게 됐다. 강제 이주 열차의 결과가 명약관화(明若觀火)하기에 의사들은 저항하고 있지만 정부는 강행할 태세다. 이렇게 대한민국 의료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OECD 평균에 가까이 갈수록 지금까지 누려왔던 세계 최고의 의료서비스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급속한 의료비 상승으로 국민이 내는 보험료가 비싸질 것이다. 병원 건물은 있지만 필수의료 영역의 의사 부족해서 진료 대기 시간과 수술 대기 시간은 지금보다 몇 배 더 늘어나고, 수술 후 제대로 회복되지도 않은 몸으로 퇴원을 강요받을 것이다. 의사를 대량 생산하겠다고 하지만 의사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이 아니다. 의과대학은 있지만 가르칠 교수가 부족하여 의료교육 후진국으로 퇴보할 것이다. 막대한 돈과 자원이 낭비되는 정책 실패가 아닐 수 없다. 포퓰리즘에 환호한 혹독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국민에게 폭탄을 남기고 갈 그들
의료 사회주의는 지옥문을 열고 OECD행 급행열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기만적인 의료개혁 구호는 수년 안에 고비용, 저효율, 저질 의료서비스라는 받고 싶지 않은 폭탄을 국민에게 안겨 줄 것이다. 정치인들과 정부 관리들은 곧 떠날 사람이지만 그들이 남겨놓은 폭탄은 두고두고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조국을 팔아버린 구한말 정치꾼들을 보는 것 같다. 비겁하고 무책임한 행태가 문재인 정권 못지않다.
문재인 시즌 2를 보기 싫어 선택한 정부에 발등을 찍히고 있다. 집을 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집이 불에 타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한국의료를 이루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지만 의료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데는 몇 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조국을 등지지 않았으면
문재인 정권은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시키면서 200조의 손실을 국민에게 전가시켰다. 그래도 늦게나마 인재들이 남아있기에 멈춘 시설을 재가동하고 재기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마음이 떠나면 몸도 떠나게 된다. 건물은 새로 지으면 되지만 2만 5천 명의 청년의 상한 마음은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걱정이다.
이들의 손목을 비틀고 겁을 준다고 상한 마음이 돌아오지 않는다. 진정성 없이 내뱉는 영혼 없는 멘트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상하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에 밤잠이 오지 않는다. 바라기는 2만 5천 명의 청년들이 정권에 등을 돌리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나 조국마저 등지지 않았으면 한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