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박탈 여럿
‘10대 원칙’ 등 통해 주민들 사상 통제
“北 인권 실상, 국내외 널리 알려지길”

정부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조사한 약 450쪽 분량의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31일 처음 공개한다.

보고서는 북한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중심으로 작성됐으며, 공권력에 의해 사법절차를 거치 않고 처형당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북한 주민들의 생명권이 여전히 극심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지난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발간하는 것으로 정부는 2017년 이후 매년 북한인권보고서를 제작해 왔으나 탈북자 개인정보 노출 우려 등을 고려해 보고서를 3급 비밀로 분류,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널리 알린다는 차원에서 올해부터는 보고서를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이번 보고서의 발간은 우리 정부가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또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최근 북한인권 상황을 실태 중심으로, 인권규약상 권리별로 균형적‧객관적으로 작성하고자 했다”며 “‘국제인권규약’ 상 자유권과 사회권을 중심으로, 여성·아동·장애인을 취약계층으로 포함하고, 심각한 인권사안인 정치범수용소와 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도 별도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박탈 사례들이 여럿 발생했다. 국경지역에서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생명을 박탈하는 즉결처형 사례가 지속적으로 수집됐고, 구금시설에서 수형자가 도주하다가 붙잡혀 공개처형되거나 피구금자가 구금시설에서 출산한 아기를 기관원이 살해한 사례도 있었다.

북한 종교
2017년부터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를 연구해 온 비영리 단체 ‘한국미래이니셔티브’가 지난 2020년 발표한 ‘신앙에 대한 박해: 북한 내 종교의 자유 침해 실태’ 보고서에 삽입된 그림. 아래엔 “나는 남편이 갇힌 감방에서 들려오는 고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끝까지 남편은 ‘하나님을 믿는 것이 왜 범죄인가’라고 물었다”라는 인터뷰 내용이 적혀 있다. ©한국미래이니셔티브 보고서 삽화 캡쳐

또 ‘가장 중한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마약범죄, 한국영상물 유포, 종교·미신행위 등 자유권규약 하에서 사형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사형이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당국에 의한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에 대한 침해 역시 심각했다. 북한은 구타행위방지법을 제정하는 등 일부 법제도를 정비하고 있지만 신문과정에서 구타, 고정자세 유지 등 다양한 고문이 자행되고 특히 공개처형도 다수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주민의 이동 및 여행의 자유권도 보장되지 않았다. 북한은 사회주의헌법에서 여행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지만 여행증명서, 숙박검열 등의 제도를 해당 권리를 침해했다. 특히 평양 등 특별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에는 추가 승인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 사회주의헌법에서는 ‘김일정-김정일주의’를 유일한 지도적 지침으로 규정하고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등을 통해 주민들의 사상을 통제하고 있다.

또 북한 당국은 특별전담조직을 구성해 주민들의 외부정보 접촉이나 유포를 강력하게 통제해왔다. 최근에는 정보통제와 관련한 법제도를 정비해 외부정보 접촉 및 유포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참정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성분과 계층을 바탕으로 주민을 구분하고 있는데 이러한 성분, 계층은 거주지역과 직업배정, 승진, 이직, 대학진학 등에 있어 차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번 보고서가 북한인권 분야의 공신력 있는 기초자료로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해 홍보하고 영문판 발간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본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북한 주민의 인권 실상이 국내외에 공개되고 널리 알려짐으로써 북한 인권 증진에 기여됨은 물론, 우리 정부와 민간,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도 보다 강화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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