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M 가수 박우정 씨가 부른 ‘나의 하나님’의 예배 실황이 담긴 유튜브 영상은 2019년 9월 게시된 이후 현재 조회 수가 370만 뷰(View)를 넘어섰다. 일상에서 겪는 고난으로 인해 자존감의 하락을 호소하는 크리스천들에게 사랑받는 곡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해당 유튜브 영상엔 “저는 13살 초등학생입니다. 모태신앙이지만 신앙이 많이 흔들리고 믿음이 가뭄처럼 메말랐습니다. 주께서 저를 어루만져주시어 이 땅에 복음을 전하게 해주소서”라는 댓글도 달렸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에게 진실한 신앙 고백을 이끈 ‘나의 하나님’은 가수 박우정 씨가 작곡했을 당시 “스스로를 봤을 때 전혀 사랑스럽지 않을 때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주님은 안 괜찮은 상태로 있는 당신을 반드시 찾아가실 것이니, 안 괜찮아도 괜찮다”며 이 곡에 얽힌 탄생 비화를 털어놓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예수님을 처음 믿게 되면서 예배팀에 자연스레 합류하게 됐다던 박우정 씨.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나의 하나님’을 작사 작곡 노래까지 모두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노래에 대한 간증이 있다면?
“제 전공이 연극영화과였다. 당시 연기 수업에서 친구가 연기를 하는 광경을 보다가 갑자기 멜로디와 가사가 떠올랐다. 이를 머릿속에 기억해뒀다가 수업이 끝난 뒤 휴대폰에 멜로디와 가사를 재빨리 녹음을 했다. 그리고 이 구상을 바탕으로 아는 언니에게 코드를 짜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
이 곡이 탄생한 2017년 당시엔 제가 스스로를 봤을 때 전혀 사랑스럽지 않을 때였다. 사람의 평가에서 볼 때 딱 그 수준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당신의 눈이 저를 보시기에 가사 내용의 ‘어느 보석보다 귀하다’라는 것처럼, ‘가장 사랑스런 그 어떤 것보다 너는 아름다운 존재’라는 마음을 주셨다.”
-‘나의 하나님’에서 제일 좋아하는 가사는 무엇인가?
“‘거룩히 살아갈 힘과 두렴 없는 믿음을 주실 나의 하나님 완전한 사랑 찬양해’를 강조하고 싶다. 사람에게는 당연히 거룩과 두려움 없는 믿음이 없다. 이것이 우리에게 있다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약하고 죄 된 우리에게 그럼에도 하나님은 거룩과 두려움 없는 믿음을 주실 것이다. 우리에겐 하나님께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논할 자격이 없다. 우리는 원래 하나님께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자였다.”
-앞서 자신이 전혀 사랑스럽지 않을 때 이 노래의 영감을 얻었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스스로가 사랑스럽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가족들과 함께 미국 LA 근처로 이민을 갔다. 이민자로 살면서 어린 나이에 책임감이 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언어적 장벽 때문에 집안 대소사는 모두 내가 맡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을 돌아보지 못했다.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하지 못했다. 뭐랄까. 불순종하면 안 될 것 같은 율법적 생각에 갇혔다. 하나님 안에서의 자유함이 없었다. 남들에게 보이는 내 모습과 내가 나를 바라보는 모습 간에 괴리감이 느껴졌다.”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미국에서 한 대학교 연극영화과 학사를 졸업한 후 탈봇 바이올라 신학대학원(M.Div) 목회상담학 과정에 입학하면서, 우선 저부터 기독교 상담을 받기로 했다. 그 결과, 어렸을 적부터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해 오랜 시간 책임감을 갖고 지내다 보니, 자연스런 제 욕구는 그림자처럼 남은 상태였다. 즉 욕구를 자유롭게 분출해야 할 시기를 통과했어야 했는데, 이를 건너뛴 나머지 20대 중반 즈음 사춘기가 찾아왔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또 영성 관련 수업을 수강했을 때의 일화도 있다. 당시 담당 교수님은 마지막 수업 시간에 간증을 하셨는데, 그는 ‘나는 목회가 높은 부르심으로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높은 부르심이란 따로 없고 각자의 자리에서 사는 것이 부르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 말을 듣는데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의 내면을 돌보지 못하고 주변 환경과 압박에 이끌리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0년도부터 탈봇 신학교 신학대학원 과정을 휴학했다. 그리고 차고(Garage)에서 예배를 드리는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전해지는 설교가 꿀보다 더욱 달았다. 자유함과 함께 내면의 회복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를 탈바꿈했던 시기였다.”
-어떤 성경 말씀과 진리에서 자유함을 누리게 됐는지 궁금하다.
“첫째, 내가 생각하는 신앙이 참 신앙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탈봇신학교에서 리 스트로벨 목사(Lee Strobel, 전 시카고 트리뷴지 편집장·기독교 변증가)의 아들 카이 스트로벨(Kyle Strobel) 교수로부터 수업을 들었다. 그 교수님은 ‘세상이 나를 미워한 것 같이 너희도 미워할 것’(요한복음 15:18)이라는 말씀을 인용하면서, 실은 예수님을 제일로 미워했던 이들은 ‘종교적으로나 율법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바리새인이나 종교인들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거룩과 세속으로 하나님을 재단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예수님은 발 벗고 창녀 및 세리들과 먹고 마시며 함께 하셨다. 우리의 신앙이 항상 옳다고 여기면 안 됨을 절실히 느꼈다. 가령 사역 등으로 사람을 소진시키는 교회 문화를 진리와 등치시켜선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둘째, 예수님의 관심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예수님께서 제일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바로 ‘나’인 것을 절실히 느꼈다. 마음에 닿았던 말씀은 시편 23편 6절의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였다.여기서 ‘따른다’의 히브리어는 ‘라다프(רָדַף 7291)’다. 즉 사냥개가 먹잇감을 죽일 때까지 쫓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나를 포기하지 않고 나를 사냥개처럼 끝까지 따라옴을 알게 됐다. 이 말씀이 제대로 깨달아지니, 나의 연약함과 부족함이 하나님께로 나아가는데, 그리고 하나님이 내게 다가오시는데 결코 방해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 이것을 해야만, 또는 이것을 하지 못 한다면 하나님께 사랑을 받지 못할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 갇힌 나머지 진짜 하나님의 사랑을 보지 못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하나님’ 노래 가사에서 ‘주의 사랑 이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아 모든 계절도 돌보시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주의 말씀은 신실해 실수가 없으신 주만 바라라’가 등장한다. 앞선 가사와 맥락이 맞지 않은 듯 싶은데, 이를 넣으신 이유가 있는지?
“처음엔 하나님이 제게 주신 마음이었다. 이후 곰곰이 생각해봤다. 청취자 모두가 앞서 나온 ‘나의 사랑 너는 어여쁘고 참 귀하다 어느 보석보다 귀하다 네가 사랑스럽지 않을 때 너를 온전히 사랑하고’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것이 믿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사는 나의 주관적 신앙고백이다. 때문에, 이어서 나오는 성경 말씀을 갖고 ‘너를 사랑하는 하나님의 마음이 진짜 진리의 말씀’이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 노래 가사를 넣은 것이라고 생각이 됐다.”
-자존감의 하락을 호소하며 심리학 등을 통해 그것을 높이는 것이 유행인 이 시대, 성경과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진짜 자존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내게 진짜 자존감은 예수님의 존재다. 즉 예수님이 존재하신다는 믿음이다. 즉 믿음이 선물이라면, 내게 직접 찾아오시는 예수님은 예수님 존재에 대한 믿음을 선물로 주실 것이다. 예수님의 존재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은 광야라고 생각한다. 광야에서 ‘예수님만이 온전히 나의 도움이시고 나의 전부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지금 고난에서 벗어나 승리를 하지 못 할지라도, 하나님은 반드시 승리를 주시는 분이다. 아울러 지금 고난에 있을지라도,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복들이 많다. 깨끗한 공기, 한 끼 식사 등 수많은 일상적 경험들이 나로 하여금 하나님은 나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심을 깨닫게 한다.”
-소외받고 상처에 신음하며 음지에 있는 이들에게 ‘나의 하나님’이라는 노래가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길 바라나?
“안 사랑스럽고, 안 괜찮아도 괜찮다. 크리스천들은 항상 괜찮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강압적으로 다가오시는 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우리 삶을 선하게 인도하셨다. 함부로 상처에 신음하는 이들의 아픔을 재단할 수 없지만, 지금 안 괜찮은 자리가 바로 예수님이 내게 직접 찾아오시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상한 심령으로 하나님께 나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깨끗하고 거룩해야만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내 스스로의 모든 죄를 어떻게 다 알 수 있을까?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해 하나님께 나아갈 자격이 있다고 규정할 수 없다. 상한 심령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그는 주님이 직접 찾아가셔야만 하는 존재다. 주님은 안 괜찮은 상태로 있는 당신을 반드시 찾아가실 것이니, 안 괜찮아도 괜찮다.”
- ‘거룩히 살아갈 힘과 두렴 없는 믿음 주실 나의 하나님’이라는 가사를 통해, 그러한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했지만 또 다시 세상과 사회, 그리고 이웃과 자신의 악함에 부서지고 상처받아 넘어지는 크리스천들도 많다. 이런 이들에게 어떤 메시지와 힘을 예수님이 주길 원하시는지 ‘나의 하나님’ 작곡 과정에서 받은 영감이 있었다면?
“욥은 자신을 지키려고 범죄 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하나님은 고난을 주셨다. 욥은 그럼에도 하나님께 입술로 불평하지 않았다. 그런 뒤 하나님이 그에게 말씀하기 시작했다. 이는 욥이 하나님께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았을 때 부터 였다. 자신의 연약함을 하나님께 그대로 갖고 나아갔을 때 하나님이 그에게 비로소 말씀하기 시작하신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또 무너지는 것이 삶의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내가 가장 연약할 때가, 하나님이 내게 찾아오시기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박우정 씨는 찬양사역자다. 목회자를 비롯해 많은 사역자들이 사역 과정에서 빠지는 신앙적 오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개인적 경험을 곁들여 말해 준다면?
“순종과 불순종에 관한 부분이다. 사실 내 자리에서 힘들어 도망치고 싶은 적이 있었다. 힘들어서 도망치면 하나님으로부터 대단히 벌을 받을 것 같았다. 내 수준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재단했다. 실제 도망친 적도 있고, 버틴 적도 있었다. 도망쳤을 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왜 빨리 도망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텼을 땐 후회가 됐다. ‘왜 빨리 내려놓지 못했을까’라고 말이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합력해 선을 이루시는 분이기에 스스로 낭비라고 여긴 시간도 선하게 사용하셨다. 당시엔 버티는 것이 순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하나님은 ‘나의 버팀이라는 순종’이 당신에겐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는 마음을 주셨다. 그저 하나님에겐 ‘우정이, 내 딸이 기쁠까 안 기쁠까’, 이것만이 가장 중요했다는 마음을 주셨다. ‘버틸까, 도망갈까’를 놓고 기도를 많이 했었다. 그런데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응답은 사실 없었다.”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나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가?
“사실 예배 인도자 등의 자리를 떠난 후 성대 수술을 받게 됐다. 예배를 인도하던 당시엔 ‘왜 사람들이 보는 자리에서 예배를 드려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많이 소진이 됐던 것 같았다. 책임감에 예배를 의무적으로 인도한 후 ‘내가 계속 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물론 예배를 드리던 중엔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니, 내게 은혜를 풍성히 주셨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를 악물고 계속 참고 버티면서 찬양으로 다른 사람에게 은혜를 주는 것을 별로 원치 않으셨다는 마음을 내게 주셨다. 그리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무엇이 제일로 좋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하나님 당신에게는 ‘내’가 가장 소중하다는 마음을 주셨다.”
-‘나의 하나님’을 기도회나 예배 시간에 쓰이는 음악으로 작곡했는가. 이 곡이 예배 때 어떤 역할로 쓰임 받고자 원했는가?
“사실 예배용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사실 예배용으로 힘들다는 평가도 많았다. 가사가 일반적인 구조는 아니다 보니까. 지금 예배 곡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나도 신기하다. 스톤게이트 대표이신 심형진 목사님께서 먼저 이 노래를 불러주셔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질 수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유튜브 댓글 창엔 이 곡을 듣고 깊은 사랑과 감동을 느꼈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소감이 어떤지?
“솔직히 말하면, 댓글을 자주 본다(웃음). 오히려 그 분들의 나눔을 통해 내가 위로를 많이 받는다. 그들은 내가 자신들의 살아갈 힘을 노래를 통해 줬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들이 남겨준 댓글을 통해 하루를 더 살아갈 힘을 얻는다.”
-향후 활동 계획 및 기도제목이 있다면?
“새로 만들게 될 유튜브 채널에 마음이 맞는 집사님과 함께 장례식이나 병원에서 틀어놓을 수 있는 자장가용 찬양 커버 곡을 준비해 게시하고자 한다. 영리 목적은 아니다.
기도제목은 전도서 3장 말씀대로, 때를 따라 행하시는 하나님의 일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한 사람으로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싶다. 올해 제 소망은 물결처럼 살고 현재를 누리기다.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흘러가며 내 삶을 열심히 살고 먹고 마시며 낙을 누리고 싶다. 빌립보서 4장의 말씀대로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어떤 상황이든 예수님으로 유연한 삶을 살고 싶다. 생각해둔 계획은 딱히 없고, 길이 열리는 대로 왔었고 앞으로 그렇게 나아가길 소원한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자유로 하고 싶은 것은 기쁘게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자유롭게 놓아버리고 싶다. 오늘의 복을 세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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