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률 칼럼]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여보, 내가 위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돈 몇백만원이라도 내 통장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는데, 드디어 그 소원이 이루어졌어!"

김종률 목사   ©삼무곡자연예술학교

태백을 떠나 새로운 임지인 서울 변두리의 개척교회로 이사를 하던 날이었다. 이임하는 교회에서 마련해주신 퇴직금과 성도들이 모아주신 선교비를 모으니 대략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만들어졌고, 약간의 집수리와 이사비요, 그 달 분의 생활비를 제하고도 600만원 정도가 남은 것이다. 아마 내 일생에 그만큼의 현찰을 가져본 것은 처음이었던 듯싶다.

"여보! 이 돈 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고 거기에 넣어둬도 되겠지?"

드디어 나도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게 됐다는 듯, 기분좋게 그리 하라고 대답을 했다.

"나 이 돈은 절대 쓰지 않을거야! 그러니 당신도 이 돈은 없는 것으로 치라고."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날, 이동통신사업을 하다 부도가 나서 매일매일 사채업자들로부터 협박을 당한다는 한 후배가 전화를 걸어왔다.

"목사님, 이 꿈이 무슨 뜻인지 해석 좀 해주셔요. 제가 어딘가를 가야 되는데 그곳으로 갈 방법이 없어서 길가에 나와 차를 잡았지요. 그런데 고급차들은 본 척도 않고 지나가더라고요. 얼마쯤 그러고 있는 데 휠체어 같은 것에 모터를 단 혼자 타고 다니는 자그마한 차가 오더니 저더러 타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 사람 무릎에 타고 언덕길을 힘겹게 오르다가 잠에서 깼습니다."

"네가 고민하고 있는 돈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이 나타날 모양이다. 그 사람은 아마 넉넉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루하루 그럭저럭 먹고사는 그런 사람일 게다. 너는 그 사람의 도움으로 힘겨운 고비를 하나 넘기게 되겠구나!"

이튿날 그 후배는 풀죽은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다.

"목사님, 아무리 찾아보고 기다려도 제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늘까지 돈을 해결하지 못하면 신장을 팔기로 했는데..."

그 순간 곁에 있던 아내가 그에게 물었다.

"당장 필요한 돈이 얼마인데요?"

"600만원 이요!"

아내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6000만원이 든 자기 이름의 통장과 도장을 그 후배 앞에 내밀었다.

"어제 목사님이 전화로 꿈해석을 해주시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휠체어 같은 차를 타고 가는 사람이 '나'인 것 같다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어차피 쓰지 않을 돈인데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것이고 없다고 생각하면 없는 돈'아닌가요? 그러니 은행에 있으나 다른 사람한테 있으나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아마 이 돈은 그렇게 전달하라고 저에게 잠시 맡겨두셨던 것 같아요. 어차피 제 돈 아니니까 부담없이 급한 데 사용하셔요."

아내는 주저함없이 그 후배에게 600만원이 든 통장을 건네주었다. 나는 아내의 태도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돌아가고 난 후 나는 웃으면서 아내에게 물었다.

"돈이라면 부들부들 떨던 사람이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어?"

"내가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넉넉하게 채우시는 하나님을 체험했는데 무엇을 더 움켜잡고 있겠어요?"

그렇다. 소유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모든 것이 넉넉하다'는 풍요에 대한 자각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그 자각이 우리 가운데서 일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축적을 그만둘 수 있게 될 것이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마 25:29)"

글ㅣ김종률 삼무곡자연예술학교 교장(삼무곡수도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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